Work Text:
슬픔에 젖어 십자가 앞에 서계신 성모
매달린 아들을 올려다보시며 눈물을 흘리시네
고통이여 비탄에 잠긴 성모의 심장을 그만 찢으소서
칼에 꿰뚫린 성모의 심장을 놓아 주소서
⋅───⊱༺ ♰ ༻⊰───⋅
출산의 고통은 어머니의 육체에 끈질기게 매달려 떨어지지 않았다.
고통은 마치 해변을 덮치는 파도처럼 잠시 물러나는가 싶더니 다시 돌아왔다.
귓가에는 여전히 그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물속에서 올라오는 물보라가 첨벙거리는 소리와, 화염을 뒤따라오는 굉음은 고통만큼이나 악착같이 귓가에 매달려있었다. 그는 얼음장 같이 차가운 거대한 품안에 안긴 채로 어둠께서 뜻하신 바를 전부 이루고 모든 것을 끝내주시기를 기도했다. 아주 먼 곳으로, 더 이상 자신을 상처 입힐 수 있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으로 데려가 달라고 기도했다. 그곳에서는 심장이 다시 하나가 되어 빛을 발할 수 있었고, 세상에 홀로 남은 사람이 되어 순수한 생명을 일구어내는 최초의 어머니로 존재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는 천년동안 내린 비가 그치고 나서야 탄생한 최초의 바다가 경배를 드리듯이 파도를 뭍으로 보내며 해안가를 핥아내고 있을 것이다.
그를 깨운 것은 고통이었다. 아무도 없는 어두침침한 방 한가운데서 눈을 뜨자 요오드와 깨끗한 시트 냄새가 코끝에 스쳤다. 이름 모르는 병원의 이름 모를 병실. 심장박동과 산소포화도를 감지하는 기계만이 병상 옆을 지키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링겔이 꼽혀있는 오른쪽 손이 눈에 들어왔다. 그 끝에는 병실의 할로겐 전구에 불빛을 받아 거의 초록색으로 우울하게 빛나고 있는 링거액이 한 방울씩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혼란 속에서 눈을 몇 번 깜박였다. 온 몸이 아팠고 숨 쉬기가 어려웠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여기는 사후세계일까? 아니다. 그럴 리가 없었다. 살면서 그런 행운이 따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여전히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자신의 몸이 느껴졌다. 지금 당장 창문을 열어 밖에서 헤엄치고 있는 색색가지 물고기들을 발견 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사실 지금 그 어떤 것을 마주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았다. 아주 작은 궁극적인 끔찍함만이 마음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옆구리가 찔리는 느낌에 고통스러운 숨을 헐떡이는 순간 병실 문이 열렸다. 문 너머서 나타난 오르가나 신부님은 병실까지 달려온 것처럼 땀과 피곤에 젖어있었다. 눈을 뜨고 있는 그를 보자마자 신부님은 가슴 위에 성호를 그었다.
"오비완! 하늘에 계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오비완은 웃음을 터트리면서 이게 전부 신의 덕분이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만약에 그렇다면 신의 연민을 받아들이고 곧바로 그 연민을 그것이 가장 어울리는 곳으로 치워버리고 싶었다. 오비완은 질문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순식간에 목구멍 끝까지 차오른 울고 싶은 마음에 다시 입을 닫았다. 마지막으로 울어보았던 때가 언제였더라?
그날 밤이었잖아. 마음속의 목소리가 오비완에게 속삭였다. ....를 죽였을 때 울었잖아.
오르가나 신부님이 다가오자 오비완은 신부님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으며 고개를 돌리려다가 자신의 머리에 붕대가 감겨있음을 알아차렸다. 무거운 왼손을 힘겹게 들어 올리자 옆구리가 고통스럽게 당겼다. 그래서 아래를 내려다본 오비완은 가슴에도 붕대가 감겨있음을 발견했다. 그날 밤의 총성은 선명하게 뇌리에 박혀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은 기억나지 않았다. 오늘이 며칠이지? 얼마나 오랫동안 잠들었던 걸까?
"이게 멍청한 질문인건 알지만..... 몸은 좀 어떤가?" 오르가나 신부님이 병상 옆의 알루미늄 의자에 앉으면서 물었다. "오비완, 지금까지 일어난 일은...... 아....... 내가 도와줬어야 했는데....."
오비완이 침을 삼키자 불타오르는 모래 같은 것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힘겹게 침을 삼키는 오비완을 알아차린 신부님은 병상으로 몸을 기대어 오비완의 갈라진 입술에 물 잔을 대어주었다. 첫 번째 물 한 모금은 예리코의 장미처럼 성스럽게 목구멍을 적셔주었다. 오비완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물 한 방울을 흡수하는 불타오르는 햇볕 아래에 놓인 작은 잎사귀처럼 감사한 마음으로 물을 받아마셨다.
"제가 죽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오비완이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네. 내가 너무 늦은 줄 알고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는 오직 신만이 아실 테지." 신부님은 오비완의 입술에 닿은 물 잔을 더 기울여주면서 말했다. 충분히 갈증을 적신 오비완이 고개를 가로젓자 신부님은 물 잔을 가져가며 다시 의자에 앉았다. "자네는 지난 사흘 동안 지상과 하늘의 경계에서 방황했다네."
"자책하지 마십시오, 신부님." 오비완이 두 눈을 감으며 속삭였다. "신부님은 너무 늦으셨습니다. 9년이나 늦으셨습니다."
두 사람은 잠시 동안 무거운 침묵 속에 앉아있었다. 오비완은 겨우 숨을 고르고 나서야 감히 고개를 돌려 오르가나 신부님을 바라볼 수 있었다. 여전히 종교적인 옷을 입고 있는 신부님의 손톱 아래에는 흙이 들어가 시커멓게 변해있었고 살갗이 까진 손마디는 붉게 물들어있었다. 마치 오비완을 구하기 위해 흙을 파헤친 것 같았다. 어쩌면 신부님은 정말로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부님은 죽음과 탄생이 얼마나 비슷한 것인지를 조금도 깨닫지 못했다. 양극단에 서있는 두 존재는 상상도 못할 폭력 아래에서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죽음과 탄생 사이에서 육체는 끊임없이 몸부림치고, 신성한 숨결이자 영혼은 최초의 집에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갈망하며 끝없이 고통 받았다.
문제는 오비완의 영혼이 태어난 최초의 집이 천국인지 아니면 지옥인지를 오비완조차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오비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오르가나 신부님의 목소리는 바이탈 사인 기계에서 나는 소리라고 착각될 정도로 낮았다. 고개를 돌린 오비완은 신부님의 갈색 눈동자를 마주봤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왜 자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왜 하필 자네의 가족이어야만 했던 건가?"
오비완은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여러 번 던졌었다. 왜 나에게.... 왜 내 아들에게..... 왜 나의 하나뿐인 아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오비완은 한숨을 내쉬려고 했지만 더 이상 폐 속에 남아있는 공기가 없었다. 오비완은 자신이 여전히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직 물속에서 완전히 나온 게 아니었다. 입술에서 흘러나온 마지막 숨결이 물방울이 되어 저 높은 수면으로 올라가는 게 보였다. 오비완 역시 신부님이 던진 질문에 대한 정답을 몰랐다. 지금 오비완은 오직 고통만을 느끼고 있었다. 몸을 꿰뚫은 수십 개의 칼날이 오비완의 육체를 병상에 박제시켜둔 동안 생생한 고통은 그의 몸이 모든 멸망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끝임 없이 상기시켜주었다. 그래서 오비완은 유일하게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입을 열고 고백을 시작했다.
"신부님, 저는 어렸습니다. 너무 어렸고 너무나 깊은 사랑에 빠져있었습니다. 우리가 사랑의 이름으로 어디까지 행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를 겁니다."
⁑⁑⁑
인생은 단순해야만 했다. 그저 눈앞에 놓여있는 계단을 하나 둘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 게 오비완이 생각했던 인생이었다. 오비완에게 첫 번째 계단은 탄생이고, 마지막 계단은 죽음이었다. 어쩌면 이걸 믿은 게 오비완이 인생에서 저지른 유일한 잘못일지도 모른다. 오비완의 부모님은 아들이 그들의 품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전에 이런 가르침을 내려줬다. 규칙에 따르거라. 법을 지켜라. 길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앞만 보고 끝까지 걸어가라. 그렇다면 완벽하고 행복한 인생을 누릴 수 있을 지어니.
오비완은 문명사회의 규칙에 착실히 순종하는 게 자신의 유일한 장점이라고 언제나 믿어왔었다. 어쩌면 그래서 오비완은 모든 일이 시작부터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제때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다.
코러산트 수도에서 태어난 오비완은 이 도시에서 자랐다. 오비완에게는 어릴 때부터 함께한 친구들과, 광대를 초대한 생일 파티의 추억과, 한여름 밤처럼 짧았던 짝사랑과, 오비완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천수를 누리고 죽은 작은 푸들이 있었다. 많은 친구들처럼 오비완은 16살 때 발현했다. 오비완이 오메가로 발현하자 부모님은 기뻐했다. 너무나 작고 말을 잘 들어서 자랑거리인 아들은 부모님에게 손주를 안겨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발현한 뒤부터 부모님은 오비완보다 더 나은 아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의 인생에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오비완은 원망해본 적이 없었다. 평생 동안 물속에서 살아온 물고기가 생의 마지막 순간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자신의 비늘에 스치는 게 바람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겠는가.
오비완은 엄마가 되는 것 말고는 바라는 게 없었다. 자신의 이름을 알듯이 오비완은 자신이 유일하게 되고 싶은 게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에 살았던 집 주소를 말해보라고 하면 생각하지 않아도 주소가 입에서 술술 나오듯이 오비완에게 하고 싶은 것을 말해보라고 하면 언제나 오비완 케노비는 아이를 가지고 싶다.라는 문장이 저절로 나왔다. 오비완에게 임신은 소원이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운명처럼 느껴졌다. 그것이 오비완의 집이고, 바위에 선명하게 새겨진 인생의 목표였다.
그래서 오비완은 고등학교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아버지의 동창생에게서 받은 프로포즈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조금도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그 사람은 4시 뉴스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앵커 콰이곤 진이었다. 누가 감히 코러산트에서 연예인 급으로 명성이 높은 콰이곤의 구애를 의심할 수 있을까? 빌딩만큼 키가 큰 콰이곤은 언제나 재단사의 손을 거친 정장을 입고 항상 혀에 바른 말만 달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자기 집에 와서 비디오 게임을 하자는 친구 쟌(Xan)의 초대를 받은 날, 오비완은 처음 콰이곤을 만났다. 학교 친구 둘이서 시간을 보내는 평범한 오후였다. 이상한 점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날 오비완은 그 사람을 만나고 말았다. 이전에 오비완은 콰이곤처럼 카리스마가 넘쳐흐르다 못해 빛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친절하고 말도 안 되게 매력적인 사람이 세상에 또 존재할 수 있을까? 게다가 콰이곤은 오비완을 처음 보자마자 그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것 같았다. 그런 콰이곤에게 넘어간 오비완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유일하게 두 사람의 관계를 비난한 사람은 쟌이었다. 쟌은 아빠가 하는 모든 일은 선의에서 나오는 게 아니고 그런 아빠와 결혼하는 오비완은 멍청이라고 선언하고선 그들의 결혼식에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오비완에게 결혼은 실수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날 쟌의 방에서 아래층 부엌으로 내려온 오비완은 컵에 물을 따르고 있었다. 어느새 등 뒤에 콰이곤이 다가와 있다는 사실을 조금도 눈치 채지 못했었다.
"너는 항상 이렇게....." 뒤에서 들려오는 콰이곤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오비완은 화들짝 뛰어오르다가 물 잔을 거의 놓칠 뻔했다. 그 순간 친구의 아버지는 거대한 오른손으로 소년의 손목을 붙잡더니 반대쪽 손으로 오비완의 손에서 반쯤 미끄러진 물 잔을 넘겨받아 뒤편에 있는 카운터 위에 올려두었다. 그때 오비완은 두려움이나 불안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느꼈다. 폐가 공기로 가득 차오르고 부풀어 오른 심장이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마치 다 큰 어른이 된 동시에 한없이 작은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콰이곤은 손목을 놓지 않고 그대로 오비완을 뒤로 돌려 아들의 친구와 마주봤다. 콰이곤이 성큼 앞으로 다가와 거리를 좁히자 오비완은 그의 관자놀이와 턱에 난 회색 머리카락과 수염 몇 가닥을 볼 수 있었다. 콰이곤에게서는 갓 왁스를 바른 나무와 잉크 냄새가 났다.
"무슨 말씀이세요?" 오비완이 작게 속삭였다. 마치 오비완의 온몸은 콰이곤이라는 태양 아래에 놓인 버터처럼 그의 거대한 손 안으로 녹아내리고 있는 것 같았다. 살아오는 동안 오비완은 한 번도 콰이곤처럼 자신을 바라봐주는 눈빛을 본 적이 없었다. 콰이곤은 마치 오비완이 자유를 향한 티켓인 것처럼, 더 나은 인생으로 이어져있는 창문인 것처럼, 그가 소유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인 것처럼 바라봤다. 이전에 오비완은 자신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듯이 바라보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콰이곤은 한손에 들어오는 소년의 손목을 만지작거리면서 그런 눈빛으로 오비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항상 이렇게 아름다운건가?" 콰이곤은 물 잔을 쥐었던 손을 오비완의 허리에 얹더니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오비완은 그저 약간 낑낑거리는 소리만 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 무례함을 용서해 주겠니. 하지만 향을 사방에 남기며 그런 식으로 집을 걸어 다니는 너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단다."
"아, 죄송합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아니. 아니야. 걱정하지 말거라. 그건 이 집에서 일어난 일 중 가장 좋은 일이었단다. 쟌의 엄마가 세상을 뜬 뒤로 여기서 좋은 일이 일어난 적은 없었으니 말이다." 콰이곤은 오비완을 놓아주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다리가 닿을 때까지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신이시여. 오비완의 머릿속에는 더 이상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소년의 몸은 이미 콰이곤의 말과 페로몬에 반응하고 있었다. 전에 오비완은 이렇게 적극적으로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알파를 만나본 적이 없었고, 지금처럼 알파와 단 둘이 이정도로 가까이 붙어 있어본 적은 더더욱 없었다. 오비완은 만약에 친구의 아버지가 당장 자신을 갖고 싶다고 말하더라도 절대로 거절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알았다. 발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오메가라도 이 정도는 벌써 알고 있었다.
오비완은 너무 비참하게 떨리고 있는 몸을 멈추기 위해 양 손을 들어 콰이곤의 가슴 위에 얹었다. 반대편 벽에서 시계가 똑딱거리는 소리와 위층 친구 방에서 흘러나오는 비디오 게임 소리만이 커다란 부엌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콰이곤의 집은 너무 커서 만약에 쟌이 돌아오지 않는 친구를 찾아 아래층으로 내려오더라도 그들에게는 그동안 어떤 짓이든 다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쟌에게서 아내분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겁니다."
"오비완,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거라. 오비완이라.... 정말 멋진 이름이구나."
"아... 아버님..... 손 좀......"
"콰이곤이라고 불러주겠니."
콰이곤은 오비완의 목에 얼굴을 가져가더니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부드럽고 은밀한 곳에 코를 비볐다. 하지만 더 위험한 곳에는 손을 대지 않고 그저 천천히 코를 오비완의 목에 문질렀다. 그 순간 오비완은 자신의 운명이 정해져버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어야 했다. 하지만 너무 어렸던 오비완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쟌의 방으로 돌아온 오비완의 손바닥은 땀으로 축축했고 다리사이는 젖어있었다. 오비완은 친구 옆에서 오랜 시간 동안 멍하게 앉아있고 나서야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야, 야, 오비. 어디 아파? 괜찮아?" 친구의 붉은색 머리카락은 TV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어? 아, 그럼. 어.... 뭐라고 했어?"
쟌의 집에서 부정한 만남을 몇 번 더 이어간 이후, 콰이곤은 오비완에게 공식적으로 구애를 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결혼을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콰이곤은 오비완의 졸업식 전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다 했다. 그리고 그 준비에는 오비완의 부모님에게 인사를 드리러 가는 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오비완의 부모님은 45살 된 남자가 자신들의 17살 먹은 아들과 결혼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 보다 그 남자가 4시 뉴스의 앵커 콰이곤 진이라는 사실에 더 놀랐다. 어떤 사람들은 돈 많고 유명한 남자와 결혼하게 되어서 축하한다고 말하며 오비완에게 축복을 전했다. 몇몇 친구들은 이제 쟌의 새엄마가 되었으니 축하한다며 오비완을 놀려댔다. 오비완의 친구 쟌의 경우에는 다른 도시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겠다는 말을 끝으로 다시는 그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렇게 쟌은 작별 인사도 하지 않고 그저 오비완에게 '너는 바보야.'라는 문자만 남기고 떠났다.
"걱정하지 말거라. 내 아들은 언제나 드라마틱했단다. 엄마를 꼭 닮았지." 어느 날 오후, 오비완이 친구를 잃었다는 사실에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리자 콰이곤이 위로의 말을 전했다. "결혼식을 올리고 스튜존 아일랜드로 가게 되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을 거란다. 약속하마."
그건 오비완의 미래에 남편이 세운 계획이었다. 코러산트의 지인들이 보내는 거슬리는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원하는 콰이곤이 만든 계획은 오비완의 마음에 들었다. 모든 것에서 벗어나 바다가 주는 치유력에 둘러싸여 작고 매력적인 마을에서 가족을 꾸리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세상에 또 어디에 있을까?
콰이곤은 공식적으로 결혼식을 올리기 전까지 오비완과 육체적으로 하나가 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그건 콰이곤이 미친 것처럼 오비완의 몸에 손대는 짓을 그만두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어쩌면 이건 오비완을 완전히 속이기 위한 작전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오비완이 콰이곤을 더 원하게 만들고, 약혼자에게서 작은 손길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절박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계략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콰이곤은 오비완을 뒤에서 껴안는 것을 좋아했다. 또 집안의 가구와 자신의 몸 사이에 오비완을 끼워두고 그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아두는 것도 좋아했다. 그럴 때마다 오비완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소리 내어 웃었다. 왁스가 발려있는 차가운 나무 책상에 눌린 오비완의 얼굴은 땀에 젖어 있었다. 오비완의 바지를 내린 콰이곤이 한 손으로는 엉덩이를 움켜쥐고 반대쪽 손가락 두개로 오비완의 다리사이에 난 틈을 스치는 순간 오비완은 두 눈을 꼭 감았다. 콰이곤은 짜증날 정도로 느리게 그 틈 사이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너무 젖었구나, 아가야.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니? 내가 노팅해 줄 날을 기다리지 못하겠어? 너는 내 아내가 되기 위해 태어난 거야. 작은 아내가 되어 좆과 아이들로 뱃속을 가득 채우려고 이 세상에 태어난 거란다. 너의 운명을 똑바로 기억해두렴." 콰이콘은 쉼 없이 귓가에 속삭였지만 오비완은 콰이곤의 손가락이 부풀어 오른 클리를 문지르는 순간부터 아무 것도 듣지 못했다. 지금 오비완이 콰이곤에게 원하는 것은 오직 그 크고 두꺼운 손가락을 안으로 넣어주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콰이곤의 손가락은 그곳에서 멈춰버렸다.
"제발...." 오비완은 알파의 손가락에 엉덩이를 문지르면서 애원했다. 콰이곤이 반대쪽 손으로 오비완의 셔츠를 올리자 땀과 입에서 흘러나오는 습기로 축축해진 책상에 오메가의 맨 가슴이 달라붙었다. "빨리.... 못 참겠어요."
하지만 콰이곤은 진도를 더 나가지 않았다. 오르가즘이 오비완을 덮치기 바로 직전에 콰이곤은 오비완을 앞으로 밀어버리고 몸을 뒤로 물렸다. 콰이곤은 어두운 만족감이 가득 차오른 눈동자로 엎드려서 숨을 겨우 고르고 있는 오비완을 내려다봤다. 오비완은 존엄성과 품위를 지키기 위해 제 손으로 셔츠를 내리고 바지를 다시 입었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책상에서 일어났지만 가슴은 여전히 열이 오른 것처럼 너무 뜨거웠다.
"내 작은 천사, 조금만 더 기다려 주겠니. 너와 함께 모든 것을 바로잡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 인내심을 조금만 더 가져주렴." 약혼자는 빠르게 뛰는 심장이 터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오비완과는 다르게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콰이곤 앞에서 오비완은 자신이 약점을 노출한 채 완전히 벌거벗고 서있는 것처럼 느꼈다. 콰이곤은 그가 전 아내에게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말해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비완은 그게 뭔지는 몰라도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는 약혼자의 노력에 맞춰 함께 문제를 바로잡고 싶었다. 그래서 오비완은 무릎을 꿇고 콰이곤의 다리 사이에 앉아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약손자의 큰 손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동안 오비완은 콰이곤의 허벅지에 손을 얹었다.
"당신과 결혼하게 된 저만큼 운이 좋은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오비완은 딱 한번 콰이곤에게 이 말을 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콰이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할 말을 찾는 듯이 그저 오비완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때 콰이곤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오비완의 18번째 생일이 지나자마자 봄에 결혼식을 올렸다.
콰이곤은 오비완의 옷을 직접 골라주었다. 옷을 이루고 있는 천은 들어보면 손바닥 위에 물이 올라가 있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무거운 재질이었다. 그 천으로 만들어진 빛나는 흰색 정장은 오비완의 몸에 부드럽게 들어맞았다. 하지만 손목 부분에 둘러진 순백의 레이스 때문에 마치 인형에게나 입힐만한 옷처럼 보였다. 콰이곤은 그가 코러산트에서 가장 순결하고 귀중한 오메가와 결혼을 할 정도로 운이 좋은 알파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스스로를 위해 검은색 정장을 골랐다.
모든 결혼식 준비는 오비완의 예비 신랑이 책임졌다. 오비완은 그저 네, 아니오라고만 말했고 가끔씩은 그런 말조차 하지 않아도 되었다. 콰이곤의 말에 따르면 오비완은 그냥 가만히 앉아서 남들 눈에 예쁘게 보일 미소만 지어주면 되었다. 그래서 오비완은 그 말에 따랐다.
오비완은 항상 꿈꿔왔던 대로 머리에 화관을 쓰고 결혼식을 올렸다. 맨 앞줄에 앉은 오비완의 부모님과 그 뒤에 앉은 친척들은 미소를 지은 채 연신 눈물을 훔쳤다. 신랑 쪽에는 콰이곤의 부모님과 나머지 가족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맨 앞줄에는 붉은색 원피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이 앉아 있었다. 그 여자는 너무 환한 미소를 짓고 있어서 마치 그녀도 오늘 그들과 함께 결혼식을 올리는 신부처럼 보였다. 부부의 맹세가 끝나고 나자 그녀는 자신을 이제 오비완의 남편이 된 콰이곤에 뉴스를 담당하는 프로듀서 파드메 아미달라라고 소개했다.
결혼식은 완벽했다.
모두가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했다. 콰이곤의 부모님은 오비완에게 그들이 가족이 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모두가 오비완을 한 번씩 안아줬다. 모든 사람들은 콰이곤과 오비완의 앞날에 행복만이 가득하기를 빌어줬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바닐라 케이크를 먹고 샴페인을 마셨다. 그리고 밤이 찾아올 때까지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오비완은 의자에 앉아 그런 하객들을 반쯤 감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피곤해서 이런 걸까, 아니면 술기운 때문일까?
"졸고 있구나, 아가야." 귓가에 콰이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오비완은 저절로 나오는 하품을 손으로 가렸다. 파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모든 하객들은 아직까지 술을 마시며 춤을 추고 있었다.
"으음..... 죄송해요. 밤늦게까지 파티를 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요. 제 결혼식인데...... 더 행복해야하는데......"
"이리 오렴, 어린 양아. 맑은 공기를 쐬면 나아질 거란다." 콰이곤은 오비완의 관자놀이에 입을 맞추고는 허리에 손을 얹어 밖으로 천막 밖으로 이끌었다. 그 천막은 그들이 축하연을 여는 정원에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결혼식 준비를 할 때 콰이곤은 반드시 이 곳에서 식을 올리고 싶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었다. 불규칙한 해양 지형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 정원은 코러산트의 바닷가와 맞닿아있었다. 콰이곤은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말하며 인생의 가장 중요한 교훈을 배운 이 장소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와, 달이 떴어요." 오비완이 콰이곤에게 말했다. 하지만 콰이곤은 하늘을 향해 눈길도 주지 않고 그저 오비완의 허리를 둘러싼 손에 힘을 더 주면서 바닷가에 솟아있는 절벽을 향해 걸어갔다. "정말 밝고 아름다워요."
그곳에서 기억이 끊겼다.
해변에서 남편의 손을 잡고 정원으로 돌아온 오비완은 아내가 소금기 있는 바다 공기에 너무 취한 나머지 어지러워하는 것 같다며 하객들에게 말하는 콰이곤의 목소리를 어렴풋이 들었다. 몸을 흔드는 콰이곤의 손길에 눈을 뜬 오비완은 자신이 호텔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 앉아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시계를 보니 한 시간이나 잠들었던 것 같았다. 갑자기 올라오는 추위에 아래를 내려다보니 입고 있던 코트가 보이지 않았다. 옆에 앉아있는 콰이곤은 오비완이 내는 인기척에도 돌아보지 않고 그저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변에서 있었던 일이 파편처럼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오비완은 콰이곤의 키스를 기억했다. 단 둘이 콰이곤의 사무실에 있었을 때 받았던 키스처럼 콰이곤의 입술은 열정적으로 오비완의 목을 타고 내려가다가 흰 셔츠가 가로막고 있는 쇄골을 핥았다. 오비완은 마침내 남편이 자신의 처녀를 빼앗겠다고 결심했다는 사실에 너무 흥분했던 순간을 기억했다. 그리고 그 뒤에 있었던 일은 흐릿한 기억으로만 남아있었다. 마치 잘못된 신호를 받아 지지직거리는 TV 화면처럼 이상한 이미지들이 떠올랐고 살아오는 동안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날 오비완이 본 것은 달이었을까. 아니면 횃불이었을까. 해안가의 거대한 절벽 사이에서 나타난 선명하게 타오르는 불꽃은 도대체 뭐였을까? 콰이곤이 오비완을 동굴로 데려간 걸까? 아니면 그저 사방이 너무 어두웠을 뿐일까? 오비완은 그때 자신이 들은 소리를 언어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건 만월 아래에서 일렁이는 파도의 속삭임이었을까,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노래하는 성가대의 목소리였을까?
이것만은 오비완의 기억 속에 확실히 남아있었다. 해변의 부드러운 모래 위에 자신을 눕히는 콰이곤, 오메가의 안으로 어서 들어가고야 말겠다는 절박함으로 바지를 벗기는 남편의 손길, 아내의 처음을 마침내 손에 넣었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남편에 얼굴. 오비완은 삽입의 고통을 기억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벌려진 입안을 가득 채우는 순간 혀에 느껴졌던 소금과 피가 뒤섞인 금속의 맛을 기억했다. 다리를 휘감고 올라오는 뱀 가죽을 기억했다. 아니, 어쩌면 그건 그저 다리에 달라붙은 모래였을지도 모른다. 위쪽에 떠있는 콰이곤의 눈동자는 붉게 물들어있었다. 알파의 성기가 안으로 들어올 때마다 자신의 몸 위에 마치 흉터나 비늘 자국 같은 표식이 새겨지는 것을 느껴졌다. 점점 크기를 키워가는 알파의 성기는 알파가 필사적으로 박아 넣는 순간 내벽을 더 넓게 벌렸다. 마침내 상처 입은 동물처럼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오비완의 순결한 자궁에 씨앗이 심겼다.
그 순간 역시 오비완의 기억 속에 남아있었다. 오비완은 온몸이 가득 차면서 충만해지는 순간을, 자신의 몸이 남편만을 위해 새로운 모양으로 변해가는 순간을, 그 자리의 모든 자들이 목표를 이루었다는 소름끼치는 확신이 드는 순간을 기억했다. 오비완의 남편은 그곳에서 오비완을 임신시켰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신혼부부를 기다리는 따스한 침대까지도 가지 않았다. 바로 그 해변에서 콰이곤은 오비완의 처녀막을 뚫고 그를 임신시켰다.
그리고 오비완은 남은 인생 내내 콰이곤의 차가운 정액이 순백색 결혼식 정장을 더럽히면서 자신의 자궁에서 흘러나오는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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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결혼식 날 밤에 있었던 일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오비완은 그날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지만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할지 몰랐다. 도대체 뭐라고 말해야할까? 여보, 제가 첫 경험만으로 임신을 한 게 이상하지 않나요? 왜 당신이 주는 기쁨보다 입안에 감도는 피 맛을 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몇 주 뒤에 그들은 스튜존으로 이사했다. 콰이곤은 스튜존 아일랜드의 지역 뉴스 방송국에서 일자리를 제안 받았다. 그곳에서 콰이곤은 원하는 대로 프로그램을 짜고 방송 시간을 마음대로 조절할 권한을 가질 수 있었다. 임신한 아내를 돌보기에 완벽한 일자리였다. 섬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방법은 하루에 한 번 왕복하는 페리를 타는 것뿐이었다. 아침에 섬에서 나온 페리는 저녁이 되면 돌아갔다. 오비완은 아침으로 먹은 음식을 토해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페리를 타고 콰이곤과 함께 스튜존으로 향했다.
콰이곤이 말한 대로 마을은 매력적이었다. 지었는지 500년은 된 듯한 집 앞에는 자갈이 깔린 거리가 구불구불 이어져 있었고, 펍 밖에서는 노인들이 체스를 두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 섬에 오비완이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만 섬의 주민들은 서로를 전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비완은 아직 판판한 배 위에 손을 올리고 조용히 기도문을 읊었다. 내 아들의 인생에 힘든 일이 없기를..... 부족함 없는 삶을 살 수 있기를......
스튜존에 정착하고 나서 일상생활이 자리를 잡고 나자 오비완은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생각에 지역 도서관과 토요일에 열리는 시장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노인이 운영하는 골동품 가게에서 아소카를 만났다. 오비완보다 몇 살 더 많아 보이는 젊은 여인은 푸른색으로 염색한 머리카락 덕분에 다른 지역민들 사이에서 곧바로 눈에 띄었다. 그들의 인연은 두 사람이 동시에 작은 실크 우산으로 손을 뻗는 순간 시작되었다.
"그냥 그쪽이 가져요." 아소카는 고개를 돌려 오비완의 얼굴을 보고는 눈에 보일 만큼 부를 배를 내려다봤다. "하지만 대가로 맥주를 사줘야 해요. 새로 이사 온 사람 맞죠? 뉴스에 나오는 콰이곤 진의 아내라고 들었어요. 그럼 맥주를 살만한 동전 몇 개 정도는 있겠네요."
아소카가 우산을 양보해준 덕분에 그들은 순식간에 친해졌고 금방 말을 놓게 되었다. 새끼 골든 레트리버 자르마쉬를 선물해준 사람도 아소카였다. 아소카는 자르마쉬가 너무 온순해서 입안에 계란을 넣어두어도 절대로 그걸 깨트려먹지 않을 거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곧 태어날 오비완의 아들에 최고의 친구가 되어줄 거라고도 덧붙였다.
"자르마쉬라고?" 오비완은 다리 위에 강아지를 내려놓으며 외쳤다. 그러자 강아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오비완의 손을 핥기 시작했다. "도대체 그 이름은 누구 머리서 나온 건데?"
"뭐가 어때서? 도시에는 더 이상한 이름도 많을 거 아니야. 원한다면 자자나 뭐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돼. 그냥 초코나 복실이같은 지루한 이름으로는 부르지 마."
오비완은 행복한 웃음을 터트렸다. 공원의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두 친구의 머리카락을 늦봄의 바람이 부드럽게 흐트러트렸다.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릴 때면 지독한 그리움이 오비완의 마음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때 오비완의 옆에는 함께 있으면 항상 즐거운 아소카와 자신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오는 귀여운 자자가 있었다. 그건 오비완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
"자자나 자르마쉬 둘 다 마음에 들어. 고마워 아소카. 자자와 함께라면 혼자 집에 있어도 외롭지 않을 거야."
아소카는 하늘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다가 고개를 돌려 오비완의 눈을 들여다봤다. "그나저나 네 뱃속에서 살고 있는 세입자의 이름은 정했어?"
당연히 오비완은 이름을 정했다. 오비완의 머릿속에는 곧 만나게 될 아기 말고는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들을 맞이할 날이 오기를 그저 기다려야하는 것은 고문과도 같았다. 어떻게 다른 엄마들이 기다림 속에 미쳐버리지 않고 아홉 달이나 기다릴 수 있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초음파를 받으러 가서 화면 속에 나타난 작은 기적의 생명을 볼 때마다 오비완은 벅차오르는 사랑으로 기절할 것만 같았다. 오비완은 초음파사진들을 전부 작은 선물상자에 보관해두었다. 상자 속에는 두 줄이 선명한 임신테스트기와, 병원 전단지, 결혼식 날 썼던 화관에 꽂혀있던 꽃 한 송이, 작은 진주조개 껍데기, 그리고 부모님 집에서 가져온 어린 날에 읽었던 동화책이 초음파사진과 함께 들어있었다.
그 동화책에는 한 소년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소년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천사의 도움을 받아 영원한 행복을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그 동화 속 소년의 이름은 아나킨이었다. 동화책에 따르면 그 이름은 천사의 언어로 '황금 태양'이라는 뜻이었다.
그게 오비완이 아들에게 지어준 이름이었다. 오비완의 작은 태양. 지평선 너머에서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태양. 곧 세상에 새벽을 가져다줄 아나킨. 오비완의 아기. 가끔씩 오비완은 벌써 태어난 아들이 자신의 옆에 있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아나킨은 오비완의 손을 붙잡고 정원에 나가서 놀아도 되는지를 물어보곤 했다. 그렇게 오비완의 머릿속은 매일같이 아나킨 생각으로 가득 차서 다른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오비완에게는 다른 할일이 없었다. 가끔 아소카와 산책을 나가는 것만 빼면 아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 말고는 시간을 보낼만할 일이 존재하지 않았다.
오비완의 남편은 매일매일 눈코 뜰 새도 없이 바쁘게 하루를 보냈다. 콰이곤은 앵커 일뿐만이 아니라 TV 방송국의 관리까지 도맡았다. 그런 콰이곤과 함께 파드메와 그녀의 남편 클로비스는 채널 6의 모든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었다. 채널 6는 스튜존 아일랜드 전체와 육지의 다른 도시에 송출되고 있었고 그들의 방송국은 이 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무상 방송국 중 하나였다. 하지만 오비완에게 그런 업적은 전부 공허하게 느껴졌다. 오비완이 원하는 것은 오직 코러산트에서 살았을 때처럼 가족과 남편이 옆에 있는 삶뿐이었다.
게다가 여기에 더해 콰이곤은 더 이상 오비완의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럴 순 없단다, 아가야." 콰이곤은 오비완의 이마에 순수한 입맞춤을 남기고는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위해 넥타이를 맸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건 우리 아이의 건강이야. 너와 아이 전부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뭔가를 네 몸에 하고 싶진 않구나. 그냥 침대에 누워있어 주겠니. 최대한 빨리 돌아올 테니 안전한 둥지 밖으로 나가지 말거라."
그래서 오비완은 커다란 침대 한가운데 혼자 누워서 짜증을 냈다. 여전히 코끝에 남아있는 콰이곤의 향 말고 다른 것을 생각하려고 노력하면서 이리저리 뒤척였지만 혼란과 역겨운 이기심만이 계속 떠올라 몸을 일으켰다. 오비완은 남편의 애무와 손길과 손가락과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결혼식을 올린 지 다섯 달이 지났지만 그동안 오비완은 다시 자신의 안에 들어온 콰이곤을 느낀 적이 없었다. 원래 결혼 생활은 이런 것일까? 다른 어른들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을까? 콰이곤은 오직 아침 시간과, 밤늦게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잘 때와, 일요일에 미사를 드리러 갈 때만 함께 시간을 보냈고 오비완은 그 시간이 너무 짧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방안의 공기가 너무 답답해서일까 오비완은 셔츠를 약간 열었다.
그리고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앉은 채로 자신의 손이 남편의 손이라고 상상하면 젖가슴을 쥐어봤다. 모유로 가득 찬 욱신거리는 젖가슴은 보드라웠다. 오비완의 손가락이 어두워진 유두를 나른하게 스쳤다. 안에서부터 차오르는 모유를 감당해야하는 유두는 이제 그 무게에 익숙해졌는지 언제나 단단하게 서있었다. 그대로 가슴 아래로 손을 내린 오비완은 배를 지나쳐 배꼽 주변을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불거져 나온 배는 경이로울 정도로 단단했다. "내 아들이 여기 있네." 오비완은 갑자기 아주 특별한 행복으로 가득 찼다. "내 아들이 나와 단 둘이 여기에 있네. 아나킨이 함께 있네. 나와 하나가된 아나킨이 여기 있네." 오비완에게 이 순간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잠옷 바지를 내린 오비완은 그걸 그대로 침실 바닥으로 던져버렸다. 임산부복을 싫어해서 평범한 바지를 입고 있었던 덕분에 레이스가 달린 작은 면 팬티를 옆으로 치우고 손가락을 따스한 음부에 대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오비완은 천천히 손 끝으로 그 주위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집은 조용했다. 자자는 정원에서 오비완이 내려와 밥을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부두로 가서 조개껍질을 줍자는 아소카의 말에 약속을 잡아둔 상태여서 오비완은 일을 빨리 끝내야했다.
벌써 젖어있는 틈을 발견한 오비완의 가운데 손가락이 입구 가장자리에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반대쪽 손은 셔츠를 완전히 걷어 올려 임신한 뒤로 더 둥글어진 유두를 완전히 드러냈다. 그리고 오비완은 첫날밤을 보냈던 바닷가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던 콰이곤을 상상했다. 흥분과 열기가 아래에서부터 슬슬 올라왔지만 첫째 아들에게 점령당해있는 오비완의 몸은 만족하지 못했다. 오비완의 몸은 다른 것이 들어와서 안을 완전히 채워주기를 원했다. 오메가의 몸이 이런 식으로 창조된 이유에 걸맞도록 알파의 성기가 내벽을 벌려주기를 바랐다.
언제나 침입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보지는 손가락을 놀라울 정도로 쉽게 집어삼켰다. 그렇게 집안에는 오르가즘이 다가올수록 더 커져가는 상스러운 젖은 소리와 오비완이 내는 작은 신음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아!" 전기 충격 같은 절정이 온 몸을 타고 흐르는 순간 오비완이 울부짖었다.
그렇게 오비완은 거의 다 벗겨진 셔츠만을 입고 침대에 몸을 눕혔다. 절박한 자위가 가져다준 오르가즘 뒤를 따라 차가운 추위가 오비완에게로 다가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거운 죄책감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신이시여,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감히 임신한 몸으로..... 아나킨을 안에 품은 채로 콰이곤이 첫날밤처럼 강하게 박아주는 것만을 생각한 저를, 좆과 아이와 사랑으로 뱃속이 가득 채워지기만을 원했던 저를,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던 저를 용서하소서. 하지만 오비완은 임신한 몸을 손가락이 가르고 들어오는 순간을 잊지 못했다. 그 순간만큼은 처음 다가온 알파와 결혼을 해버리고 모든 것을 버린 채 대륙을 가로질러 집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으로 도망친다는 실수를 저질러버렸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오비완이 굴욕감을 억누르며 있었던 일을 고백하자 아소카는 그게 완전히 정상이라고 말했다. 아소카는 베타였지만 나이든 오메가들을 위한 병원에서 호스피스로 일하고 있었다. 아소카의 말에 따르면 오비완은 스스로의 육체를 더 편하게 만드는 방법을 배웠을 뿐이었다.
"밖에 떠돌아다니는 어마무시한 양의 임신 포르노를 본 적 없어?" 아소카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불룩하게 나온 배와 그 다리 사이에 맺혀있는 액보다 알파를 더 흥분시키는 것은 없지."
"나는 못 들은 걸로 할게." 오비완은 튀어나온 배에 손을 얹고 손바닥을 통해 전해져오는 아나킨의 미약한 발차기를 느끼면서 대답했다.
"글쎄, 나는 네가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걸." 아소카가 오비완을 향해 윙크를 하면서 말했다. "혹시 저기 있는 비디오 가게에 가본 적 있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을 다 파는 곳인데 원한다면 네 기분이 좋아질만한 걸 사다 줄게. 솔직히 말하면 거긴 소름끼치는 곳이고 가게 주인은 세계에서 제일가는 변태야. 하지만 거대한 딜도나 주석이 달린 성경책을 원한다면 바로 그곳에서 찾을 수 있어."
"성경책은 왜?" 오비완이 경악하면서 물었다.
"친구여, 거기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페티시가 다 적혀있다네."
"내가 왜 너한테 모든 걸 털어놨을까."
하지만 스튜존에서의 하루하루는 행복했다. 부모님이나 옛 학교 친구들과 통화를 할 때면 이곳에서의 삶에 대해 나쁘게 말할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날씨는 완벽했고 주민들은 친절했다. 오비완의 집은 스튜존에서 가장 크고 제일 아름다웠고 원하는 물건은 뭐든지 살 수 있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은 콰이곤을 사랑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그들이 사랑하는 뉴스 앵커의 남편이자, 그 앵커의 아이를 가진 오비완을 사랑했다.
아나킨은 12월 1일에 태어났다.
아소카와 자자와 함께 스튜존의 바닷가를 걸어가고 있을 때 오비완의 양수가 터졌다. 겨울이 다가옴을 알리는 차가운 바람과 거친 파도소리가 휘몰아치는 한가운데서 아나킨은 어미의 몸을 가르고 세상 밖으로 나오겠다고 마음먹었다. 노부부가 마을 병원으로 데려다주는 동안 오비완은 푸른 머리카락을 가진 친구의 손을 잡고 콰이곤에게 전화를 해달라고 애원했다. 출산의 고통 속에서 오비완은 지금 당장 와달라고, 오비완에게는 남편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아소카의 목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비, 방금 전화했는데 콰이곤은 아침 방송을 진행하고 있데. 곧바로 전해주겠다고 했으니까 곧 올 거야." 간호사가 오비완을 분만실로 이송하는 동안 아소카는 오비완의 손을 꽉 붙잡고 말했다. 하지만 오비완은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온몸이 수축하면서 전해져오는 고통은 오비완이 인간의 언어가 아니라 비명만을 지를 수 있도록 만들어버렸다.
그 고통을 감히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의사가 숨을 들이마시고 힘을 주라고 했지만 오비완의 머릿속에는 너무 아프다는 생각 말고 다른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세상에 태어나겠다고 마음먹은 자신의 아이에 의지만으로 온 몸의 뼈가 전부 부러지는 극한의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모든 피부와 근육이 끓어오르는 동시에 뱃속의 모든 장기가 불타오르는 빌딩에 갇힌 죄 없는 희생자라도 된 것 마냥 좁은 틈을 뚫고 몸 밖으로 탈출하려는 것이 느껴졌다. 그 순간까지도 오비완은 모든 탄생에는 반드시 죽음이 뒤따라온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아이 한 명이 태어날 때마다 이 세상 어딘가에서 어머니가 죽어버린다는 진리를 모르고 있었다.
오비완은 자신이 죽어간다고 생각했다. 반으로 열린 몸 사이로 스스로를 오비완의 아들이라고 칭하는 피투성이의 작은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간호사의 품에 안긴 아나킨을 보는 순간 오비완은 병상 위로 쓰러졌다. 자신의 몸보다 더 큰, 이 세상을 전부 덮고도 남을 만한 거대한 감정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오비완은 울음을 터트리는 동시에 큰 소리로 웃고 싶었다. 하지만 가만히 거대한 감정을 추스르는 것 말고 다른 행동을 할 만한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너무 힘이 없는 나머지 미래나 과거, 아니면 보이지 않는 콰이곤에 대한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아기를 씻긴 간호사는 병상으로 다가와 오비완의 팔에 아나킨을 안겨주었다. 오비완은 그때 아나킨을 처음 안아보았다. 순간 모든 고통과 감정이 깨끗하게 사라지더니 오비완의 머릿속에는 팔 안에 안겨있는 아이가 하늘이 준 완벽한 선물이라는 생각만이 떠올랐다.
오비완의 아들. 수많은 날을 기다리고 나서야 마침내 만나게 된 아나킨.
아나킨이 자궁 안에 있을 때 오비완은 아들의 크기를 가늠해보곤 했다. 그리고 지금 팔 안에 안겨있는 아나킨은 상상보다 훨씬 더 작아보였다. 작은 둥근 얼굴, 감긴 두 눈, 황금실로 만들어진 듯한 놀랄 만큼 가는 블론드 머리카락. 작디작은 눈썹과 그보다도 더 작은 속눈썹을 보면서 오비완은 감동받았다. 아들이 꼼지락거리며 숨을 쉬는 모습을 잠시라도 놓칠까 두려워 차마 몸을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어쩌면 오비완은 잘못 생각했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나킨이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서 오비완이 죽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진짜로 일어난 일은 아나킨과 함께 오비완이 태어난 일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인간의 신체가 견뎌낼 수 있는 가장 힘든 시련을 함께 이겨내고 동시에 이 세상 속으로 아들과 엄마로서 새롭게 태어났다. 이제 오비완은 엄마가 되었다. 아나킨은 오비완을 엄마로 만들어줬다.
"사랑해." 오비완이 아들에게 속삭였다. 그 말은 아나킨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비완에게서 들은 말이었다.
오비완은 홀로 아나킨에게 젖을 물릴 수 있는 2층 병실로 옮겨졌다. 콰이곤은 그 곳에서 아내와 아들을 찾아냈다.
오비완은 콰이곤에게 있었던 일을 전부 설명하고 싶었다. 잠깐 눈을 뜬 아나킨이 자신을 바라본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두 모자의 눈이 마주친 놀라운 순간 두 사람 모두 서로가 서로를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나킨이 자신을 품 안에 안고 있는 사람이 엄마라는 사실을 인식했다는 게 저절로 느껴졌다고 전해주고 싶었다. 오비완은 아들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특별한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느꼈다. 오비완뿐만이 아니라 모든 오메가들이 경험한 성스럽고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
그리고 삶이 가져다주는 기적이 그곳에 있었다.
오비완은 자신이 태어났을 때부터 아나킨이 자궁 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오비완은 모든 인간을 하나로 합쳐둔 것 같은 아기의 맥박을 느낄 수 있었다. 아기는 어머니가 아들만을 위해 만들어둔 음식을 오비완의 팔에 안겨 빨아먹고 있었다.
하지만이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인간의 언어로는 오비완이 느낀 모든 감정과 경험은 전부 바보같이 들릴게 분명했다. 그래서 오비완은 그저 자신과 아나킨의 이마에 입술을 갖다 대는 콰이곤의 입맞춤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내 사랑, 너무 미안해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가능한 빨리 오려고 했지만......" 콰이곤이 침대 가장자리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어느 때보다 진지해보이고 고통으로 가득 차있는 남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오비완의 심장이 떨어졌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방송국은 지금 비상이야. 파드메와 클로비스의 아들 알지? 꼬맹이 칼 말이야. 그 칼이 실종되었어. 집으로 걸어가는 칼을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있지만.... 아무도 그 아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파드메는..... 칼이 어디선가 잠들어버렸기를 기도하고 있을 뿐이야." 콰이곤은 담담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오비완은 남편의 억양을 통해 콰이곤조차 좋은 뉴스를 들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꼭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칼은 안전한곳에 있을게 틀림없어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냥 지금은..... 내 아내와 아들이 안전하게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 마침내 우리의 아들이 태어났고, 이것보다 더 중요한건 세상에 없을 거야." 오비완은 콰이곤의 말을 들으며 하나뿐인 아이를 잃어버린 어머니의 고통을 상상할 수가 없어서 그저 아나킨을 더 가슴 가까이로 끌어안았다. 왜 이 아름다운 세상에 그런 잔인함이 숨어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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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어머니의 진정한 고통은 흘러가는 시간을 막을 능력이 없다는 곳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나킨과 함께한 첫 번째 달은 믿기 힘든 기쁨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 시간동안 오비완은 한 사람이자 어머니가 되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아나킨은 오비완과 함께 한 사람이자 오비완의 아들이 되는 법을 배워나갔다. 그렇게 뼛속까지 차가운 겨울날에 두 사람의 인생이 함께 시작되었다.
칼의 시체는 며칠 뒤에 발견되었다. 아이를 마을 언덕 꼭대기에 있는 폐가로 데려간 범인은 칼의 몸을 조각내어 만약에 누군가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그걸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비공개 가족장으로 치러진 칼의 장례식에서 오비완은 검은색 옷을 입은 파드메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입을 꽉 다문 파드메는 메마른 눈동자로 기도문을 읊는 신부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파드메의 상실감과 그녀의 심장이 받는 고통은 너무 거대해서 차마 얼굴에 드러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오비완의 심장이 아파왔다. 몰약 냄새와 장례식 노래에 지친 아나킨은 오비완의 품 안에서 바르작거렸다. 오비완은 자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아무도 아나킨을 데려가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다짐하면서 아들을 더 가까이 끌어안았다. 오비완은 마지막 순간까지 아나킨의 작은 육체에 매달려 있을 생각이었다. 만약에 그러지 못한다면 차라리 아들과 함께 묻어달라고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게 어머니의 역할이니까. 그렇지 않은가? 오비완에게 어머니란 자식을 위해 살고 자식을 위해 죽는 자였다. 평생 동안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자식의 성장을 위해 바치는 게 어머니였다. 더 이상 아이에게 도움이 필요 없을 때까지, 아이가 혼자서 인생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 때까지 헌신하는 게 어머니였다.
파드메를 바라보고 있던 오비완은 예수의 어머니를 조각한 조각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푸른색 천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고 머리에 밝은 후광을 두른 성모는 두 손을 하나로 모은 채 두 눈으로는 천국을 바라보며 아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오비완은 신실한 신자였던 적이 없었다. 오비완의 가족은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을 기념하긴 했지만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고, 부모님은 매주 일요일마다 미사에 참석했지만 아들에게 함께 가자고 강요하지 않았다. 콰이곤과 결혼하기 전까지 오비완은 신앙 고백을 하거나 성찬 빵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신앙심이 옅더라고 어머니가 된 오비완은 성모 마리아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과연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자신과 같을까 고민했다.
시간은 거침없이 흘러갔다.
오비완에게 하루하루는 선물과도 같았다. 아나킨과 함께한 모든 순간과 경험은 아름답게 빛나는 보석이었다. 아나킨이 처음 혼자 힘으로 몸을 일으킨, 오비완이 과일 이유식을 먹이려고 하자 아나킨이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돌린 날, 아나킨이 첫 걸음마을 뗀 날, 아나킨의 머리카락이 자라기 시작한 날, 그리고 아들의 머리가 곱슬머리라는 사실을 오비완이 알아챈 날, 아나킨이 처음으로 '엄마'라는 단어를 말한 날, 그 말을 들은 오비완이 사랑에 휩싸여 기절할 것 같다고 느낀 날. 잇몸에서 처음 올라온 거친 유치로 머뭇거리며 오비완의 젖꼭지에 입질을 하는 아나킨. 그리고 아들의 배를 채워줄 수 있다는 사실에 신이 나있는 오비완의 유두. 아나킨의 웃음소리, 아나킨의 울음소리, 아나킨의 첫 번째 생일, 첫 번째 거짓말, 첫 번째 악몽. 이 보석들을 절대로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오비완은 모든 보석을 하나로 모아 주머니 깊은 곳에 보관해두었다.
매일이 전부 다 좋은 날은 아니었지만 오비완은 두 팔을 활짝 벌려 모든 하루를 껴안았다.
첫 번째 아들과 함께하는 첫 해에 오비완은 엄격한 부모조차도 아이의 일에 호들갑을 떠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오비완에게는 아나킨과 함께한 순간과 추억이 담긴 사진이 가득 차있는 상자가 여러 개 있었고, 이렇게 완벽한 아이가 세상에 존재하는 게 가능한가 싶어 혹시나 하는 생각에 기억과 마음속을 뒤지고 또 뒤졌지만 아무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아나킨은세살이 되었을 때 글을 읽기 시작했고 다섯 살이 되자 덧셈과 뺄셈을 할 줄 알게 되었다. 오비완은 섬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똑똑하고 가장 생각이 깊은 아이를 가지게 된 자신의 행운에게 감사했다.
하지만 아나킨의 성격이 고집이 세고 완강하다는 점도 사실이었다. 누군가는 그게 정상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나이대의 아이와 비교하면 아나킨의 성질은 너무 강했다. 유치원 선생님들은 오비완에게 아나킨이 많은 친구를 사귀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아나킨을 무서워하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놀이터에서 아나킨은 인정사정없이 굴었다. 다른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아나킨은 그네를 타고 있는 아이를 밀어버리고, 돌을 던지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오비완은 몇 번이나 아나킨에게 맞아 울고 있는 아이나 아이의 부모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는지를 잊어버렸다.
하지만 오비완이 아나킨을 볼 때마다 감동을 받은 것 또한 사실이었다. 아나킨은 마치 뛰는 대신 날아오르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오비완은 아들이 창공 속으로 날아가지 못하도록 아나킨의 발목을 붙잡아야했다.
"엄마, 빨리 와요!" 아나킨은 바다를 향해 뛰어가며 뒤를 향해 소리쳤다. 자자와 함께 해변에서 멀어지는 파도를 쫓아가다가 다시 몰려오는 물결을 피해 도망쳐 달아났다. "달려요. 달려. 그렇게 느리면 내가 이겨버릴 거예요!" 오비완은 아나킨의 뒤를 따라 달려갔다. 그리고 아이를 붙잡아 위로 들어 올리며 빙글빙글 돌렸다. 그렇게 두 사람의 몸은 소금기 있는 바닷바람을 일으켰고 세상에는 오직 아나킨의 웃음소리와 아이의 입술이 만들어내는 입맞춤 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나킨은 오비완의 얼굴 모든 곳에 입술을 가져갔다. 마치 오비완의 얼굴에 자신의 입술이 닿지 못한 부분은 조금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듯이 미친 사람처럼 입을 맞췄다.
콰이곤과의 관계에는 변화가 없었다. 오비완의 남편은 예전과 똑같이 상냥한 말을 해주고 여전히 다정하긴 했지만 첫날밤을 보내고 난 뒤와 달라진 게 없었다. 콰이곤은 오비완에게 잘해줬다. 매일 아침마다 이마에 키스를 해주고 히트가 오면 잘 돌봐주었지만 몇 년 뒤에 둘째를 가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오비완과의 섹스를 거부했다. 러트가 시작되어도 텔레비전 방송국 일이 너무 바쁜 나머지 흐지부지 지나가곤 했다. 그래서 오비완은 아내로서의 의무를 반만 수행할 수 있었다. 가끔씩 그들의 히트와 러트가 겹치면 콰이곤은 해줄 말이 없다는 듯이 천천히 오비완의 몸을 사랑이 담긴 손길로 만져주었다. 그럴 때마다 오비완의 육체는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자신이 콰이곤을 사랑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아미달라 가족과의 우정은 점점 더 두터워졌다. 매주 금요일이 되면 파드메와 클로비스는 점심이나 와인 한잔을 함께하기 위해 그들의 집에 방문하거나 오비완과 콰이곤이 마을 건너편에 있는 아미달라의 집에 찾아갔다. 파드메는 아나킨의 대모와도 같았다. 그리고 오비완은 아들을 잃은 파드메의 상처를 아나킨이 치료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파드메는 오비완의 아들이 자라면 아이의 아버지처럼 크고 강한 알파가 될 거라고 확언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오비완은 이렇게 어린나이부터 아나킨의 두 번째 성(性)을 잠정적으로 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그리고 아들이 어떤 성으로 발현하더라도 자신은 여전히 아나킨을 사랑할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빛나는 눈으로 아나킨을 바라보고 있는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말을 가로막는 무례한 짓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오비완, 아나킨을 봐요." 페드메가 기뻐하면서 외쳤다. "당신의 아들은 훌륭한 알파가 될 거예요. 사람들이 아나킨의 앞에 쓰러지면서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게 될 거예요."
오비완은 행복했다. 대부분은 행복했다. 누군가가 기분을 물어본다면 오비완은 '완벽한'과 '절대적인'이라는 형용사를 빼놓고는 자신의 행복을 묘사할 수가 없었다.
여섯 살이 된 아나킨이 스튜존의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자 아소카는 오비완에게 학업을 계속하라고 이어가라고 말했다. 이제 컴퓨터를 통해 할 수 없는 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고 아나킨이 반나절동안 학교에 있는 덕분에 오비완에게는 남는 시간이 생겼다.
"나는 잘 모르지만 미술사나 영화 같은 거를 공부하는 건 어때?" 오비완의 옆에 서서 그가 씻어 넘겨주는 접시를 말리며 아소카가 물었다.
"미술사라고?" 오비완이 질식하면서 되물었다.
"아, 뭐...... 네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너라면 법이든 행정학이든 전부 다 배울 수 있을 거야. 솔직하게 말하는 건데 너의 학업이 고등학교에서 멈췄다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아파."
오비완은 약간 짜증을 내며 고개를 돌려 아소카를 바라봤다. 하지만 아소카는 순진한척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 말을 오해해서 듣지 마. 뭔가를 제대로 배워두면 미래에 아나킨에게 도움이 될지 누가 알겠어. 그나저나 이 작은 악마는 어디에 간 거야? 우리가 부엌을 치우는 동안 거실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는데." 오비완의 친구가 아나킨이 1분 전에 있었던 곳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다음 며칠 동안 오비완은 학업을 이어갈지 말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결정을 내렸다. 그날은 일요일이었고 이른 아침 시간이었지만 집안은 조용했다. 벌써 방송국으로 출국한 콰이곤은 집에 없었고 오비완은 침대에서 15분만 더 누워있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순간 남편이 떠나고 차가운 냉기만 남아있던 옆자리에 아나킨의 가벼운 몸무게가 자리를 잡는 것이 느껴졌다.
"엄마?" 아나킨이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 "일어났어요?"
눈을 뜬 오비완은 아나킨의 빨간 뺨을 보자 아들이 뭔가 원하는 게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아직 잠에서 덜 깬 오비완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나킨은 오비완의 몸을 덮고 있는 이불 아래로 파고 들어왔다. 평생 동안 이 일을 해온 덕분에 전문가가 다 된 아나킨은 익숙하게 오비완의 잠옷 셔츠를 들어 올리고 손으로 오른쪽 젖을 움켜쥐었다.
"나는 콰이곤이 떠날 때가 좋아요. 엄마와 단 둘이 남아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를 할 때가 제일 좋아요." 아나킨은 오비완의 옆구리에 달라붙은 채로 조막만한 분홍색 입술을 오비완의 젖꼭지에 가져가면서 속삭였다. 그리고 젖을 빠는 대신 입술로 단단해진 유두 주위를 문질렀다. 갑자기 차가운 공기가 살갗에 닿자 오싹한 느낌이 든 오비완인 숨을 길게 내쉬었다. 오비완은 아나킨의 머리에 손을 얹고서 살짝 아들을 밀어냈다. 방금 침대에서 빠져나왔는지 아나킨의 머리카락은 헝클어져있었다.
"아니킨..... 아빠를 이름으로 부르면 안 돼."
"하지만 엄마. 마을 사람들은 전부 콰이곤이라고 부르잖아요." 아나킨은 투덜거리면서 입술을 내밀고 오비완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자그마한 다리로 오비완의 몸을 휘감고는 가슴에 단단히 매달렸다. 오비완은 여섯 살 먹은 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하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나이가 먹도록 젖을 떼지 못한 아이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아나킨만큼 완벽한 아들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오비완은 아나킨이 너무 끈질기게 애원하는 바람에 모유 수유를 멈출 수가 없었지만 자신의 육체가 아직까지 젖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그만둘 이유를 찾지 못했다. 아나킨이 우유를 요구하면 오비완의 육체는 아들이 원하는 것을 내주었다. 이건 자연의 섭리와도 같았다.
"그럼 왜 나는 엄마라고 부르는 거니?" 오비완이 물었지만 아이는 듣지 못했다는 듯이 오비완의 젖꼭지를 입술로 물고는 우유를 빨기 시작했다. 오비완은 아나킨이 아버지를 이름으로 부르는 게 싫었지만 그 생각은 아이가 젖을 빠는 순간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오비완은 다시 두 눈을 감고 머리를 베개에 눕혔다.
6년에 걸친 실습 끝에 아나킨에게 젖을 물리는 시간은 그들이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순간이 되었다. 아나킨은 오비완의 우유를 마시고 있는 순간만큼은 아기 천사처럼 차분해졌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오비완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만들어야하는 음식과, 아나킨의 숙제와, 집안일과, 미래, 아니면 과거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대신 아들이 따스한 입술이 아나킨만을 위해 존재하는 무언가를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밖으로 빨아 당길 때마다 느껴지는 조임만이 오비완의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그 느낌을 감히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아나킨은 반대쪽 젖을 만지작거리다가 자그마한 손가락으로 유두를 꼬집더니 예민해진 유방을 움켜쥐었다. 마치 오비완이 언제라도 일어나 아나킨의 곁을 떠나버릴 것처럼, 반쯤만 배를 채운 자신을 두고 가버릴 것을 알고 있다는 것처럼 조막만한 손에 힘을 주었다. 오비완이 아나킨을 버리고 가버리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겠지만 아들은 그 사실을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오른쪽 모유를 다 빨아 마신 아나킨은 몸을 일으키더니 오비완의 가슴 위로 기어 올라왔다. 그리고 반대쪽 젖꼭지를 입안에 담고는 힘껏 빨아들였다. 오비완은 아무 말 없이 손가락 두개로 아들이 오른쪽 가슴에 묻혀둔 침을 닦아냈다.
"오늘은 공원에 가볼까?" 오비완은 아나킨의 머리를 뒤로 쓸어주고는 땀에 젖은 따스한 목덜미에 손을 얹었다. 아나킨은 마시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비완은 아나킨이 만들어내는 꿀꺽이는 소리와 규칙적인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럼 오늘은 뭘 하고 싶니?"
아이는 젖꼭지에서 아주 조금만 입을 떼어냈다.
"공동묘지에 다시 가요."
오비완이 대답하기도 전에 아나킨은 다시 입을 다물더니 어미의 유두를 깨물고는 이빨로 젖꼭지를 부드럽게 긁어냈다. 익숙지 않은 감각에 오비완은 헉 소리를 냈다.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그건 고통 때문이 아니었다.
"아나킨..... 묘지에는 왜 가고 싶어?"
"모르겠어요...... 엄마는 무덤에 묻힌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어요?" 오비완의 가슴 위에 몸을 누인 아이가 그 작고 붉은 귀를 엄마의 심장 위에 얹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오비완의 가슴 털에다가 귀를 둥글게 비볐다.
"음.... 흙으로 변하지." 오비완은 인간의 시체가 썩어가는 과정을 말해줘야하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답했다. 가슴을 다시 이불이나 잠옷으로 덮고 싶었지만 아나킨은 여전히 그 위에 앉아서 손장난을 치며 혀로 가슴을 핥고 있었다. 그건 아무 의미가 없는 행동이었다. 이건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라 습관과도 같은 것이었다. 아나킨이 태어난 뒤부터 그들은 매일 아침마다 이 짓을 해왔었다.
"그럼 흙은요? 흙을 모으는 사람이 따로 있나요?" 아나킨이 아주 작고 호기심으로 가득 찬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지금 아나킨은 모든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나이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오비완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나이였다.
"그런 거 같진 않구나. 흙은 그대로 땅속에 남아있어."
"너는 흙이니, 흙은 흙으로 되돌아갈 지어다."
"그게 무슨 뜻이니?"
"그러면 영혼은요?" 아나킨이 되물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위쪽으로 기어 올라와 오비완의 목에 작은 얼굴을 비볐다. 모유를 마시는 것 다음으로 아나킨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지금처럼 오비완의 가슴에 누워서 엄마의 향을 들이마시는 것이었다. 오비완은 아나킨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면서 아들의 머리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향이 난다고 생각했다. 그건 마치 아침 햇살을 받은 꽃잎이 열리는 장면을 상상했을 때 맡을 수 있는 베이비파우더 냄새와 먼 바다에서부터 불어오는 소금기가 뒤섞인 냄새였다. 그 향은 지금 어머니의 목에 얼굴을 비비고 있는 자가 오비완의 아들이라는, 아나킨이라는 증거였다.
"모르겠구나."
"만약에 지진이 일어나면요? 홍수가 나면 어떻게 되나요? 뼈는 그대로 남아있어요?"
"그게....."
할 말이 없어진 오비완은 아들의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다. 정말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누군가가 땅에서 솟아난 시체를 치우긴 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누가 그런 일을 하겠는가? 너무 비위생적이지 않을까? 오비완은 한 번도 죽음 뒤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지 않았다. 어린 시절에 떠나보낸 강아지를 제외하면 가까운 누군가를 잃어본 경험도 없었다. 죽음에 대한 지식은 영화에서 배운 게 전부였다. 그 사실을 깨닫자 기분이 점점 나빠졌다. 오비완은 자신이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에 대해서도 아는 게 전무했다. 남편과 함께 스튜존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는 코러산트 밖으로 나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독서를 하지 않았고 관심 있는 분야도 없었다. 그저 아나킨의 어머니로서 인생을 전부 헌신하고 있었다.
아소카의 말이 옳았다. 언젠가는 아나킨이 도움을 요청하는 날이 오더라도 오비완은 아는 게 없어서 도와주지 못할게 틀림없었다.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면 죽은 자들이 썩지 않은 몸을 일으켜 다시 살아날지어니." 아나킨의 작디작은 머리에서 나온 문장을 듣는 순간 오비완은 깊이 빠져있던 생각에서 깨어났다.
"그건 어디서 들은 거야?" 오비완이 궁금해 하며 물었다. 그러자 아나킨은 오비완의 목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오비완의 코 바로 앞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바로 눈앞에 떠있는 아들의 앳된 얼굴을 보면서 오비완은 아나킨이 자신의 입술에 키스를 해버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나킨은 그저 입을 열었다.
"아주 옛날에 들었어요. 어떤 약속 같아요, 엄마."
스튜존의 공동묘지에 도착하자 아나킨은 몇 시간동안 혼자서 신나게 놀았다. 납골당 사이를 뛰어다니고 이끼로 뒤덮인 비석에 적힌 글귀를 손가락으로 따라 읽었다. 아소카는 양 손에 커피를 들고 조금 늦게 왔다.
최근에 아소카는 모자의 베이비시터가 되었다. 아나킨뿐만이 아니라 오비완까지도 아이 돌보듯이 대하고 있었다. 오비완은 아소카만이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제기랄. 정말로 아름다운 곳이지 않아? 여긴 우리가 우리의 죽음만을 위해 만든 곳이야. 아름다운 동시에 소름끼치지." 아소카가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말했다. 말을 하면서도 아소카의 두 눈은 덤불 앞에서 웅크리고 앉아있는 아나킨의 작은 몸에 고정되어 있었다.
"오늘 아침에 아나킨이 홍수가 나면 무덤 아래의 뼈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는데 무슨 말을 해줘야할지 몰라서 답을 못해줬어." 오비완은 아나킨이 완전히 집중한 채로 땅을 파내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글쎄. 여기서는 지하로 3미터는 파내고 나서야 관을 묻는 걸로 알고 있는데? 스튜존은 모든 무덤을 땅 위의 납골당에 만드는 몬 칼라가 아니야. 당연히 거기서는 비가 많이 내린 날이면 강에 떠내려가는 시체를 볼 수 있겠지만 여긴 스튜존이라고." 아소카는 그게 상식이라는 듯이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아소카의 말은 오비완에게 위안을 주는 대신 그의 마음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전혀 몰랐어. 그냥.... 이제 와서 보니까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거 같아."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지. 언제가 우리가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소카 네가 맞았다는 거야." 오비완이 아소카를 바라보며 말했다. "남는 시간에 할 만한 직업을 찾아보는 게 좋겠어."
"내 친구가 하고 싶은 거라면 뭐든지 내가 응원해줄게. 게다가...... 야! 아나킨! 거기서 도대체 뭘 가져오는 거야?"
고개를 돌린 오비완은 붉은 뱀을 손에 쥐고 있는 아나킨을 발견했다. 땅에서 뽑힌 그 뱀은 그들이 바닷가에서 찾아낸 산호와 같이 피처럼 붉은색을 띄고 있었다. 다리 없는 생물이 아이의 조막만한 손을 휘감는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아나킨쪽으로 달려 나갔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아소카가 아나킨의 손을 쳐내 뱀을 풀어주자마자 오비완은 놀란 나머지 울음을 터트린 아들을 들어올렸다.
"저 애는 잘못한 게 없어요! 그냥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고요!" 아나킨은 자신이 뱀을 꺼낸 땅 구멍을 아소카가 흙으로 덮는 동안 오비완의 팔에 얼굴을 파묻고 서럽게 울면서 소리쳤다.
"애니, 너 미쳤어?" 아소카가 화가 난 척 목소리를 높였다 "이게 무슨 짓이야. 처음에는 방에서 잡은 쥐를, 그 다음에는 파리 떼 시체를 모으더니 이제는 뱀까지 집에 들여오려고? 다음에는 도대체 뭘 가져올 생각이야?"
아나킨은 오비완이 안아주고 달래주면서 다 괜찮다고 속삭여 주었지만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아소카는 목소리를 누그러트리고는 달래듯이 말을 이어갔다.
"내가 황금 십자가를 걸어주었을 때 있었던 일을 기억해? 아직 목에 알레르기 때문에 난 발진이 남아 있잖아. 아나킨, 너는 작고 약해. 그런 너를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게 너희 엄마와 나의 의무야."
주말이 되자 오비완은 사이버 대학에서 진행하는 3년 과정의 행정학 수업에 등록했다.
그날 밤 남편에게 자신의 결심을 털어놓자 콰이곤과 파드메는 오비완의 결정을 환영했다. 그들은 오비완이 학업을 마치면 함께 TV 방송국에서 일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오비완이 몇 년 동안 공부를 하는 동안 파드메는 많은 도움이 되어주었다. 3년 뒤 오비완이 최종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 코러산트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 올 때까지 파드메는 몇 번이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새로운 변화를 반기지 않은 사람은 아나킨뿐이었다. 아나킨은 유일하게 오비완의 변화를 싫어한 사람이었다.
매월 말마다 오비완은 코러산트에 있는 대학에 가기 위해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 페리를 타야했다. 그때마다 아나킨은 울면서 일어나 제발 가지 말고 자신과 함께 있어달라고 오비완에게 매달렸다. 오비완은 아나킨을 데려가게 해달라고 남편을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함께 가서 큰 도시에서 모험을 즐기면 아나킨에게도 좋을 거라고 아무리 애원해도 콰이곤은 아들이 배를 타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다며 단호하게 거부했다.
여기에 더해 오비완이 길게 자란 머리를 짧게 잘라버린 일은 아나킨에게 믿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배신처럼 다가온 것 같았다. 프로페셔널하게 보이도록 머리를 단정하게 자르고 돌아온 날, 아나킨은 낯선 사람을 보는 것처럼 엄마를 쳐다보면서 그 머리가 싫다고 소리쳤다. 그뿐만이 아니라 오비완이 대학에 가는 날이면 아나킨은 모유를 마실 수 없었다. 그건 엄마가 섬에 없음으로서 아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이었다.
"그냥 단 하루뿐이야." 오비완이 아나킨의 뺨을 타고 흐르는 크고 둥근 눈물을 닦아주면서 말했다. "네가 잠들기 전에 돌아올 거라고 약속할게."
하지만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아나킨은 계속해서 불공평하다고 외쳤다. 오비완은 자신의 엄마이고 자신은 엄마를 아주 많이 사랑하는데 어떻게 자기 혼자서만 집에 남아있어야 하냐고 소리를 질렀다. 뒤에 남겨져서 엄마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건 불공평하다며 지치지 않고 매달렸다.
선미에 선 오비완은 아들의 손을 잡은 콰이곤과 울고 있는 아나킨을 바라봤다. 아나킨의 통곡소리는 파도의 속삭임과, 페리의 고동소리와, 행복하지 않은 오비완의 불안한 숨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만약에 아나킨에게 기회가 온다면 아이는 한 순간도 오비완에게서 떨어지지 않을 것이었다.
코러산트에 도착하고 나서도 아들과 물리적으로 분리되었다는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비완은 마치 폐를 스튜존에 두고 온 것처럼 숨을 쉬기가 어려워 하루 종일 가슴을 붙잡고 대학을 돌아다녔다. 섬으로 돌아올 때에는 파도를 가르며 항해하고 있는 게 아니라 마치 바닷속 깊은 곳의 해저를 걸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귀가 먹먹했고 눈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며 마음은 텅 비어버렸다. 스튜존의 대지에 발을 내리고 집에 도착했을 때도 오비완은 아무것도 들을 수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었다. 사라졌던 감각들은 아나킨의 방으로 들어갔을 때야 다시 오비완에게로 돌아왔다.
매달 코러산트에 다녀오는 날이면 콰이곤은 오비완을 깨우며 침대로 돌아가라고 속삭이면서 정장과 신발을 벗겨주었다. 아들 방에 불을 켤 때마다 콰이곤은 아나킨의 작은 싱글 침대에서 모자가 뒤엉킨 채로 함께 잠을 자며 숨을 쉬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마치 그들은 한 몸이 된 것처럼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은 한 몸이었었다. 오비완은 출산으로 인한 분리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나킨이 오비완의 자궁에 잉태되는 순간 모자는 손톱과 살처럼, 이빨과 잇몸처럼 절대로 분리 될 수 없는 하나의 덩어리가 되었다. 자궁에 자리를 잡은 태아와 모체를 구별할 방법은 없었다. 오비완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나킨 역시 이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 사랑은 너의 사랑이며 너의 고통이 나의 고통일지어니. 오비완은 아나킨을 잉태한 순간부터 어머니의 언약을 지켜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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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누군가가 모든 것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냐고 묻는다면 오비완은 두 가지 대답을 해줄 수 있었다.
첫 번째 대답은 이해하기 쉬웠다. 왜냐하면 그날은 세상이 눈에 보일 정도로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오비완은 당일 날보다 며칠 전 날짜를 지목할지도 모른다. 콰이곤이 의심스러운 행동을 했던 순간과 집 한가운데 서서 자신의 마음이 왜 이렇게 불안한지를 고민했던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고 말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코러산트에서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서류 작업을 마치고 행정학 졸업식에 참가할 일정을 세우고 있던 오비완은 이게 모든 일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조금도 모르고 있었다. 아소카는 함께 가주겠다고 제안했고 이제 아홉 살이 된 아나킨은 분노에 사로잡혔다. 아나킨은 엄마와 함께 가게 해달라고 아버지에게 애걸복걸했지만 콰이곤은 안전을 이유로 들먹이며 칼같이 거절했다. 그 대신 엄마가 볼일을 보는 동안 함께 방송국에 가자고 말했다. 그곳에는 지루한 코러산트의 대학보다 아나킨이 흥미로워할 것이 훨씬 더 많을 거라고도 덧붙였다.
"가기 싫다고요! 거기서 나는 냄새가 싫어요! 그곳 사람은 전부 다 싫어요!" 방 한가운데 선 아나킨은 비디오 게임이 담긴 상자를 반대편 벽으로 던져버리며 고함을 질렀다.
콰이곤은 그저 팔짱을 낀 채로 문가에 서서 아나킨을 바라봤다. 콰이곤의 뒤편에 선 오비완은 방송국에서 나는 냄새를 상상해보려고 했지만 남편과 함께 그의 직장에 가본 적이 없어서 아무 냄새도 떠올릴 수가 없었다.
"세상에, 아나킨이 너에게 집착하고 있는 게 보여?" 콰이곤이 오비완을 향해 돌아보면서 속삭였다. "서로를 위해 떨어지는 게 좋을 거라는 내 말을 이제는 이해했겠지?"
아나킨은 바닥에 몸을 내던지더니 카펫에 얼굴을 파묻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들을 달래주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오비완이 아나킨을 향해 한 걸음 앞으로 발을 내디뎠지만 콰이곤의 팔꿈치에 막혀버렸다.
"아나킨은 아직 어린애에요. 아직 감정을 다스릴 줄 몰라서 순식간에 폭발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느끼고 있는 감정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커서 저러는 거라고요." 오비완이 애원하듯이 말했다.
"그게 내가 걱정하는 거야. 아나킨에게 이건 너무 커." 콰이곤은 아나킨에게 다가가려는 오비완을 막으면서 아리송한 대답을 했다.
콰이곤과 아나킨은 이른 아침에 스튜존을 떠나는 오비완과 아소카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부두에 나오지 않았다. 오비완은 그때 알아차려야했다. 그 순간이 모든 것이 변하는 시작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했다. 만약에 오비완이 아나킨을 억지로 데려 왔더라면, 아들에게 뭔가 다른 말을 했더라면, 붉게 달아오른 아들의 뺨에 입을 맞추고 도시에서 선물을 사오겠다는 약속을 하는 대신 다른 언약을 했더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무언가 다른 행동, 다른 말을 했더라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오비완은 아소카와 단 둘이서 코러산트로 향하는 페리를 타겠다는 선택을 내려버렸다. 그리고 며칠에 걸쳐 여러 개의 시험을 본 뒤에 졸업식에 참석했다. 학위를 받고서 강당의 객석을 바라본 오비완은 자신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있는 사람이 아소카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작은 몸집에 푸른 머리카락을 가진 오비완의 친구는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당연히 오비완은 그 자리에 있어준 아소카에게 감사했다. 하지만 만약에 저기서 박수를 치고 사람이 아소카가 아니라 남편이고 그 옆에 아들이 앉아있었더라면.......
"그래서." 오비완을 끌어안고 축하의 말을 건넨 아소카는 얼굴에 장난꾸러기 악마 같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아나킨이 또 다른 병을 옳기는 생명체를 등 뒤에 감추고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할 때 짓는 미소와 똑같았다. "로비에서 오메가 전용 바 전단지를 봤는데 한 잔 하러 가지 않을래? 베타도 오메가랑 같이 가면 들어갈 수 있데."
오비완은 아나킨을 가진 뒤로 시간이 없어서 술을 마시러 외출을 한 적이 없었다. 호텔 밖의 거리는 휘황찬란한 빛과 밤의 음악으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아소카와 함께 거리를 걸어가던 오비완은 지금까지 자신을 위한 인생을 살지 못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아소카는 모르는 사람을 붙잡고 바가 어디에 있는지 질문을 하는 방법과, 간단한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방법과, 다음에 해야 하는 말을 생각하는 방법과,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비완은 아소카처럼 할 자신이 없었고 하는 방법도 몰랐다. 지금까지 오비완은 그저 다른 사람의 아내와 엄마가 되기 위해서 2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걸까? 그게 오비완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었나?
아소카가 맥주를 건네주며 건너편 테이블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며 웃고 떠드는 여자 오메가 무리에게 오비완을 소개시켜줬을 때 오비완은 아나킨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함께 왔더라면 아나킨은 이 도시와 사랑에 빠졌을 것이다. 코러산트의 높은 빌딩들, 밝은 색으로 칠해진 거리, 북적이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사로잡혔을 게 분명했다. 이곳은 모든 점에서 스튜존과 아주 많이 달랐다. 아나킨은 코러산트의 모든 구석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을 것이다. 오비완이 그랬던 것처럼.
두 친구는 쉬지 않고 술을 들이켰다. 어느 순간 아소카가 건너편 테이블의 여자와 시시덕거리며 화장실로 사라져버리자 오비완은 알콜과 피곤에 지친 몸이 잠에 취해 늘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오비완은 친구를 바에 놔두고 택시를 잡아 호텔로 돌아갔다.
오비완은 너무 술에 취해있었다. 침대 위로 몸을 던져 넣고 나서야 자신이 신발과 코트를 어디엔가 벗어던졌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알콜은 피를 차갑게 식히는 동시에 몸을 뜨겁게 달구었고 두근거리는 맥박에서는 열이 나는 것 같았다. 일어나서 물을 마시고 세수를 하고 싶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머리는 빙글빙글 돌았다.
얼마나 오랫동안 엎드려 누워있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오비완은 호텔방을 조용히 열고 들어는 아소카의 인기척을 느꼈다. 아소카의 발소리는 방을 가로질러 오비완이 누워있는 침대 가까이 다가왔다. 오비완은 아소카가 자신의 옆에 눕더니 팔로 허리를 감는 것을 느꼈다.
"아..... 아소카..... 여긴 네 침대가 아니야. 저리 가." 오비완은 아소카를 옆으로 밀면서 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순간 자신의 옆에 누워있는 사람이 아소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건 검은 옷을 입은 남자였다. 어두운 방에 내려앉은 그림자에 가려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소리를 지르거나 방어할 시간이 없었다.
남자는 순식간에 오비완의 뒷목을 붙잡더니 그대로 오비완의 얼굴을 베개에 대고 꾹 눌렀다. 마치 먹이를 덮치는 육식동물처럼 빨랐다. 오비완은 버둥거렸지만 남자의 반대쪽 손이 팔을 뒤로 비트는 바람에 일어날 수가 없었다. 공포 때문인지 아니면 알콜 때문인지는 몰라도 팔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오비완은 오직 온 몸을 타고 도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공포만을 느낄 수 있었다.
"쉬......" 뒤쪽에서 남자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남자의 목소리는 오비완의 생각보다 훨씬 젊었다. "나는 오직 네가 좋아하는 것만 해줄 거야. 더러운 남창을 위해 내가 왔어."
남자는 오비완의 다리를 벌리더니 그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오비완의 정장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방 안에는 오비완이 버둥거리는 소리와, 벨트를 푸는 소리와, 오비완의 등 뒤에 있는 남자가 내는 거친 숨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남자의 손은 무서울 정도로 뜨거웠다. 꼭 끓는 물에 넣었던 손으로 오비완을 만지고 있는 것 같았다. 뒤에서 오비완을 깔아뭉개는 남자의 몸은 너무나도 뜨겁고 무거웠다. 남자에게서는 사막의 태양빛을 받은 모래와, 제단에 피우는 향과, 재의 냄새가 났다.
등 뒤에서 남자가 오비완의 속옷과 셔츠를 가차 없이 찢어버리는 소리가 나더니 맨 엉덩이에 닿는 남자의 뜨거운 손이 느껴졌다. 남자는 넓은 엉덩잇살을 주무르더니 손톱을 깊게 박았다. 두려움에 빠진 오비완은 몸서리를 쳤다. 하지만 왜 공포심과 함께 흥분도 동시에 느껴지는 걸까.
"남편의 손을 마지막으로 받아본 게 언제지? 그놈은 너의 가치만큼 대해 주는가? 그런 거 같지 않네. 너는 다른 사람에게로 가야 해. 너의 가치를 알아주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는 사람, 너에게 어울리는 알파의 것이 되어야 한다고." 남자는 뜨거운 얼굴을 오비완의 목에 파묻고는 예의도 모르는지 천박하게 오비완의 페로몬 분비선을 빨기 시작했다. "그 인간은 여기를 물지도 않았잖아. 얼마나 불쌍한지. 정말 안타까워...... 나에게 부탁한다면...... 네가 나에게 부탁만 한다면......"
남자는 두 손으로 오비완의 엉덩이를 단단히 움켜쥐더니 그 사이를 벌려 안에 숨어있던 부위를 드러냈다. 오비완은 패닉과 욕정 사이의 혼란 속에서 숨을 삼켰다. 남자의 말은 사실이었다. 콰이곤은 더 이상 오비완에게 손을 대지 않았고 부부의 관계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섹스가 없는 플라토닉한 일상에 익숙해지고 있었고 그들의 결혼 생활은 오직 아들만을 위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남자가 해주는 그런 종류의 애무를 경험 했을 때 오비완은 콰이곤과의 과거를 떠올리며 그리움에 떨었다. 비록 얼굴도 모르는 낯선 사람이 그자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손을 대는 것일지라도 오비완의 육체는 이미 더 많은 것을 갈망했다.
남자의 뜨거운 손을 통해 오비완은 자신의 육체가 다른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자신을 품에 안은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혀주고, 오메가처럼 다뤄주고, 박아주고, 뱃속을 아이들로 채워주기를 원했다. 하지만 이런 욕망을 숨기는데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이걸 말로 표현하는 방법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제발...." 눈에 고인 눈물을 매단 채로 오비완이 애원했다. "제발.... 해치지 말아주세요. 저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가 있어요. 제발......."
"하지만 나는 너를 해치러 온 게 아닌데." 젊은 남자, 그 괴물이 답했다. 그리고 오비완은 남자의 입술이 닿은 자신의 허벅지가 반응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반대야."
남자는 오비완을 아주 세게 깨물었다. 먼저 허벅지 사이의 여린 살을 깨물더니 위로 올라와 엉덩이 골을 물었다. 죽을 거라는 공포에 사로잡힌 오비완은 필사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오비완은 비명을 지르고 몸을 떨면서 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몸이 움직여지지 않아서 모든 부위를 물어버리는 남자의 이빨을 느끼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남자는 마치 오비완의 비명소리가 끝나기 전에 그의 육체의 모든 곳에 표식을 남기고 싶은 것처럼 허벅지 안쪽, 엉덩이, 옆구리 가리지 않고 모든 부위를 깨물었다. 오비완은 남자가 자신을 죽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벌거벗고 표식이 남은 육체를 전부 다 드러낸 이 꼴로 시체가 되어 발견될 거라고 생각했다.
마침내 입질을 끝낸 남자는 몸을 일으키더니 이곳에 온 이유를 하기 시작했다. 오비완은 남자가 침을 뱉는 소리를 들었다. 차가운 침이 보지 입구에 달라붙는 느낌이 나더니 엄지손가락 두개가 그 틈을 벌리기 시작했다. 아플 정도로 벌려지는 입구의 틈 사이로 남자의 침이 흘러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너무 아름다워. 너는 이 자세로 평생 동안 고정시켜둬야 해. 내가 원할 때면 언제든지 너를 가질 수 있도록 항상 지금처럼 엎드려서 무릎을 꿇고 속살을 내보이고 있도록 만들 거야."
남자의 성기가 단번에 안으로 파고드는 순간 오비완은 좆이 아니라 불에 달궈진 칼에 찔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것만큼 뜨거운 강철은 단 한 번의 허리짓만으로 오비완의 자궁 가득이 화염을 불어넣었다. 알파와 오메가는 함께 신음소리를 냈다.
겨우 고개를 들어 뒤를 돌아본 오비완에게는 방의 어둠에 가려진 남자와 마치 오비완의 엉덩이를 뜯어내려는 듯이 둔부 살을 붙잡아 열고 있는 흰 손만이 보였다. 남자는 사납게 허리를 흔들면서 오비완의 내부에 폭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매번 뿌리 끝까지를 처넣으며 배를 오비완의 엉덩이에 문질렀다. 그리고 동시에 오비완의 어깨를 깨물면서 점점 위로, 목 가까이로 올라왔다.
"허락만 해주면 해줄게." 남자의 목소리는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화염이 아니라 벨벳처럼 부드럽게 들렸다. 너무 부드러워서 부자연스럽게 들릴 정도였다. "나한테 부탁만 해줘. 그 한마디만 하면 돼. 연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해줘요, 엄마."
남자는 오비완의 머리채를 움켜쥐더니 오비완이 그의 얼굴을 보도록 억지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오비완은 그 남자가 아나킨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건 스튜존에 남아있는 작고 분홍색과 황금색이 뒤섞여있는 아나킨이 아니었다. 그건 어른이 된 아나킨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나킨은 아나킨이었다. 바다 유리와 같은 색의 눈동자와, 갈색 곱슬머리, 그리고 오직 아나킨만이 지을 수 있는 미소를 띈 오비완의 아들이 바로 거기 있었다.
아니다. 이럴 리가 없다. 이건 아나킨일리가 없다. 이건 환상이다. 커튼 너머서 흘러들어오는 불빛이 만들어낸 장난이다. 하지만 아나킨은 허리짓을 멈추지 않았다. 추진력이 붙은 속도로 더 강하게 오비완을 박으면서 아무도 닿지 못했던 곳까지 들어가고 아무도 잃게 만들지 못했던 오비완의 통제력을 사라져버리게 만들었다. 가장 최악인 점은 오비완이 절정에 거의 도달했다는 사실이었다. 아들의 좆으로 가게 된다는 오비완의 인생 최악의 일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엄마....." 아나킨이 오비완의 보지 안으로 박아 넣으며 말했다. "엄마....." 단어 하나를 말할 때마다 허리를 튕겼다. "전화를 받아요....." 아나킨은 어느 때보다도 더 불규칙한 숨소리를 냈다. "엄마....." 거대한 알파의 좆이 안으로 들어올 때마다 오비완은 칼이 여린 속살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빨리 전화를 받아줘요......"
오비완은 안으로 몰려들어오는 아들의 정액을 느꼈다. 아나킨의 좆이 안에서부터 커지더니 욱신거리는 질벽을 사정없이 늘려갔다. 자궁경부로 쏟아지는 정액이 자궁에 차오르는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오비완을 사로잡은 오르가즘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번개처럼 강력했다. 오비완은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그저 두 눈을 감고 입을 벌린 채 억눌린 울음소리가 입술사이로 빠져나가도록 두었다. 그리고 머리채를 붙잡고 있는 아들의 팔이 마치 망망대해에 떠있는 나뭇조각이라도 되는 것처럼 매달렸다.
그렇게 두 사람은 어머니와 아들이 절대로 하면 안 되는 방식을 통해 하나로 이어졌다. 그들은 충격적인 오르가즘을 함께 느끼며 죽음처럼 느껴질 정도의 황홀경에 휩싸였다. 어쩌면 정말로 그랬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순간 정말로 오비완은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그 뒤에 일어난 사건들은 전부 지옥에서 일어난 일일지도 모른다.
오비완은 다시 눈을 떴다. 호텔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믿을 수 없어 두려움에 떨면서 침대에서 일어난 오비완은 자신이 바에 갔을 때와 똑같은 옷을 그대로 입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마치 방으로 들어와 속옷을 찢어버린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오비완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멀쩡한 옷을 입고 있었다. 오비완은 조심스럽게 가슴을 더듬어봤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올려 목과 얼굴을 만져봤다. 몸에는 생체기하나 없었다. 여전히 불이 켜져 있는 방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건 전부 꿈이었다.
갑자기 들려오는 휴대폰 벨소리에 오비완은 정신을 차렸다. 그건 꿈이었다. 벨소리는 오래 전부터 울리고 있었다는 듯이 조용한 방안을 찢어버리듯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건 전부 꿈이었다. 신이시여. 오비완은 만약에 그게 전부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다시는 맥주를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오비완은 충격으로 떨리고 있는 상체를 일으켰다. 마치 몇 시간동안 달리기를 했던 것처럼 두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돌아누운 채로 오비완은 두 침대 사이의 탁자 위에 놓여있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아소카의 침대는 여전히 비어있었다. 방에 도착하고 전화가 울릴 때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여보세요?"
"엄마, 무슨 일 있어요?" 아나킨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오비완의 온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아나킨은 부루퉁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화해주겠다고 약속했었잖아요. 왜 안했어요?"
"맞아..... 미안하구나. 너무 피곤해서 잠들어버렸어....."
전화기 너머서 아나킨이 부스럭거리며 뭔가를 준비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나킨은 부엌에 있는 전화기로 전화를 건 것 같았다. 손목시계를 확인해보니 벌써 자정이 다 된 시간이었다. 이 시간이면 아나킨은 자고 있어야 하지 않나? 애 아빠는 어디 간 거지?
"엄마가 보고 싶어요. 너무 심심해요. 콰이곤이랑 방송국에 가기 싫어요. 게다가 파드메는 볼 때마다 언덕에 가자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거기는 파드메가 말하는 만큼 좋은 곳이 아니에요."
"무슨 언덕?"
"옛날에 양떼 목장이 있었던 곳이요. 콰이곤은 엄마가 어딘지 안다고 그랬어요."
아나킨의 말을 들은 오비완은 너무나도 놀랐다. 예의 없이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는 아들의 말버릇을 지적하는 것을 잊을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그 언덕. 그 양떼 목장. 당연히 오비완은 그게 어딘지 알고 있었다. 그곳은 칼의 시체가 발견된 언덕이었다.
"아나킨, 방금 뭐라고 한 거야? 아빠는 어디에 계시니? 자고 계셔?"
잠시 동안 아나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화기 너머로 아나킨의 숨소리와 칼로 도마를 내려치는 소리를 들려왔다.
"아나킨?"
"나는 그게 좋아요. 엄마가 내 이름을 온전히 불러주는 게 좋아요. 파드메는 언제나 나를 애니라고 불러요. 애니 이거 봐, 애니 저거 해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엄마가 여기에 없으면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그들에게 몇 번이나 말했어요. 뭐라고 말해도 안 할 거예요. 엄마가 옆에 없으니까 아무것도 재미없어요." 아나킨은 힘껏 무언가를 자르듯이 끙끙거리는 소리를 냈다. 한쪽 손으로는 전화기를 잡고 있는 바람에 한손으로 그것을 자르는데 애를 먹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하! 내가 한 말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정말 웃긴 표정을 지었었어요. 엄마도 그걸 봤어야 했는데."
오비완은 갑자기 현기증을 느꼈다. 여전히 술에 취한 채 꿈속의 현실 속에 갇혀 있는 것만 같았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이 외롭고 이상한 방안에는 아나킨의 목소리만이 귓가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오비완은 미쳐가고 있는 걸까? 아나킨의 말을 들으며 오비완은 침대 가장자리로 기어갔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침대 끝에 걸터앉는 순간 속옷이 젖어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뭐라고 말했는데?"
"그들은 내 부모가 아니라고 말했어요." 아나킨의 목소리와 함께 아삭 하고 사과를 깨무는 소리가 들렸다. 그 말을 하는 아나킨의 목소리는 마치 비디오 게임을 깨거나 학교에서 일등을 했을 때처럼 자랑스러움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들이 아무리 되고 싶어 하더라도 그건 절대로 현실이 되지 못할 거예요. 하지만 솔직히...... 이건 전부 엄마 때문이에요. 엄마가 잘못했어요. 엄마는 아무데도 가지 말고 나랑 여기에 남아있어야 했어요."
오비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멀리서 콰이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니! 뭐 하는 거야?"
"엄마한테 전화해요. 엄마가 보고 싶어요."
"이리 주렴. 이제 방으로 돌아가거라, 애니. 오비완과는 내가 통화하마."
아나킨이 실망스러운 소리를 내며 의자에서 뛰어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콰이곤에게 전화기를 건네주기 전에 아나킨은 마지막으로 외쳤다. "내일 봐요, 엄마.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 오비완이 답했지만 그가 보낸 작별인사를 들은 사람은 콰이곤이었다. 전화기 너머로 콰이곤의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하네. 방에서 잠든 걸 봤었는데 언제 내려왔는지....."
"아니에요. 괜찮아요. 딱 좋을 때 전화를 해줬어요."
"거기 일은 다 괜찮고?"
"여보, 아나킨이 당신과 파드메가 오래된 양떼 목장에 데려갔다고 말했어요. 거긴 갈만한 곳이 아니지 않나요."
콰이곤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네게 말했다고? 아무 일도 없었어. 그냥 산책을 갔을 뿐이야. 그 애가 가까이 가보고 싶어 했지만 우리가 허락하지 않았어. 파드메 역시 거기에 가는데 아무 거리낌이 없었고. 파드메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너도 알잖아. 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오비완은 휴대폰을 귀에 댄 채로 일어나서 단 몇 분 만에 일어난 일들을 전부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 꿈, 아나킨의 말, 파드메의 이름을 발음하는 콰이곤의 말투, 과거의 잔재에 불과해진 칼의 생명.....
"칼이 아나킨 나이었을 때 죽지 않았나요?" 잠깐의 침묵 뒤에 오비완이 물었다. "아홉 살이었잖아요. 아나킨과 같은 나이었을 때 칼은 살해당했어요."
콰이곤은 오랜 시간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입을 연 콰이곤은 그저 이렇게 말했다. "잘 자, 오비완. 좀 쉬도록 해."
다음날, 오비완과 아소카는 스튜존으로 돌아갔다.
아소카는 오비완에게 그녀가 어젯밤에 정복한 여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소카의 마음을 훔친 여자는 그들이 바에서 만났던 여성 오메가 무리 중 한명이었다. 아소카는 그 여자의 붉은 머리카락과 감각적인 몸매에 대해 늘어놓으면서 자신이 사랑에 빠진 게 분명하다고 털어놨다. 페리가 출발하자 아소카는 미안하지만 잠을 좀 자야겠다며 좌석에 앉아 졸기 시작했다. 잠이 든 아소카는 행복해보였다. 비록 머리는 엉망이고 화장은 번져있었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뱃머리로 걸어간 오비완은 바다와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난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페리가 바다를 가를 때마다 생기는 거품을 바라봤다. 이제 오비완에게는 고등교육을 받았다는 증명서가 생겼다. 이제 콰이곤과 파드메와 함께 방송국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 아니면 다시 집에 갇혀서 더 이상의 지식을 쌓지 못한 채 남은 인생을 아나킨에게 바쳐야 할까?
어느 샌가 처음 보는 노인이 오비완의 옆에 서있었다. 오비완은 노인이 담배를 피기 시작했을 때야 그자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바다라.... 생각해보면 바다는 모든 생명의 어머니지."
"어... 그런 거 같네요." 오비완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흠.... 맞아. 바다는 정말 어머니 같은 존재야. 아름답고 거대하지만 위험하기도 하지. 바다가 손수 만들어낸 그 모든 난파선을 생각해봐. 자기 배로 낳은 아이들을 다시 자신의 자궁 속으로 돌려보낸 거지. 바다는 그걸 안타까워했을까? 아니면 행복했을까?" 노인은 아주 평범한 질문을 하는 것처럼 미소를 지은 채로 물었다.
"어머니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식을 사랑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오비완은 다른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 성모 마리아라면 어떻게 했을까. 만약에 가브리엘이 마리아가 가진 아이가 신의 아들이 아니라 악마의 아들이라고 전해주었다면? 과연 자신의 자궁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를 기쁘게 맞이해줬을까? 물론 성모가 기뻐하든 슬퍼하든 달라지는 건 없었을 거야. 이런 세상에. 신, 아니면 사탄, 그것도 아니면 다른 전능하신 누군가가 마리아의 육체를 전쟁터로 선택했어. 인류의 영혼을 위한 강간이었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시작과 끝. 알파와 오메가. 성경에 나와 있잖아. 가장 위대한 알파는 완벽한 오메가를 종복으로 차지할거라고. 그 둘이 맺을 관계가 얼마나 성스러울지 상상해 봤는가? 그건 새로운 질서의 시발점이 될 관계라네."
갑자기 들이닥친 추위에 오비완은 소름끼치는 전율이 온몸을 타고 도는 것을 느꼈다. 오비완은 노인의 말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난간에서 일어선 오비완은 노인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어주고는 자리를 떴다. 하지만 몇 걸음을 가기도 전에 노인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Dear 오비완, 자네의 아들은 잘 있나?"
깜짝 놀란 오비완이 뒤를 돌아봤다.
"죄송하지만 제 아들을 아십니까? 제 이름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노인이 활짝 미소를 짓자 누렇고 깨진 이빨이 드러났다. 하지만 노인의 인자한 얼굴에는 선한 미소가 떠있었다. 펍 밖에 모여앉아 카드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아침에 마주치면 아무런 음흉한 의도 없는 순수한 인사를 건네는 나이든 알파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비완은 당장 자리를 뜨고 싶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마을 사람이라면 그 아이를 모를 리가 없지. 한 달에 한번은 TV에 나오니까. 오, 아주 재능 많은 아이야. 얼마 전에는 단어를 거꾸로 말하기도 했었지! 저번 달에는 시청자들이 전해주는 문장을 라틴어로 번역하기도 했고. 정말 대단한 아이야." 노인은 그 말이 전부 사실이라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비완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저 노인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죄송하지만 잘못 아신 것 같습니다. 제 아들은 방송에 출연한 적이 없습니다."
"아니지. 당연히 나왔지. 꼬마 아나킨은 제 힘으로 그가 대단한 아이라는 사실을 증명해냈어. 아직 의심하는 사람이 몇 명 있지만 아나킨은 미래에 훌륭한 사람이 되서 그 사람들의 생각을 바로잡아줄 거야. 물론 두려움의 노예들은 항상 같은 말을 하지만....."
"뭐라고 합니까?" 노인이 말꼬리를 흐리자 오비완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런 재능은 천사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하지...... 이제 작별 인사를 해야 할 때가 왔구먼. 혹시 뭐든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메인 스트리트에 있는 내 가게에 들르게나. 자네의 작은 친구 아소카는 가게가 어디에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어. 너무 안타까워..... 정말 안됐어...." 노인은 뒷말을 흐리고는 바다를 향해 돌아서서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건 아들의 옷을 씻어내는 어머니에 관한 노래였다. 노래 속에서 어머니는 아들의 옷에 묻은 것이 피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페리가 스튜존 부두에 닿자 오비완은 노인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휘파람을 불며 메인 스트리트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봤다. 아소카는 연신 하품을 하며 어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목욕을 하고 싶다고 중얼거리느라 그 노인을 보지 못했다.
아소카를 그녀의 집에 내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온 오비완은 곧바로 아나킨을 찾기 시작했다.
위층으로 올라간 오비완은 TV가 있는 방에서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는 아나킨을 발견했다. 오비완은 문가에 선 채로 아들의 블론드 머리를 바라보며 눈앞에 펼쳐진 평화로운 이미지를 들이마셨다. 아나킨을 보는 것만으로도 오비완의 심장은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간 오비완은 아나킨이 우물거리며 무언가를 입에 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막대사탕일까? 다시 한 걸음 더 걸어가자 아나킨의 입 밖에 나온 긴 흰색 막대가 보였다. 아나킨이 앉아있는 곳 바로 옆에 다다르고 나서야 오비완은 아나킨의 입술 사이에 있는 것이 자신의 임신 테스트기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비완이 아나킨을 가졌음을 확인시켜준 그 테스트기는 오비완과 아나킨이 몇 년 동안 함께 쌓아온 추억이 담긴 사진과 다른 기념품들과 함께 상자에 보관되어 있었다. 테스트기의 뚜껑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아나킨은 오비완이 9년 전에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소변을 본 부분을 빨고 있었다.
오비완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린 아나킨이 벌떡 일어나 뛰어들었다. 아나킨은 행복하고 흥분한 표정을 지으며 양 팔을 벌려 오비완을 껴안았다.
"엄마! 돌아왔네요! 너무 너무 보고 싶었어요!" 오비완은 카펫 위로 무릎을 꿇으며 무너졌다. 그리고 힘껏 아들을 안아주었다. 다시 아나킨을 품에 안게 되어 행복했지만 아나킨이 바닥에 뱉어버린 임신 테스트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나킨의 침이 묻은 테스트기는 TV에서 흘러나오는 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그건 죄악이었다. 오비완이 처음 시작한 죄악을 아나킨이 이어받았다.
만약에 누군가가 모든 것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냐고 묻는다면 오비완은 두 가지 대답을 해줄 수 있었다.
첫 번째 대답은 이해하기 쉬웠다. 왜냐하면 그날은 세상이 눈에 보일 정도로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오비완이 코러산트에서 일주일을 보내기 위해 스튜존을 떠나던 바로 그 날이었다.
두 번째 대답은 더 끔찍했다. 하지만 어쩌면 이게 진짜 정답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오비완이 결혼식을 올린 날 밤, 아나킨을 자궁에 품은 날 모든 것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
완벽한 천국 같았던 삶이 오비완의 눈앞에서 변하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변화는 옛날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동안 오비완의 눈을 가리고 있던 천이 이제야 벗겨진 게 아닐까.
오비완은 노인에게서 아나킨이 TV에 나왔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콰이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콰이곤은 마치 미친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오비완을 바라봤다. 그때 그들은 파드메와 클로비스의 집에 저녁을 먹으러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거울 앞에 선 콰이곤은 넥타이를 매면서 오비완의 말을 듣다가 입을 열었다.
"오비완,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나킨을 버라이어티 쇼에 데리고 나가놓고 어떻게 나에게 숨길 수가 있어요? 그것도 내가 스튜존을 떠나는 날에만. 당신이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이해가 안가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코러산트에서의 여정이 너무 힘들었어? 그게 아니면 도대체 왜..... 여기에 관한 이야기는 예전에 끝냈잖아. 게다가 아나킨은 코러산트에 가는 대신 아빠의 방송국 일을 돕는 게 더 나을 거라고 말했던 건 너였잖아." 콰이곤은 거울을 통해 오비완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돌처럼 굳은 오비완은 자신이 언제 그런 말을 했는지를 기억해내려고 열심히 기억 속을 헤집어봤다.
"그럴 리가 없어요. 내가 그런 일을 허락할리가...."
"오비완, 혹시 몸이 안 좋아?" 콰이곤은 뒤를 돌아보면서 진심어린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파드메와의 저녁 약속을 취소할까? 내가 내 아내의 허락을 받지도 않고 아들을 어딘가 데려갈 리가 없잖아. 너도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닌걸 알고 있으면서."
"하지만...... 당신은 위험하다고 아나킨이 페리에 타는 걸 허락하지 않았잖아요." 오비완은 콰이곤과의 대화를 기억해내려고 노력하면서 흔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정확히 언제 어디서 그 대화를 나눴는지가 기억나지 않았다.
"아니야 오비완. 그렇게 말한 사람은 너였어." 남편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하면서 오비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너무 피곤한 거 같은데 좀 쉬는 게 어떨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은 그만 하고. 괜찮은 저녁을 먹으면 좀 나아질 거야. 혹시.... 곧 히트인가?"
오비완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마치 방 안의 공기가 전부 사라진 것처럼 숨을 쉬기가 힘들었고 주변의 모든 움직임과 섬의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 아니면 완전히 다른 현실 세계에 들어섰거나. 스튜존의 모든 사람, 거리, 집은 오비완이 코러산트에 가기 전과 완벽하게 똑같지만 뭔가 살짝 옆으로 빗겨난 듯한 느낌을 지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비완에게는 이걸 증명할 방도가 없었다. 이 미칠 것만 같은 기분의 원인을 찾을 수가 없어서 너무 답답했다.
"네. 몇 주 내로 히트가 시작될 거예요." 이건 명백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오비완은 대답할 수 있었다.
"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했나 보네. 그럼 이제 나갈까. 그리고 제발 밖에서는 그렇게 히스테릭하게 굴지 말아줘."
파드메와 클로비스의 집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아미달라 가족의 집은 콰이곤의 집과 아주 달랐다. 콰이곤의 집이 해변에 있는 고풍스러운 별장처럼 생겼다면 파드메의 집은 오래된 역사책에서 튀어나온 것 같았다. 오비완은 이 집의 건축 양식이 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뾰족한 삼각형 모양의 지붕과 그 위를 뒤덮고 있는 정교한 장식과 아치모양의 창문을 보고 어쩌면 고딕 양식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주 어두운 에메랄드 초록 페인트로 칠해진 벽도 고딕 양식일지도 모른다는 오비완의 생각에 확신을 줬다. 이 아름다운 집에 올 때면 오비완은 언제나 집이 그를 향해 거대한 입을 벌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그건 입이 아니라 오비완을 뚫어져라 감시하는 눈일지도 모른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클로비스가 언제나 똑같은 특유의 냉담한 태도로 그들을 맞이했다. 항상 클로비스는 그들과 함께 있지 않을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처럼 행동했다. 그의 검은 머리카락은 뒤로 빗어 넘겨져 있었고 손에 들려있는 레드 와인이 담긴 잔은 벌써 반이나 비어있었다. 클로비스의 뒤에서 나타난 파드메는 두 팔을 활짝 벌려 오비완의 졸업을 축하해주었다. 언제나처럼 붉은 옷을 입고 완벽하게 치장을 한 파드메는 남편과는 다르게 오비완이 이 집에 와줘서 아주 행복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벌써 졸업이라니. 정말 좋은 소식이에요. 오비완의 위대한 여정을 위해 우리가 다음 계획을 세워뒀어요. 방금 클로비스랑 당신이 코러산트 지부의 비지니스 파트너가 되어주면 완벽할 거라고 말하고 있었거든요."
"음.... 고맙지만 지금은 집에 있어야 할 거 같습니다. 아나킨의 옆만큼 소중한 곳이 없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거든요." 오비완은 파드메에게서 떨어져 콰이곤을 향해 돌아보면서 말했다. 하지만 콰이곤은 파드메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오비완이 자기가 아나킨의 TV 출현을 허락했던 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더군. 그래서 그런지 아나킨을 많이 걱정하고 있어."
콰이곤의 말에 파드메가 비웃음이 섞인 웃음을 터트리자 오비완의 마음이 불편해졌다. 말도 안 되지만 오비완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을 자신만 모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면 그들이 오비완이 이해하지도 못하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낄낄거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 하지만 아나킨이 아빠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한다고 말했던 건 오비완 당신이었잖아요."
"나는 아나킨이 서커스의 광대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에요. 섬의 많은 사람들이 벌써 아나킨을 알고, 아나킨이 무슨 마술 트릭을 부린 것처럼 '아이의 재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요." 오비완은 TV에 나온 아나킨을 본 적이 없었다. 그저 페리에서 만난 노인이 말해준 정보와 지금 콰이곤과 파드메가 말하고 있는 것만을 가지고 말을 이어나갔다. 자신이 무엇에 반발하고 있는지도 정확히 몰랐지만 말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나킨의 얼굴이 알려지는 게 문제가 될 거 같지는 않아요." 파드메는 마치 오비완에게서 정신 나간 말을 들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파드메의 목소리는 오비완을 안심시키려는 듯이 부드러웠다. "여기는 작은 마을이에요.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다 알고 있고, 당연히 아나킨을 모르는 사람도 없죠. 하지만 오비완..... 부자가 당신만 빼놓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냥 그렇게 말해주세요."
"오비완, 그 애는 내 아들이기도 해." 콰이곤이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그리고 파드메 옆을 지나가는 순간 그녀의 허리에 손을 잠시 얹었다가 떼어냈다. 그건 아무 의미가 없는 친구끼리의 순수한 인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장면을 목격하는 순간 오비완은 뭔가 끔찍한 느낌을 받았다.
"아니, 나는.... 그냥......."
그때 클로비스가 끼어들었다.
"그래서, 저녁을 먹긴 먹을 겁니까? 아니면 여기에 서서 쓸데없는 주제를 가지고 계속 떠들 생각입니까?"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오비완은 남편과 파드메 사이의 기묘한 친밀감을 눈치 챘다. 두 사람은 서로를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오비완과 콰이곤이 서로에 대해 아는 것보다도 더. 말을 하지 않아도 그들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아는 것 같았고, 마치 눈빛만으로도 대화가 가능해 보였다. 오비완은 한 번도 남편과 그런 관계에 이르러본 적이 없었다.
디저트를 먹고 나자 파드메와 콰이곤은 설거지를 하겠다며 부엌으로 갔다. 오비완은 대접받은 음식을 먹은 게 실수였다고 생각하며 화장실에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비록 접시의 반만 비웠음에도 불구하고 과식을 한 것처럼 배가 꽉 찬 것만 같았고 잠이 쏟아지는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화장실로 가는 길에 오비완은 클로비스와 파드메가 칼을 기리기 위해 자리를 내서 만들어둔 작은 탁자를 지나쳤다. 지난 9년 동안 탁자 위의 물건들을 봐온 오비완은 그곳에 뭐가 있는지를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한 가운데 있는 가장 큰 사진 속에서 교복을 입은 칼이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고 있었다. 카메라 플래시에 반사된 주근깨와 붉은 머리는 희게 변색되었다. 오른쪽에는 파드메가 아기 칼을 안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입술을 붉게 칠하고 곱슬거리는 갈색 머리를 한 파드메는 지금과 다른 게 없어보였다. 오른쪽 액자에는 이 집 거실에서 찍은 가족사진이 들어있었다. 검은머리의 클로비스와 갈색머리의 파드메 사이에 서있는 칼의 붉은 머리는 어둠속에서 타오르는 작은 불꽃처럼 보였다. 마치 곧 사그라질 운명을 모른다는 듯이 환히 거실을 밝히고 있었다.
사진 주위에는 꽃과, 칼이 살아있었을 때 가지고 놀았던 작은 장난감과, 오비완이 전에 보지 못했던 책이 놓여있었다. 오비완은 두꺼운 검은색 가죽으로 묶여있는 책을 향해 손을 뻗어 표지를 쓸어봤다.
"아름다운 아이였어요."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파드메의 목소리에 오비완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태어났던 순간부터 아름다웠어요. 칼처럼 조용히 태어난 아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어요. 세상의 빛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모든 게 다 괜찮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듯이 울지도 않고 차분히 내 품에 안겨 있었는데...... 칼이 처음 말한 단어가 '천국'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었나요. 아마 우리보다 자신이 먼저 천국에 돌아갈 거라는 운명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싶어요." 오비완은 그 이야기를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조용히 파드메의 말을 들었다. 파드메는 지난 9년간 이 이야기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려줬다.
"아나킨이 처음 말한 단어는 '엄마'였습니다." 오비완은 이런 말을 하는 자신이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에게 굳이 아나킨이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강조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오비완 내면의 무언가가 그 말을 하도록 부추겼다. 아나킨이 처음 한 말은 오비완에게 한 말이며, 인간의 언어를 사용해서 아나킨이 처음 한 일은 오비완을 부르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파드메가 알기를 바랐다. 아나킨은 오비완의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주기를 원했다.
파드메는 읽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칼의 탁자로 다가가 검은 책을 집어 들어서 품안에 꼭 껴안았다.
"느꼈나요, 오비완?" 파드메는 오비완을 바라보지 않고 말했다. 그녀의 오닉스색 눈은 사진 속 칼의 회색 눈동자에 고정되어 있었다. "당신이 오메가로 발현했을 때 모성애의 부름을 느꼈나요? 당신의 몸에 대해 알기 전부터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어머니의 운명을 깨달았나요?"
오비완은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봤다. 그래. 오비완은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었다. 아나킨은 오비완의 운명이 이루어진 것에 지나지 않았다.
"아나킨을 가지게 된 것은 내 인생에서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이에요." 오비완이 대답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이상하고 혼란스러워서일까, 아니면 오비완이 가장 잘 아는 것은 아들에 관한 것이기 때문일까? 오비완의 입은 또 다른 말을 덧붙이고 말았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거예요. 내 목숨을 잃더라도 내 인생은 아나킨만을 위해 존재해요."
파드메는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다. 그건 오비완의 말을 이해했다기보다는 슬픔에 빠진 미소에 더 가까웠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 집에서 가장 선한 사람이군요."
가을은 마치 바람의 숨결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섬으로 돌아오는 겨울을 환영하듯이 낮은 짧아졌고 하늘과 바다는 회색빛을 띄며 일렁였다.
콰이곤은 오비완에게 채널 6의 행정팀으로 함께 일할건지를 빨리 결정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오비완은 콰이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오비완을 섬 밖으로 다시 나가게 만드는 거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게다가 다시는 아나킨과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 코러산트로 가기 싫었다.
아나킨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임신 테스트기 사건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오비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바닥에 떨어진 테스트기를 주워서 박스에 돌려두었다. 아나킨은 오비완이 코러산트로 떠나기 전과 똑같은 작은 옥색 눈동자와 반짝이는 블론드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었다. 여전히 주말이 되면 잠든 오비완을 깨워 셔츠를 들어 올리고 젖꼭지를 깨물며 모유를 찾는 오비완의 아들이었다. 아들만을 위한 영원한 헌신의 분수처럼 오비완의 가슴에서는 쉼 없이 우유가 솟아났다.
오비완은 더 이상 아이에게 젖을 물리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나킨의 열 번째 생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오비완은 이 전통에 종지부를 찍어야 했다.
하지만 오비완은 이건 그냥 어머니가 아들의 배불리 먹이는 거라고, 그 이상의 뜻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아나킨은 영원히 모유로 가득 찬 젖에 입술을 누르며 배를 채웠다. 오비완은 그런 아들의 머리카락을 진주 같은 이마 너머로 쓸어주면서 내일은 꼭 '아들아, 언젠가는 이걸 그만두어야 하는 때가 올 거란다.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해주겠니. 그날이 오면 네가 고통스러워할 만큼 나도 고통스러울 거란다.'라고 말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건 그들이 온전히 서로의 것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어머니의 가슴과 아들의 입술 사이에는 콰이곤이나 파드메 같은 다른 사람이 들어올 틈이 없었다. 그곳에는 오직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나 이불 아래로 기어들어와 따스한 작은 손과 메마른 입술로 어미의 잠을 깨우는 아나킨과, 눈을 뜨고 벌써 옷이 다 벗겨진 상체를 일으켜서 아들이 목을 축일 수 있게 몸을 내주는 오비완만이 존재했다. 그렇게 그들은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경탄스러운 방식으로 연결되었다. 두 모자를 영원히 묶어줄 그 어떤 언약과 사슬보다도 튼튼한 강력한 관계는 그들의 육체와 뼈와 피 속에 새겨졌다.
물론 오비완이 원하지 않더라도 예정된 일은 일어날 것이고, 오비완에게는 그걸 막을 힘이 없었다.
다음 주 토요일 아침이 밝자 오비완은 함께 시장에 가겠다는 아소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다. 콰이곤이 출근하고 없는 집에는 잠든 아나킨만이 남았다. 오비완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자자는 뒷마당 나무에 목이 매달려있었다. 불쌍한 개는 혀를 길게 빼고 목줄에서 빠져나오려고 허공에서 온몸을 비틀며 반쯤 죽어가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부엌 바닥에 떨어진 시장바구니에서 튀어나온 양파가 굴러감과 동시에 오비완은 마당으로 달려갔다. 충격적인 광경에 심장이 너무 세차게 뛰어서 기절할 것만 같았다. 오비완은 스카프와 장갑을 벗을 생각조차 못한 채 허겁지겁 자자를 목줄에서 풀어줬다. 땅으로 떨어진 자자는 오비완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숨기고 고통스럽게 낑낑거렸다.
오비완의 뒤에서 콰이곤이 나타났다. 콰이곤의 손은 아나킨의 어깨에 올라가 있었다.
"여보? 이게 무슨 일이에요? 누가 자자를 이렇게 매달아둔 건가요?" 오비완은 개를 쓰다듬어주려고 했지만 가엾은 짐승은 너무 겁에 질린 나머지 오비완의 다리 사이에 주둥이를 박고는 움직이려고 들지 않았다.
"내가 그랬지." 콰이곤이 덤덤하게 인정했다. 오비완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 개새끼가 우리 아들에게 한 짓을 봐."
아나킨은 양 손을 들고 오비완에게 붕대가 감겨있는 자그마한 손을 보여줬다. 손바닥 한가운데는 흰 붕대위로 새어나오는 둥근 핏자국이 보였다. 아나킨은 아픈 것 같지는 않았지만 어딘가 슬퍼보였다. 오비완은 단지 몇 시간만 집을 비웠을 뿐인데 어떻게 그 사이에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아나킨에게로 다가간 오비완은 무릎을 꿇고 아들의 손을 조심스럽게 살펴봤다. 그리고 양 손에 한 번씩 입을 맞춰주었다.
"자르마쉬가 이런 거야?"
"방송국에 있는데 집에서 전화가 오더군." 콰이곤은 모자 뒤에 우뚝 서서 말했다. 아나킨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오비완에게 콰이곤의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내가 집에 왔을 때 일은 벌써 터져있었어. 네가 집에 없다는 걸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살면서 이렇게 놀란 적은 처음이야. 엄마가 되어서 부주의가 이런 비극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어떻게 아직까지 몰라?"
"아나킨..... 정말 미안하구나.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아나킨은 눈물이 차오르는 두 눈으로 오비완을 바라보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완전한 슬픔에 빠져있는 아나킨을 보자 오비완의 마음이 산산조각 났다.
"저건 보내줘야 해." 오비완의 남편이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의 피 맛을 한번 본 개는 그걸 절대로 잊어버리지 못하지."
"네? 아니요. 자자를 죽일 수는 없어요." 오비완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면서 콰이곤에게 외쳤다.
"개야, 아니면 네 아이야.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게 좋을 거야."
오비완은 다시 무릎을 꿇고 아나킨의 눈을 들여다봤다. "아나킨, 이게 네가 바라는 거야? 우리가 자자를 죽이기를 원해?"
아나킨은 울음을 터트리더니 오비완에게 달려들어 안기려고 했다. 그러자 콰이곤은 아나킨의 어깨를 붙잡더니 뒤로 끌어당겨서 아이를 오비완에게서 떼어냈다.
"엄마, 왜 내가 아니라 자자를 선택하는 거세요?" 아나킨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자 오비완은 자신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느꼈다. 너의 고통이 나의 고통일지어니..... "왜..... 엄마한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내가 아닌가요?"
오비완에게는 자자에게 목줄을 걸고 집을 나서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자자를 뒷좌석에 싣고 스튜존의 동물병원으로 향하는 운전대를 잡은 오비완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한 오비완은 차에 앉은 채로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병원 앞에서 오랫동안 가만히 있었다. 30분의 고민 끝에 오비완은 아소카의 집을 향해 운전대를 꺾었다. 아소카는 혼란에 빠진 표정을 지으며 문을 열어줬다.
"미안해. 어디를 가야하는지 모르겠어."
오비완은 아소카의 거실 한가운데 서서 있었던 일을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자자는 그 옆에서 오비완이 최후의 만찬으로 사준 소뼈를 씹고 있었다.
"그거 정말..... 이상하지 않아?" 인상을 찌푸린 아소카가 의아한 듯이 말했다. "자자는 한 번도 공격적이었던 적이 없었잖아."
"그리고 아나킨은 자자에게 못된 장난을 친 적도 없고. 내가 자자와 같이 못 자게 하자 아나킨은 울기까지 했었어. 하지만..... 그 애의 손에 난 상처는......"
아소카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비완은 아소카가 허리를 굽히고 미소를 지으며 자자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을 보면서 엄청난 안도감을 느꼈다. 이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오비완의 삶에는 아직 주변의 광기에 휩쓸리지 않은 불꽃이 남아 있었다.
"괜찮아, 오비완. 다 괜찮아 질 거야. 자르마쉬는 여기에 두고 집에 가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봐.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는 내가 돌봐줄게. 지금은 우선 '천국보다 낯선'을 볼래? 시간이 지나면 자자도 방귀는 그만 뀌고 원래대로 돌아오겠지."
오비완은 아소카에게 사료를 가져다주고 콰이곤에게 자자를 영원한 안식에 빠트리는 대신 임시 거처를 찾아주었다고 말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집은 비어있었다. 아나킨과 콰이곤 둘 다 집에 없었다. 대신 복도에 있는 거울에 쪽지가 남겨져있었다.
'우리는 방송국으로 가요. 저녁에 돌아올게요. 사랑해요'
오비완은 차가운 웃음을 터트렸다. 사랑한다고 적혀있는걸 보니 아나킨이 쓴 쪽지가 틀림없었다. 남편에게서 마지막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게 언제였더라? 9년 전 그들의 결혼식 날이 마지막이었다. 오비완은 콰이곤이 오직 아나킨을 얻기 위해 자신의 육체를 이용했다고 냉소적으로 생각했다. 목표를 이룬 콰이곤은 오비완에 관한 모든 것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입안에 감도는 씁쓸함을 느끼며 오비완은 자자의 사료, 밥그릇, 쿠션, 장난감까지를 전부 챙겨서 아소카의 집으로 돌아갔다.
문을 두드렸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봤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더 세게 두드리자 문이 저절로 열렸다. 아소카가 일부러 문을 잠그지 않은 걸까?
"아소카? 필요한 거 다 가져왔어."
오비완은 거실을 둘러보고 화장실까지 살펴봤다. 하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아소카의 집은 다 큰 골든 레트리버와 성인 여성이 숨을 수 있을 만큼 크지 않았다. 집안에는 숨쉬기가 불편할 만큼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아있었다. 아소카는 언제나 음악이나 영화를 틀어놨었다. 웃음소리가 크고 감정을 숨기지 않고 말하는 아소카의 주위는 항상 시끌벅적했다. 자자와 함께 산책을 나간 걸까? 오비완이 개 용품을 가지고 돌아오겠다며 집을 나선 건 겨우 30분전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도대체 무슨 일이......
오비완은 살며시 아소카의 방문을 열었다. 그곳 역시 비어있었다. 굳게 닫힌 창문 너머로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보였다.
그리고 아소카의 방 한가운데는 자자의 파란색 목줄이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개와 아소카가 여기에 있었다는 듯이 조용히 바닥에 놓여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 자리에는 오로지 침묵만이 감돌고 있었다.
오비완은 이게 의미하는 바를 생각하면서 목줄을 집어 들었다.
첫 번째 방울이 떨어졌을 때 오비완은 자신이 잘못 느꼈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방울을 맞았을 때는 갑자기 비가 밖에서 내리는 바람에 천장에서 물이 샌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 방울이 떨어지고 나서야 오비완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곳에서 떨어지는 게 물이 아니라 피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비완의 바로 위에는 다락방으로 통하는 출입구를 열 수 있는 밧줄이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피를 잔뜩 머금은 밧줄에서는 붉은 핏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오비완은 손을 뻗어 밧줄을 붙잡았다. 얼굴에 떨어지는 따스한 핏방울이 아소카의 것일 리가 없으니까,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오비완은 그대로 밧줄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오비완의 눈앞에 아소카의 시체가 떨어졌다. 그건 아소카이기보다는 인형에 더 가까웠다. 왜냐하면 그건 더 이상 아소카가 아니니까.
오비완은 천장에서 떨어져 침대에 처박힌 시체가 아소카일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건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아소카였다. 갈색 피부와 푸른색 머리카락을 자랑하며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질 거라고 오비완에게 약속했던 아소카였다. 하지만 이제 아소카의 몸은 내장을 내보이고 기괴하게 팔다리를 꺾은 채 절단된 목 부분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침대 아래로 떨어진 아소카의 머리는 텅 빈 눈으로 오비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소카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이자 피 냄새를 몰고 와 모든 것이 괜찮지 않을 거라는 언약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그 뒤에 일어난 일을 오비완은 기억하지 못했다. 한 시간 뒤에 도착한 경찰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아소카에게 특별히 원한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지, 혹시 아소카의 가까운 친척을 아는지를 물어봤던 것은 얼핏 기억에 남아있었다. 어느새 오비완은 경찰서에 앉아있었고 앞에 서있는 경찰관은 개를 다락방에서 발견했다고 말했다. 자자 역시 아소카와 같은 방식으로 살해된 채로 발견되었다.
완벽한 정적. 완벽한 백색소음만이 오비완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집에 도착해서 복도의 거울을 지나치는 순간 오비완은 자신이 아소카의 피를 얼굴에서 닦아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머리와 이마에 떨어진 피는 이미 검게 말라붙어있었고 푸른 셔츠 위의 핏자국은 아직 선명한 붉은색을 띄고 있었다. 오비완은 그대로 거울 앞에 굳은 채 거울 속의 자신을 가만히 바라봤다. 어느새 창밖의 해가 지고 복도에 어둠이 내려왔다. 그리고 어디선가 나타난 작은 두 손이 오비완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붕대를 감고 있는 어린 아이의 손이 보였다. 잠시 동안 오비완은 자신이 정말로 현실에 있는 건지 의심했다. 그 무엇도 현실 같지 않았다. 어쩌면 호텔방에서 있었던 일처럼 꿈이 아닐까? 그냥 오늘 하루는 전부다 꿈..... 아니, 악몽이 아닐까?
"엄마? 무슨 일 있어요?" 아들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뒤를 돌아본 오비완은 쓰러지듯이 무릎을 꿇고 아나킨을 꼭 껴안았다.
"아가야.... 정말 미안하구나. 나쁜 소식이 있어."
하지만 아나킨은 오비완을 뒤로 밀어내더니 엄마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오비완은 아나킨의 손을 잡아 멈춰 세웠다.
"아나킨, 아가, 잠깐만....."
"나중에 말해주면 안돼요? 배가 고파요."
"이건 심각한 일이야. 끔찍한 일이 벌어졌어." 오비완이 목에 힘을 주고 말했지만 아나킨은 손목이 잡힌 채로 오비완의 가슴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그대로 셔츠를 풀어헤쳤다.
"그래서요? 신경 안 써요. 나는 그들이 원하는 데로 했으니까 이제 내가 원하는 걸 할 차례에요. 이 세상에서 이거보다도 더 내가 원하는 건 없어요."
아나킨은 오비완의 손을 떼어내더니 어미의 셔츠를 완전히 열고 브라를 들어올렸다. 완전히 드러난 오비완의 젖가슴을 보면서 아나킨은 눈앞의 광경에 놀라며 난생 처음으로 숨을 죽였다. 오비완은 아나킨에게 이렇게까지 모든 것을 내보인 적이 없었다. 차오른 모유로 무거워진 유방이 두 모자의 사이로 툭 튀어나왔고, 아들을 먹일 준비를 끝낸 젖꼭지는 이미 뻣뻣이 서있었다.
"아나킨....." 오비완은 아들의 이름을 속삭이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엄마." 붕대가 감긴 작은 손이 오른쪽 가슴에 올라오는 순간 깜짝 놀란 오비완은 숨을 들이마셨다. "기분 좋게 만들어줄게요. 다른 사람은 생각도 안 나게 해줄게요."
⁑
아소카의 단출한 장례식은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그렇게 아소카의 수습된 시신은 이웃들의 도움으로 구입한 장례지에 묻혔다.
아소카에게는 가까운 친척이 없었고 섬의 친구들 몇 명을 제외하면 특별히 교류를 하던 사람도 없었다.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던 콰이곤은 오지 않았지만 오비완은 아나킨을 데려갔다. 오르가나 신부님이 아소카를 위한 장례 미사를 접전하는 동안 아나킨은 멀리 떨어진 비석 사이를 뛰어다니며 놀았다.
모든 사람들이 돌아가자 오비완은 땅 위에 생긴 작은 흙더미에 페리윙클과 푸른 수국을 놓았다. 그제야 자신의 발아래에 스튜존에서 알게 된 최고의 친구가 누워있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자리에서 일어나고 나서야 오비완은 페리에서 봤던 노인이 자신의 옆에 서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비완은 아까 그 노인이 아소카의 명복을 빌어주기 위해 모인 작은 장례 행렬에 섞여있었던 것을 봤었다. 아소카가 노인을 변태 같은 인간이라고 불렀던 게 생각났다. 오비완은 노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유를 정확하게 꼬집어낼 수 없었다.
"젊은이의 죽음은 언제나 안타깝지." 노인이 오비완에게로 다가가면서 입을 열었다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도 안타까움은 변하지 않아."
오비완은 아나킨을 찾아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데도 보이지 않자 불안에 빠져들었다.
"죄송하지만 저는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습니다."
노인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듯이 두 손을 들어보였다. 그저 완전히 결백해 보이는 노인처럼 보였다. 만약에 오비완이 콰이곤에게 묘지에서 봤던 노인이 기분 나빴다고 말한다면 남편은 그저 오메가가 히스테리를 부린다고 생각할 것이었다. 아소카의 죽음 뒤에 찾아온 히트의 전조증상은 오비완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옅은 미열과 절망을 느끼며 오비완은 그저 언제나처럼 침대에 둥지를 만들고 이 열기가 지나갈 때까지 아나킨을 품에 안고 있을 수 있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꼬마 아나킨은 잘 있나? 친구의 죽음을 잘 견뎌내고 있는가?"
"제 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비완은 여전히 눈으로 아나킨을 찾으며 간결하게 말했다. 아소카의 무덤 주위에서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이 나뭇가지를 뒤흔들었다.
"그렇다면 그 아들에 대해..... 예수에 대해 이야기 해야겠구먼. 정말 착한 아이었지. 안 그런가? 너무 착한 나머지 전 인류를 위해 희생하고 어머니를 죽음보다도 더 비참한 고통 속에 남겨두겠다고 결정했지. 그렇다면 마리아는 무엇을 원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아들의 죽음을 원했을까? 아니면 아무도 그들을 절대 괴롭힐 수 없는 평화롭고 안전한 곳으로 가서 아들과 함께 영원히 살기 수 있기를 바랐을까?"
오비완은 스튜존 성당에 있는 성모 조각상을 떠올렸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푸른 옷을 걸친 성모는 오비완이 가장 좋아하는 상이었다. 성당에는 다른 상도 있었는데 그 중에는 피에타를 묘사한 것도 있었다. 단출한 보석을 두른 검은 벨벳을 걸치고 왕관을 쓴 성모는 눈물을 흘리며 무릎에 누워있는 죽어버린 아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건 탄생의 반대이자, 실수, 아들의 죽음을 봐야했던 어머니에 관한 상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선택한 운명이 자신에게 가져다준 고통을 축하해야만 했다.
마리아가 원한 것이 무엇이었을 거냐고?
아들이 고통 받지 않기를, 영원히 살 수 있기를 원했겠지. 오비완은 생각했다.
"마리아에게 또 다른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해보세. 다시 예수를 임신했지만 이번엔 이 아이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하늘에 외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예수는 세상을 구하지 못했겠지. 마리아는 인류의 구원 대신 아들의 목숨을 선택할 수 있을까?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비완? 과연 마리아는 아들의 생명을 위해 세상의 종말을 묵인해버릴까?" 험악한 바람이 죽음만을 위해 지어진 장소에서 휘몰아치고 있었지만 노인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노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오비완은 고개를 저었다.
"오메가, 자네 아들에게 기이한 상처가 생겼더군." 노인이 오비완의 등 뒤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고개를 돌린 오비완은 노인의 손 끝이 향하는 곳에 아나킨이 있음을 발견했다. 아나킨은 무덤 앞에 홀로 앉아 흙장난을 치면서 무언가를 집어 들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런 상처를 가진 사람은 많지 않았다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말을 무시하면서 아나킨에게로 달려간 오비완은 아들을 땅에서 들어 올려 노인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어머니와 아들이 떠난 공동묘지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아소카의 무덤에 놓여있는 푸른 꽃이 거센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아소카의 장례식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은퇴한 대학 교수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코러산트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던 교수는 사어(死語)를 연구하는 학자였고 콰이곤의 말에 따르면 그는 아나킨이 라틴어에 재능을 타고 났다고 칭찬했었다. 오비완은 그 교수를 기억했다. 그는 아소카와 함께 시장에서 마주칠 때면 항상 긴 대화를 나누곤 했던 노인이었다. 다음 날, 마당에서 죽어있는 스튜존 병원 간호사의 시체를 발견한 이웃이 경찰에 신고했다. 콰이곤은 그자가 섬에서 가장 오랫동안 간호사로 일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아마 스튜존의 모든 아기는 그녀의 도움으로 태어났을 거야. 애니를 받은 사람도 그 간호사가 아니었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살인 사건은 스튜존과 코러산트의 강력 사건 전문 경찰들이 야간통행금지령을 내리고 섬을 오가는 페리 운항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리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유력한 용의자가 스튜존에 사는 사람들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섬의 주민일 거라고 의심했다. 그래서 혹시나 살인범이 코러산트로 도망갈 상황에 대비해서 교통망을 차단했다.
오비완이 침대에 누워 스튜존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에 관한 저녁 뉴스를 보는 동안 콰이곤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비슷한 뉴스를 벌써 열두 번이나 봤지만 모든 것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집중해서 화면을 쳐다보고 있는 오비완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 이게 곧 다가올 히트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이 겪고 있는 공포 때문인지 오비완은 알 수가 없었다.
"내일 파드메랑 버리이어티 쇼에 애니를 데려갈까 해. 애니가 TV에 나오면 섬 전체에 큰 도움이 될 거 같아. 스튜존의 모두가 우리 아들을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어."
"진심이세요?" 오비완은 콰이곤이 하는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분노와 피곤에 젖은 목소리로 외쳤다. "아나킨은 당신이 마음대로 TV에 내보낼 수 있는 원숭이가 아니에요!"
콰이곤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비완, 쓸데없는 언쟁을 벌이고 싶지 않으니까 그만해. 특히나 히트 전에는 말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주면 좋겠군. 게다가 방송국에 가고 싶다고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애니였어."
"애니, 애니, 애니. 그만 해요! 그 애의 이름은 아나킨이지 애니가 아니에요. 내가 내 아들에게 지어준 이름은 아나킨이라고요. 아-나-킨. 이게 우리 아들의 이름이에요!" 오비완은 자신이 의도한 것보다도 더 흥분하고 경멸하는 듯한 목소리로 분통을 터트렸다. 남편은 오비완이 단어 하나하나에 강조하듯이 붙인 악의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의아한 눈빛으로 오비완을 바라봤다.
"당신 요즘 너무 이상하게 구는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콰이곤이 오비완을 향해 다가가면서 말했다. 그리고 두꺼운 손을 오비완의 목에 얹고 키스를 하려는 듯이 입술 쪽으로 얼굴을 숙였다. 하지만 오비완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남편의 키스를 차마 받을 수가 없었다.
"나는 내장이 빠져나온 가장 친한 친구의 시체가 천장에서 떨어지는 것을 봤어요. 몇 시간 동안 그 피를 얼굴에 묻히고 있었고요. 이정도면 이상하게 굴 자격이 있지 않나요?"
그러자 콰이곤은 미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오비완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하지만 오비완은 그 손길에 담긴 게 위안이 아니라 가르치려는 듯이 깔보는 감정임을 깨달았다. 마치 짜증을 내는 어린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듯이, 마치 소리를 지르고 발을 구르는 아나킨을 보면서 '아나킨도 어쩔 수 없는 아이네.'라고 생각하는 것만 같았다.
"내일 방송이 끝나면 점심을 먹으러 가자. 예전처럼 우리 셋이서만. 어때? 바닷가에서 산책을 하고 있으면 나랑 애ㄴ.... 아나킨이 데리러 갈게. 이정도면 마음에 들어?"
오비완에게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어났는데도 젖가슴을 만지는 아나킨의 손이 느껴지지 않자 오비완은 놀라면서 눈을 떴다. 오비완은 그대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부자가 방송을 끝내고 식당에 가기 위해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했다.
오비완은 벌써 아들을 그리워했다. 젖꼭지에 닿는 아들의 따스하고 축축한 입이 그리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오비완이라는 듯이, 오비완의 옆에 누워 있기만 해도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졌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나킨이 그리웠다. 단 둘만 남은 집에서 침대에 함께 누워 있을 때면 느껴졌던 평화가 그리웠다. 어머니와 아들이 만드는 완벽한 결합이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둘 사이에 끼어든 현세의 것들 때문에 떨어져버렸다. 오비완은 과거의 안전하고 평화로웠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아나킨이 아직 자신의 자궁 속에서 숨 쉬고 있을 때, 그들이 한 사람이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랐다.
노인의 비디오 가게에 가겠다고 결심을 내린 오비완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제 이 섬에서 오비완의 곁에 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아군처럼 느껴지는 사람은 그 이상한 노인뿐이었다. 노인은 만약에 궁금한 게 생기면 가게로 오라고 말했었고 지금 오비완에게는 수많은 의문이 있었다. 알고 싶은 게 너무 많은 나머지 그 의문들로 몸이 이루어진 것 같을 정도였다.
버림받은 마을처럼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살인자를 두려워한 나머지 사람들은 예전처럼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나이든 알파의 가게로 가는 길에 오비완은 단 한사람만을 만났다.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은 집 앞 길가에 나와 앉아있었다. 그리고 크고 빛나는 눈으로 지나가는 오비완을 바라봤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오비완은 친구가 했던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가게는 비디오뿐만이 아니라 쓰레기처럼 보이는 물건들로 가득 차있었다. 안에서는 제단에서 피우는 향과, 씁쓸한 커피와, 이상하게도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금속 냄새가 났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아니면 어디로 가야할지를 몰라 가만히 가게 한 가운데 서있자 카운터 뒤쪽의 문이 열리더니 노인이 나왔다.
"오, 스튜존의 어머니가 오셨구나. 언제 내 가게에 와줄지 궁금해 하고 있었다네." 노인이 외쳤다. "들어오게나, 어서 들어와. 보여줄게 있네."
두려움보다 더 큰 호기심 때문에 오비완은 노인을 따라 카운터 뒤편의 문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넓은 방이 있었는데 비디오 가게와는 완전히 다른 공간처럼 느껴졌다. 벽과 천장과 바닥이 전부 붉은색으로 칠해진 방에는 붉은 가구 몇 개가 놓여있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맞은편의 커다란 책장엔 오래된 책이 잔뜩 꽂혀있었다. 붉은 방 안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오비완은 살아있는 생명체의 입안으로 들어와버렸다는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 맞은편의 책은 그 생명체의 수많은 이빨처럼 보였다.
"이걸 꼭 봐줬으면 하네." 책장으로 다가간 노인은 새하얀 손으로 검은 가죽으로 묶인 책을 꺼내들었다. 방안을 밝히고 있는 불빛 때문에 오비완의 눈이 아파왔다. "오, 그래..... 여기.... 적 그리스도의 탄생."
가까이 다가간 오비완은 노인이 가리킨 곳을 봤다.
라틴어가 적힌 그 페이지에는 성모와 같은 옷을 입은 여인의 삽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위쪽에 'Nativitas antichristi'라는 제목이 쓰여 있었다. 정숙한 아내처럼 머리카락을 흰 베일로 가리고 하늘처럼 푸른 드레스를 입은 여인을 묘사한 삽화였다. 하지만 그 여인은 웃고 있는 대신 울면서 품안에 검은 천으로 감싼 아이를 안고 있었다.
고통뿐이었던 탄생. 오비완은 아나킨이 태어나던 때 느꼈던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불을 가져오는 자, 신이 내린 정의를 집행하는 자, 혼돈을 가져오는 자가 여기 있네. 하지만 적그리스도는 예수처럼 동정녀에게서 태어난 온 세상보다도 더 위대한 기적의 아이지. 의미론적 논쟁거리가 될 거 같지만 난 아이를 임신하기 전의 어머니는 전부 처녀라고 생각하네. 오메가는 두 번 처녀를 잃지. 처음에는 알파의 칼날이 안쪽을 관통할 때, 두 번째는 자식의 몸이 밖으로 빠져나올 때. 그러니 첫아이를 출산하지 않은 오메가는 순결한 처녀라네." 노인은 손 끝으로 어머니의 실루엣을 따라가다가 아들이 그려진 부분에서 멈췄다.
노인이 하는 말을 들을 때면 항상 오비완은 역겨움을 느꼈다. 마치 노인이 끈적이는 혀로 오비완의 귀를 핥는 것처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불편해졌다.
"이건 아무도 갈라놓을 수 없는 관계이자 공생을 뜻하는 걸세. 아들은 어머니를 만들고, 어머니는 아들을 만드는 거지. 그리스도와 적그리스도는 둘 다 어머니에게서 만들어졌지 않은가? 그건 어머니에게 아들을 멈출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뜻이라네. 마리아에게 아들을 끔찍한 운명에게서부터 데리고 도망칠 기회가 있었듯이, 적그리스도의 어머니에게도 아들이 예언된 재앙을 가져오는 것을 멈출 기회가 있다네." 노인은 페이지를 넘기며 말을 멈췄다. 다음 장에는 또 다른 삽화가 그려져 있었다.
그곳에는 성당에서 봤던 피에타 조각상과 비슷한 삽화가 있었다. 하지만 그림 속 성모는 무릎에 누워있는 다 자란 예수 그리스도를 보면서 울고 있는 대신 화려한 보석을 두른 검은 벨벳을 걸치고 빛나는 왕관을 쓴 채로 죽은 아기를 품에 안고서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삽화의 제목은 'Antinativitatem Antichristi', 즉 '적그리스도의 탄생이 저지되다.'였다. 인류를 위한 아들의 죽음을 성모는 미소로 축하하고 있었다.
"이걸 왜 보여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오비완은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았지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저는 그저 섬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왜 아들이 주위에 있을 때마다 그런 감정이 느껴지는지 알고 싶습니다. 과거의 평화로웠던 때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오비완, 자네는 결혼식 밤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는가?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기억하고 있느냐 말일세. 아나킨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시설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는 기억하고 있겠지? 오, 그리고...... 꼬마 칼은 기억하는가? 착하고 신사 같았던 죄 없는 작은 양이었지. 그 애의 어머니나 아버지와는 너무나 달랐던 칼..... 그나저나 자네 남편이 젊었던 시절에 가졌던 머리카락이 무슨 색이었는지 기억하는가?" 노인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목소리로 말을 하면서 책을 덮고 오비완을 바라봤다. 노인의 눈동자는 아주 밝았지만 동시에 비어있었다.
오비완이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콰이곤의 머리는 벌써 회색을 띄고 있어서 오비완은 젊었을 적의 남편에 머리카락이 어떤 색이었는지 몰랐다. 하지만 갑자기 나갔던 정신이 돌아온 것처럼 오비완의 머릿속에 콰이곤의 아들이 떠올랐다. 코러산트에서 만났던 쟌. 자나토스...... 쟌의 머리는 붉은 색이었다. 그리고 오비완은 쟌의 어머니의 머리가 붉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스튜존의 나긋한 태양빛을 받을 때면 콰이곤의 머리는 구리색으로 빛났다.
그럴 리가 없다. 그건 불가능하다. 만약에 그게 사실이라면 콰이곤과 파드메는 아나킨이 태어나기 9년 전에 칼을 만들었다는 의미이자, 오비완과 결혼을 했을 때에도 콰이곤은 파드메와 함께였다는 뜻이었다. 또한 지난 몇 년간 있었던 일은 전부 두 사람의 계획에 불과하며, 칼뿐만이 아니라 오비완 역시 죄 없는 어린 양에 불과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적그리스도를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단 두 가지만 갖추면 된다네. 순결한 처녀 오메가와 한 생명을 대신할 다른 생명만 있으면 충분하지. 1에다 1을 더하는 것만큼이나 아주 쉽다네. 모든 생명의 탄생에는 죽음이 따라온다는 사실을 기억하게나. 자네는 어머니가 되는 동시에 아이를 만들었지. 아이가 세상의 구원자가 될지, 아니면 멸망의 원인이 될지는 전부 어머니에게 달려있다네."
오비완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뒤로 돌아 노인과 책에게서 멀어져갔다. 여기에 온건 정말 멍청한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하면서 조금이라도 빨리 가게에서 나가고 싶어 발걸음을 재촉했다. 게다가 오비완의 남편과 아들이자, 오비완의 알파와 맏아들이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신은 미쳤어요." 오비완의 말에 노인이 미소를 지었다.
"맞아. 내가 미쳤다는 점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할 생각이 없다네."
"게다가 이름도 모르는 사람의 말을 듣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오비완은 문가에 선 채로 소리쳤다. "도대체 왜 제가 그런 쓸데없는 말을 듣고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오, 이름에는 별 의미가 없지. 남에게 내 소개를 해본 적이 없어서 깜박했을 뿐이야. 내게는 많은 이름이 있지만 자네만 원한다면 쉬브 팰퍼틴이라고 불러도 좋다네."
식사 시간만큼은 모든 것이 완벽하게 평범했다.
콰이곤과 아나킨은 항상 먹는 똑같은 음식을 시켰다. 레스토랑 창밖에서 안을 들여다본 모든 사람들은 완벽한 가족이 식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었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포크와 나이프를 든 오비완의 손이 떨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점잖게 스테이크를 썰면서 아들에게 다정한 표정으로 말을 건네는 콰이곤과 천진난만하게 하루 종일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늘어놓는 아나킨을 보는 순간 오비완의 이상한 점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릴 것이다. 오비완의 머릿속에는 책에서 봤던 동정녀 마리아의 무서울 정도로 황홀한 미소와 그녀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둔 아들의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았다.
오비완의 생각은 딸의 손을 잡고 그들의 테이블로 다가온 여인에 의해 방해받았다.
모녀는 활짝 웃고 있었고 소녀의 손에는 종이 한 장이 들려있었다.
"갑자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만...... 제 어린 딸이 사인을 너무 받고 싶어 해서 그런데 괜찮으시다면 한 장만 해주실 수 있을까요?" 여인의 말에 콰이곤은 미소를 지으며 종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소녀는 힘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나킨의 사인이 받고 싶어요!"
콰이곤은 유쾌한 웃음을 터트렸고 아나킨은 눈을 크게 떴다. 아버지가 펜을 꺼내 아들에게 건네주자 아들은 아버지가 보여줬던 행동을 따라했다. 이런 상황과 마주할 때마다 콰이곤은 웃으면서 팬이 채널 6의 앵커를 만났다고 말할 수 있도록 사인을 해주었다. 그리고 이제 이 소녀는 토요일 쇼에 나오는 놀라운 소년을 만났다고 자랑을 하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오비완은 여전히 떨리고 있는 손을 테이블 아래로 감추면서 입을 닫은 채로 그 모든 장면을 바라봤다.
아나킨이 소녀가 건네준 종이에 이름 전부를 쓰려고 노력을 하는 동안 소녀의 어머니는 따스하고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오비완에게 다가갔다.
"저렇게 훌륭한 아들을 두셨다니 자랑스러우시겠어요. 정말 대단한 아이에요. 오늘 아침에 TV로 아드님을 봤는데 그 다음부터 저희 둘 다 저 아이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어요. 뭔가 특별한 게 있었어요. 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그 눈동자는....."
여인과 딸이 떠나자 오비완은 용기를 내어 방송에서 무엇을 했기에 사람들이 저렇게 감동 받았는지를 물어봤다. 아나킨이 접시를 내려다보면서 입에 음식을 넣는 동안 콰이곤은 어깨를 으쓱했다.
"별일 안했어. 그냥 이 스튜존에서 쓰인 오래된 시를 읽은 게 다야. 옛 언어로 쓴 바다에 관한 시였어." 콰이곤은 두 손을 모아 턱 아래에 받치고 오비완을 쳐다봤다.
"바다는 이 세상의 첫 번째 어머니이다." 아나킨은 오비완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또렷한 목소리로 단어 하나하나를 발음했다. 순간 오비완의 귓가에 주위에서 들려오던 레스토랑의 소음이 희미해지더니 페리가 바다를 가르는 소리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 섬에 처음 정착한 사람들이 만든 민요래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비완은 계속 이대로 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죽음, 꿈, 거짓말은 이제 충분히 보고 들었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결심했다. 그 노인, 쉬브가 한 말이 전부 사실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가능한 빨리 아나킨을 데리고 함께 이곳에서 빠져나가고 싶었다. 이 망할 섬에 관한 진실이나 아들의 비밀에 관해서는 더 이상 조금도 알고 싶지 않았다. 아나킨이 인간을 초월한 존재인지 아닌지는 둘이 함께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간섭하지 못하는 단 둘만의 곳에서도 진실을 찾는 게 가능할거라고 생각했다.
콰이곤 덕분에 오비완은 오직 경찰이나 지역 성당의 봉사자들만 섬에 드나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봉사자들은 음식이나 꼭 필요한 의료품을 들여오고 있었는데 그건 오비완과 아나킨을 스튜존에서 내보내줄 구명줄이 될 것이었다. 나머지 계획은 섬에서 탈출한 뒤에 세워도 될 것 같았다.
오비완은 아나킨을 고통 속에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오비완은 끔찍한 운명에서부터 아들을 구해내기 위해 마리아가 감히 하지 못한 일을 실행에 옮길 작정이었다. 오비완은 아들을 데리고 예루살렘을 떠나 로마인과 바리새인의 추적을 뿌리치고 도망칠 것이다. 둘이서 드넓은 사막을 헤매게 되더라도 오비완은 뒤를 돌아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나킨은 TV가 있는 거실로 달려갔고 콰이곤은 서재에 틀어박혔다. 그래서 오비완 말고는 아무도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현관문에 달린 방범렌즈를 들여다보자 비디오 가게로 가는 길에서 봤던 소년의 얼굴이 언뜻 보였다. 문을 열면서 오비완은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 그저 이 아이가 왜 이렇게 늦은 시간에 찾아왔는지를 생각하면서 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다.
문을 열자 아이의 머리를 들고 서있는 이웃이 나타났다.
몸은 없었다. 오직 머리만이 이웃의 손에 들려있었다. 희게 변한 아이의 눈은 마치 두 마리의 말미잘처럼 보였고, 살갗은 해변의 절벽같이 회색으로 질려있었으며, 입술에는 죽음의 푸른색이 떠있었다. 그리고 인간성을 상실한 이웃은 넋이 나간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오비완에게 아이의 머리를 내밀었다. 마치 사냥에 성공한 리트리버가 주인에게 죽은 오리를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오비완은 비명을 질렀다. 아니면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오비완은 정확히 자신이 한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저 형언할 수 없는 심연으로 곤두박질치는 심장과 그 뒤에 다가온 완벽한 어둠만이 오비완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
"엄마.... 엄마..... 일어나요."
오비완의 귓가에는 오직 바다 소리만이 들리고 있었다. 해변의 바위에 부딪혔다가 다시 대양으로 돌아가는 파도 소리가 쉬지 않고 들려왔다. 영원히 멈추지 않는 파도와 해변이 함께 추는 춤. 바다가 공격하면 모래는 저항한다.
"엄마, 아직은 때가 아니에요. 아직 엄마가 필요해요. 제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내 엄마. 엄마 같은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어요. 일어나요."
다섯 살이었을 때 아나킨은 처음으로 악몽을 꿨다. 한밤중에 일어난 오비완이 왜 갑자기 눈이 떠졌는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 아나킨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순식간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난 오비완은 아나킨의 방으로 달려갔다. 침대에 누워있는 아나킨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라있었다. '물에 빠져서 숨을 쉴 수가 없었어요.' 뼈가 부러질 정도로 아들을 꼭 껴안고 있는 오비완의 품속에서 아나킨이 말했다. '그런 일은 없을 거야. 그 누구도 너에게 그런 짓을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오비완은 아들의 눈물에 가슴팍이 젖어가는 것을 느끼며 속삭였다. '꿈속에서 엄마도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었어요.' 아나킨의 말에 오비완은 아들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운 좋게도 나는 수영을 할 줄 안단다. 그러니까 우리는 괜찮을 거야.'
그날 모자는 언제나처럼 함께 잠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들은 두 사람의 몸이 겨우 들어가는 아나킨의 침대에서 눈을 감았다. 오비완은 자장가를 아는 게 없었지만 콧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그 순간에만 부를 수 있는, 그 시간에만 존재하는 노래를 창조했다. 그렇게 오비완은 아나킨을 바라본 채로 눈을 감고 아들이 두려움 없이 평화 속에서 잠들 수 있도록, 오비완 자신에게는 위안을 줄 수 있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엄마. 약속했잖아요. 나는 그 약속을 똑똑히 들었어요. 내가 원하는 건 오직 엄마뿐이에요. 일어나요."
두 눈을 뜬 오비완은 아침이 밝았음을 알아차렸다. 오비완은 침실의 침대 한가운데 누워 있었다. 열린 창문 사이로 자비 없는 한낮의 햇살이 새어 들어왔다. 얼굴에 드리워진 햇살은 마치 빛의 주먹으로 오비완의 눈을 때리는 것 같았다. 화창한 초겨울의 하늘이 창밖에 펼쳐져있었지만 언제라도 눈이 내릴 것 같은 느낌이 공기 중에 감돌고 있었다.
오비완은 억지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머리에 돌덩어리가 든 것처럼 무거웠고 뼈마디는 욱신거렸다. 커튼을 치기 위해 창문으로 다가간 오비완은 창밖에서 반짝거리는 정원 잔디밭에 앉아 카드를 가지고 노는 아나킨을 발견했다. 아나킨의 뒤에는 남녀가 서로의 허리를 꼭 껴안고 서있었다. 상대방을 마주보며 그들만의 세계에 빠진 듯이 웃고 있는 남녀는 콰이곤과 파드메였다.
파드메가 뭐라고 말하자 아나킨은 카드 하나를 쥐고 손을 들어올렸다. 그건 하늘에 달이 떠있는 타로 카드였다. 파드메는 머리를 뒤로 젖히고 열광에 빠진 웃음을 터트리며 콰이곤에게 몸을 기대었다. 그리고 콰이곤의 입술에 달콤한 키스를 했다. 그건 깊고 명확한 의도를 보이는 사랑에 빠진 자의 키스였다. 오비완은 콰이곤에게 저런 키스를 해본 적이 없었다. 콰이곤이 아나킨에게 어떤 말을 하자 아나킨은 다른 카드를 들어보였다. 그곳에는 태양이 그러져있었다.
그러자 파드메는 미소를 지으며 집을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는 오비완의 눈동자를 정확하게 바라봤다.
파드메의 미소를 해석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 내가 이겼어.
파드메와 콰이곤이 떠나자마자 오비완은 옷을 갈아입고 세수를 했다. 그리고 10년 동안 집으로 여기고 있었던 방을 둘러보며 작은 목소리로 스튜존에서 일구어낸 삶에게 작별인사를 남겼다. 이제 오비완 대신 결정을 내려주는 사람은 없다. 오비완의 인생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비완은 아나킨과 자신의 소지품을 가득 실은 캐리어를 들고 부엌으로 내려갔다. 아들은 식탁에 앉아있었다. 그날은 일요일이었고 TV에서는 한주동안 방영되었던 프로그램을 재방송하고 있었다. 이제 오비완은 지금까지 콰이곤이 사무실에 갔던 게 아니라 파드메의 집에 갔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오비완은 지난 9년 동안 기만 속에서 살아왔던 것이다.
"엄마, 무슨 일 있어요?" 아나킨이 인상을 쓰면서 물었다.
"아가, 우리는 가야한단다. 어서 차에 타렴."
"어디로요? 왜 캐리어를 들고 있어요?"
"차에 타서 말해줄게. 꼭 말해 줄 테니까 어서."
아나킨은 입매를 일그러트렸지만 뒷문으로 나가는 오비완의 뒤를 쫓아갔다. 차에 시동을 거는 순간 오비완의 머릿속에 하루가 멀다 하고 자신을 코러산트로 보내려고 했던 파드메가 떠올랐다. 파드메는 오비완이 채널 6의 코러산트 지부에 행정직을 맡아야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었다. 왜 스튜존 지부가 아니었을까? 왜 파드메는 오비완이 스튜존 방송국에 조금도 연루되지 않기를 바랐을까?
그래서 오비완은 곧바로 선착장으로 가는 대신 TV 방송국을 향해 차를 몰았다.
조수석에 앉은 아나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두 다리를 가슴까지 올려 무릎에 얼굴을 기댄 채 오비완이 운전하는 모습만 응시했다.
"여기서 기다려. 그냥 물건 몇 개만 가지고 올게." 오비완은 차에서 내리며 아나킨에게 말했다. 방송국 뒤편의 하늘이 어두워지며 해가 지기 전까지 겨우 몇 시간만 남았음을 알리고 있었다.
방송국 안에는 안내데스크의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경비원 한 명만 있었다. 내부는 완벽하게 정상적으로 보였다. 로비는 먼지하나 없이 깨끗했고 복도에는 광이 났다. 회의실 문은 닫혀 있었고 방송용 카메라 한대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사무실로 향하는 복도에서는 프린트 잉크 냄새와 씁쓸한 커피 향, 그리고 비디오 가게에서 났던 금속 냄새가 났다. 파드메 아미달라라고 적힌 명패가 달린 사무실에 도착한 오비완은 문손잡이를 돌렸다.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컴퓨터에는 비밀번호가 걸려있지 않았고 연간 재정보고서가 저장된 폴더를 찾는 건 쉬운 일이었다. 오비완은 의자에 앉아 지출내역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초에 방송국에서 흔히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구입했다는 목록을 발견했다. 망치, 밧줄, 가방 여러 개, 커다란 락스를 구입한데 이어 가장 최근에는 파티 플래너를 고용했다고 적혀있었다. 홀린 듯이 9년 전의 보고서를 연 오비완은 결혼을 위한 지출 내역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곳에는 오비완과 콰이곤의 결혼식이 철저하게 기획되었다는 증거가 담겨있었다. 오비완이 결혼식에서 썼던 화관의 꽃 한 송이까지 그 목록에 적혀있었다. 게다가 아나킨을 출산하기 위한 산부인과 병원비와 아동 생명보험 가입비도 포함되어있었다. 칼......
오비완은 보고서를 닫고 컴퓨터를 껐다.
모든 정보는 우연처럼 보였다. 아무도 이 구입내역이 스튜존의 비극과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이걸로 경찰을 움직이거나,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었다. 책상 위에 있는 손바닥만 한 두꺼운 종이를 발견한 오비완은 그걸 뒤집어봤다. 그건 초대장이었다.
'겨울의 가장 무도회.
저희 아나킨의 열 번째 생일 파티에 초대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참석 여부를 꼭 알려주세요!'
초대장에는 아나킨의 흑백사진이 박혀있었다. 아나킨의 얼굴에는 괴물 같은 검은색 가면이 그려져 있었다. 기이한 이빨과 이마에서 자라난 두개의 긴 뿔이 달려있는 가면의 이마에는 서명처럼 보이는 α라고 적힌 붉은 도장이 찍혀있었다. 모든 것의 시작이자 강력한 힘을 뜻하는 알파의 상징이 오비완을 노려보고 있었다.
오비완은 초대장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방송국 밖으로 달려 나갔다. 아나킨은 자동차 후드 위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가, 이리와. 여기서 어서 나가자." 오비완은 아나킨의 팔을 끌어당기며 외쳤지만 아나킨은 돌로 만들어진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가기 싫어요." 아나킨은 오비완을 바라보지도 않고 말했다. "지금 가버리면 생일 선물을 못 받아요. 나는 내 생일 선물을 받고 싶어요."
"아나킨, 제발. 네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내가 줄게. 여기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라면 전부 다 주겠다고 약속할게."
소년은 오비완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활짝 미소를 짓는 아들을 보면서 오비완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차렸다.
오비완은 아나킨이 올려다보고 있던 채널 6의 방송탑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방송탑의 꼭대기에는 조금 전에 의자에서 졸고 있었던 경비원이 서있었다. 아나킨이 앉아있는 곳을 뚫어져라 내려다보던 경비원이 두 팔을 벌리며 허공으로 몸을 던지는 순간 오비완은 간신이 아나킨을 붙잡아 후드에서 끌어내렸다.
무거운 물체가 자동차 펜더 위로 떨어지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의 목이 부러졌다. 경비원의 머리가 풍선처럼 터지는 순간 피와 희끄무레한 부드러운 물질이 모자를 향해 튀었다. 오비완은 아나킨이 보지 못하도록 아들의 눈을 가렸지만 아나킨은 어머니의 손을 치우더니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경비원의 시신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경비원의 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를 꺼냈다. 미소를 띤 채로 오비완에게 돌아온 아나킨은 그 종이를 조심스럽게 펴서 보여줬다. 그곳에는 누렇게 변색된 책에서 찢은 듯한 옛 언어로 쓰인 짝수 연 시가 적혀있었다.
"바다는 이 세상의 첫 번째 어머니이다." 아나킨은 방금 일어난 일이 아주 기쁘다는 듯이 상기된 목소리로 종이를 읽었다. "제가 어제 읊은 시에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줬어요."
공포에 휩싸인 오비완은 아나킨을 붙잡아 조수석으로 밀어 넣었다. 아나킨은 그곳에 남아있겠다며 몸부림을 쳤지만 온 힘을 다해 아들을 좌석에 앉힌 오비완은 곧바로 안전벨트를 매어줬다. 그리고 운전석에 앉아 차를 몰기 시작했다.
"돌아갈래요." 아나킨이 울음을 터트렸다. "여기서 떠나기 싫어요!"
"아나킨, 제발.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못 본거야? 여긴 나쁜 곳이야. 모두 다 악마라고. 네 아빠도..... 세상에, 신이시여..... 아나킨, 혹시 아빠가 너를 다치게 했니?" 오비완은 아나킨의 손에 난 상처를 떠올리며 물었다. "파드메가 너를 아프게 했던 적 있어?"
"엄마는 내 진짜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잖아요." 순식간에 안전벨트를 풀어버린 아나킨이 운전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오비완은 운전대를 쥔 손에 힘을 주면서 도로를 따라가려고 애썼다. "가끔씩 파드메가 내 진짜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 알아요? 파드메는 내가 원하는 거라면 전부 다 하게 해준다고요!"
"아나킨, 안 돼!"
저 멀리서부터 경찰차의 사이렌소리가 들려왔다. 오비완은 경찰이 자신과 아나킨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어서 몸을 숨겨야했다. 너무 늦기 전에 섬에서 빠져나가야했다. 오비완은 끈질기게 운전대에 매달리는 아나킨의 팔을 붙들고 성당을 향해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오르가나 신부님에게 부탁한다면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나킨, 내 아가야. 이건 네가 아니야. 그 사람들이 너에게 뭐라고 해왔든, 네가 너를 어떤 존재라고 믿어왔든,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오비완은 애원했다. "너는 착한 아이야. 나의 착한 천사라고."
"아니야!" 아나킨의 외침에 자동차 브레이크가 저절로 밟혔다. 끼이익 소리를 내려 차가 한 바퀴 빙글 도는가 싶더니 세상도 함께 돌았다.
오비완이 고개를 들었을 때 자동차는 앞바퀴가 도랑에 빠진 채 멈춰있었다. 옆을 돌아본 오비완은 이마에서 많은 피를 흘리고 있는 아나킨을 발견했다. 그리고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서있는 스튜존 성당이 보였다.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린 오비완은 조심스럽게 아나킨을 조수석에서 안아 올렸다. 그리고 마치 아나킨이 아기로 돌아간 듯이 품에 안에 성당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얼굴 전체가 피로 뒤덮인 아들은 겨우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봤다.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혼돈과 고통의 소음이 모자를 잡아먹을 듯이 다가오고 있었다.
"괜찮아, 아나킨. 숨 쉬어. 살짝 긁힌 거야."
아나킨은 오비완의 목을 힘껏 껴안으며 쇄골에 얼굴을 묻었다. 오비완은 자신의 심장 바로 위를 꼭 누르는 따스한 이마를 느꼈다. 아들에게서 흘러나오는 피는 어머니의 심장이 있는 곳을 붉게 물들였다.
"엄마?"
"그래, 엄마 여기 있어."
"나는 여기 남아야 해요. 선물을 받고 싶어요." 아나킨은 아주 작아진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다. "그거 말고는 원하는 게 없어요."
"쉬..... 아무 말도 하지 마렴." 오비완은 자신이 말하는 능력을 잃고 의미 있는 문장을 만드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있음을 느꼈다. 끈적끈적한 무언가가 목구멍을 막고 있는 것만 같았다. 오비완은 비명을 지르면서 있는 힘껏 땅위로 몸을 던지고 싶었다. 언제라도 정신을 놓아버릴 것 같아서 가까워지는 성당만 노려보면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지만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점점 더 미쳐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엄마, 모든 게 준비되었어요. 나는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줬어요. 그들은 내 곁에서 아소카와 칼을 데려갔고, 나는 그들을 위해서 피를 흘리고 말을 해줬어요. 엄마, 이제 나를 위해 준비된 선물만 받으면 돼요. 제발....."
오비완은 성당 문을 여러 번 두드리면서 하늘과 바다와 자신의 말을 들을 수 있는 모든 것에게 제발 문을 열어달라고 빌었다. 몇 초 뒤에 문 뒤에서 발자국소리가 들리더니 친절한 오르가나 신부님이 어두운 얼굴로 나타났다.
"신부님..... 제 아들에게 도움이 필요합니다."
"신이시여. 당신 아들에게는 병원의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오비완은 사제의 허락을 기다리지도 않고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수많은 성인들의 발아래에 놓여있는 단 위에 아나킨을 눕히고 성냥을 집었다. 오비완이 정신없이 주위의 촛불을 밝히고 있는데 아이의 힘없는 손이 어머니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아나킨은 오비완의 손을 자신의 이마로 끌어당겨 손가락을 얼굴에 비볐다.
"제발...." 오비완은 여전히 성당 입구에 서있는 신부에게 애원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주세요."
"엄마."
아나킨을 향해 몸을 돌린 오비완은 아이가 울고 있음을 발견했다. 아나킨과 오비완은 둘 다 울고 있었다. 둘 다 피를 뒤집어쓰고, 그들이 손쓸 수 없는 비현실적인 폭풍에 휘말렸다. 그들은 다른 이의 야망을 위한 희생자이자, 아들과 어머니의 고통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잔인한 세상을 위해 제물로 바쳐진 어린양이었다.
"내 아가." 오비완은 아들에게 더 가까이 몸을 기대며 속삭였다. "제발 나에게 돌아와 줘. 내 곁에 있어줘."
아나킨은 겨우 눈을 뜬 채로 손바닥으로 천천히 오비완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오비완의 입술에 손가락이 닿는 순간 멈췄다. 오비완은 그 손에 입을 맞추었다. 아들의 피에서 나는 소금과 금속의 맛이 오비완의 입안에 감돌았다.
"엄마, 모든 게 뒤집혀 보여요. 조각상, 십자가..... 전부 뒤집혔어요." 아나킨은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성당안의 모든 성인들은 모자의 위에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발 아나킨, 내게로 돌아와 줘."
경찰들이 정문을 막아서는 오르가나 신부님을 밀치고 들어오는 순간 오비완은 성당 전체를 가득 채우는 빛을 봤다. 눈부시게 밝은 빛은 정오의 햇빛보다 더 뜨겁고 수술실의 불빛보다도 더 강렬할 정도로 끔찍했다. 피부와 뼈를 뚫고 들어오는 그 초자연적이고 거대한 빛은 순식간에 오비완의 육체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확신으로 채웠다.
아나킨은 성당에서 내려오는 빛이 고통스럽다는 듯이 입을 벌리고 비명을 질렀다. 마치 영혼을 가르는 칼과 화염의 혀로 만들어진 빛이 피부와 뼈를 파헤치는 것처럼 몸부림을 쳤다. 오비완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빛에서부터 아들을 보호하거나, 그 고통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저 온몸으로 아들에게 내리쬐는 빛을 막으며 기도를 속삭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제발, 제발, 제발 이 아이가 더 이상 고통 받지 않도록 해주세요." 오비완은 뜨거워진 아들의 몸을 끌어안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제발 저를..... 대신 저에게 고통을 내려주세요. 제 아들만은 이 고통에서 구원해주소서....."
누군가가 오비완의 어깨를 붙잡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던져버렸다. 뒤로 꺾인 손목에 채워지는 차가운 수갑을 느끼면서 고개를 든 오비완은 콰이곤이 다급하게 아나킨을 단에서 끌어내리더니 성당 밖으로 끌고나가는 모습을 바라봤다.
"너무 히스테리 합니다." 오비완은 남편이나 경찰이 그 말을 하는 것을 들었지만 정확히 누가 했는지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더러운 오메가의 악취가 나네요."
오비완이 성당의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드는 순간 성모의 성상과 시선이 마주쳤다. 벨벳을 걸치고 왕관을 쓴 성모는 슬픔에 빠진 얼굴로 대리석으로 박제되어 절대로 마를 리 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경찰의 손에 이끌려 성당 밖으로 끌려 나간 오비완은 경찰차에 타면서 2천 년동안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며 흘러내리는 성모의 눈물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기나긴 세월 동안 그 누구의 위로도 받지 못한 마리아에 대해 생각했다.
⁑
오비완은 시멘트로 만들어진 침대와 철제 소변기만 있는 감방에 홀로 남겨졌다. 세수를 해도 된다는 허락을 내려주는 사람도, 아나킨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경찰에 의해 재킷과 벨트와 신발이 벗겨졌다. 감방에서는 시큼한 땀 냄새와, 먼지 냄새와, 창살에 칠해진 기름 냄새가 진동을 했다. 차가운 시멘트 침대에 누워 오비완은 히트가 시작되는 것을 느꼈다.
익숙해진 고통과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허기가 일으키는 현기증에 오비완의 몸이 비참하게 떨렸다. 침대에 누운 채로 오비완은 팔로 자신의 옆구리를 붙잡고 몸을 둥글게 말았다. 숨을 쉬려고 노력했지만 보안관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너는 섬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다. 희생자에게는 너를 알고 있었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었다. 또 마지막 희생자인 페루스와 네가 마지막으로 만나는 걸 봤다는 다수의 목격자 증언도 확보했다. 페루스의 사라진 나머지 신체를 찾는데 협조 해줄 생각은 없어 보이는군. 네놈의 남편은 너의 변덕스러운 성격과 폭력적인 행동을 증명할 증거도 제시했지. 게다가 언제든지 너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준비가 되었으니 불러만 달라고 하더군. 만약에 살인혐의로 너를 체포할 수 없다면, 무단침입과 미성년자 협박 및 난폭운전으로 기소하면 되니까 여기서 쉽게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라."
보안관이 말을 하는 동안 오비완은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모든 소리가 멀리서 울리듯이 들리고 눈앞이 흐릿해진 나머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게 히트를 시작한 거 같은데요." 주위의 누군가가 한 말에 보안관은 역겹다는 듯이 손을 휘저으며 부하에게 용의자가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되찾을 때까지 감방에 넣어두라고 명령했다.
"나는 오메가가 싫어." 누군가가 오비완의 팔을 강하게 움켜쥐고 어디론가 끌고 가면서 말했다. "그냥 전부 가둬놓고 번식용으로만 쓰면 좋을 텐데."
"그런데 진짜 맛있는 냄새가 나지 않냐." 다른 사람이 발걸음을 멈추더니 오비완의 머리채를 붙잡아 뒤로 꺾었다. 흐릿해진 시야 너머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남자의 얼굴이 간신히 보였다. "콰이곤 진은 얼마나 운이 좋으면 이 살코기를 맛보게 되었을까."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운이 좋은 것도 아니야. 아들을 하나만 얻었는데 그 아들마저도 엄마가 죽이려고 들잖아. 내가 콰이곤이었다면 이걸 교수대에 세웠을 거야."
저항하는 법을 완전히 잊어버린 오비완은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두 남자의 팔에 붙들려 감방으로 끌려갔다. 오비완은 뱃속을 채워줄 알파 말고 다른 생각은 하지 못했다. 오비완의 머리는 아무 알파가 아니라 오비완만의 알파를 어서 부르라고 계속해서 소리쳤고, 몸은 수년전에 오비완의 육체에 주인이 된 알파의 성기를 어서 넣어달라고 외쳤다.
오비완은 시간감각을 잊을 정도로 오랫동안 시멘트 침대 위에서 창살을 등지고 몸을 둥글게 만 채로 누워있었다. 아주 약간 남아있는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자꾸 아래로 내려가려는 손을 깨물며 달아오르는 육체와 싸웠다. 이전의 히트는 항상 아늑한 침대 위에서 아나킨의 옆에 누워 보냈었다. 조막만한 손으로 오비완을 꼭 껴안은 아나킨이 모유를 마시는 동안 오비완은 자신의 손가락 두개를 보지 안으로 밀어 넣은 채로 만족감과 행복에 휩싸여 히트를 보냈었다.
하지만 이제 오비완은 혼자가 되었다. 용서받지 못할 범죄의 피의자가 된 채로 감방에 홀로 갇혀있었다.
"엄마."
목소리는 등 뒤에서 들려왔다. 오비완은 눈을 떴다.
"엄마, 일어났어요? 엄마를 위해 내가 왔어요."
감방 문으로 고개를 돌린 오비완은 창살 너머에 서있는 아들을 발견했다. 그건 아나킨이었다. 하지만 오비완이 성당에 데려간 아나킨이 아니었다. 지금보다 다섯 살이나 여섯 살 정도 나이가 들어 보이는 아나킨이 검은 정장을 입고 그곳에 서있었다. 길게 자란 곱슬머리가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지만 오비완은 아나킨의 따스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아나킨?"
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감방의 자물쇠가 풀리더니 아나킨이 창살에 손을 대자 문이 저절로 열렸다. 소년과 함께 들어오는 향이 오비완의 코끝에 진동을 했다. 바다 소금, 달콤한 우유, 보드라운 살갗 향이 감방의 차가운 냄새를 전부 지워버렸다. 그건 갓 태어난 아들의 향이었다. 오비완은 손으로 코를 막았지만 온몸이 아나킨의 페로몬에 강하게 반응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엄마를 이대로 두고 갈수가 없었어요. 나 없이 어떻게 엄마 혼자서 히트를 보내도록 내버려 둘 수 있겠어요." 아나킨은 오비완에게로 다가가면서 속삭였다. 오비완은 뒤로 몸을 물렸지만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감방 구석에 몰린 오비완은 마치 상처입고 충격을 받은 동물처럼 벌벌 떨었다.
"제발, 아나킨. 그러지 마. 나는 못 해......"
"당연히 엄마는 할 수 있어요. 평생 동안 해왔잖아요. 그저 올바른 방법으로 할 때가 왔을 뿐이에요."
아들의 손이 몸에 닿는 순간 오비완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셔츠 아래로 미끄러지듯이 들어오는 아나킨의 손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아나킨은 키스를 하면서 오비완의 브라 안으로 파고들더니 가슴이 손에 들어오자 그대로 멈췄다. 그리고 젖을 손바닥으로 꽉 쥐면서 젖꼭지를 힘껏 꼬집었다. 전에 아나킨은 셀 수 없이 이런 식으로 오비완의 가슴을 만져왔지만 이번에는 뭔가가 달랐다. 이번에 아나킨은 어미의 젖을 먹는 아들로서가 아니라 연인으로서 파트너의 쾌락을 위해 손을 움직였다.
"엄마, 엄마랑 하고 싶어요." 아나킨의 입술은 너무 가까웠다. 오비완은 자신의 입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아나킨의 숨결과 입술에 닿는 이빨을 느낄 수 있었다. 아나킨은 천천히 오비완의 다리 사이로 들어오더니 정장바지 위로 선명하게 보이는 발기한 고간을 오비완의 축축한 사타구니에 문질렀다. 오비완의 바지는 이미 흠뻑 젖어있었다. "엄마 안에 노팅하고 싶어요. 엄마를 내거로 만들고 싶어요. 영원히 엄마의 속에서 살고 싶어요. 허락해줄래요? 엄마에게 박아도 된다고 말해줘요."
아나킨은 오비완의 바지 지퍼를 내릴 수 있을 정도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바지를 살짝 내려 손가락 두개로 오비완의 음부에 난 틈 사이를 문질렀다. 오비완은 비참한 신음소리를 내며 눈을 감았다.
"제발요. 엄마가 허락한다고 말해줘야 해요. 정말로 내가 지금 만지고 있는 게 엄마인지를 알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오비완을 이런 식으로 만져준 사람은 아나킨이었다. 오비완의 아들, 아니면 아들의 거죽을 뒤집어쓰고 코러산트 호텔 방으로 찾아온 낯선 유령이었다. 알파의 성기에 몸을 꿰뚫리는 순간 오비완은 그게 아나킨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뒤로 오비완은 아나킨의 성기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몸을 물어뜯던 이빨과 태어난 구멍을 파고드는 좆은 오비완의 머릿속에서 쉬지 않고 떠올랐다.
오비완은 이게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비완의 육체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흥분으로 달아오른 몸과, 보지와, 젖가슴은 아나킨의 손길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오비완은 아들 앞에서 다리를 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 아가. 노팅해줘. 어서 들어와줘."
아나킨은 오비완의 바지와 속옷을 끝까지 내리더니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오비완의 한쪽 다리를 바지에서 꺼내고는 발목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서서히 위로 올라오며 무릎과 허벅지에 입술을 가져갔다. 이미 흠뻑 젖은 어머니의 입구 앞에 멈춰선 아나킨은 미소를 짓더니 다시 아래로 내려가 반대쪽 다리를 바지에서 들어올렸다. 그리고 똑같이 발목에서부터 입을 맞추며 어머니의 달아오른 살결을 마음껏 음미하면서 천천히 위로 올라왔다. 허벅지에 도착한 아나킨은 입을 열더니 방금 입을 맞추었던 허벅지 안쪽을 부드럽게 빨았다. 그리고는 엄지 두개로 오비완의 물이 흐르는 보지를 열었다. 붉게 달아오른 속살이 보이자 아나킨은 그 위에 입을 맞추었다.
오비완의 등이 휘는 동시에 절망 속에서 올라오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오비완을 사로잡았다. 아나킨은 너무 축축하고 뜨거운 입술로 보지를 희롱하는 동시에 오비완의 작은 클리에 이빨이 닿자 그대로 그 튀어나온 곳을 꾹 눌렀다. 그리고는 마치 클리가 젖꼭지라도 되는 듯이 있는 힘껏 빨기 시작했다.
"엄마. 너무 맛있어요. 몇 년 전에 이걸 먹었어야 했는데." 아나킨은 오비완의 클리를 빨다가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멈췄을 때도 목마른 강아지가 접시에 담긴 물을 핥아먹듯이 혀로 보지를 꼼꼼히 핥는 걸 멈추지 않으며 간간히 말했다. 그리고 쉴 틈도 주지 않고 다시 클리를 빨아올렸다. "평생 이거만 하고 싶어요. 엄마는 너무 맛있어요."
아나킨은 어머니의 보지에 끈질기게 달라붙어 모든 부위를 맛보고 들어갈 수 있는 가장 깊은 곳까지 혀를 집어넣었다. 손가락으로는 엄마가 주는 모든 곳에 닿을 수 있도록 오비완의 보짓살을 힘껏 열었다. 아들의 입에서 나는 소리는 죄악이었다. 하지만 아들의 입이 선사해주는 쾌감은 더 큰 죄악이었다. 오비완은 자궁 깊숙한 곳에서부터 시작된 조각난 오르가즘이 서서히 뭉치는 것을 느꼈다.
"아나킨, 제발..... 아, 아가...... 제발 떨어져." 오비완은 흐느끼면서 절정을 늦춰보려고 했지만 아나킨의 혀가 만드는 리듬에 맞춰 들썩거리는 엉덩이를 멈출 수가 없었다. 아나킨의 머리를 붙잡고 밀어내려고 했지만 아들은 어머니의 허벅지 사이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10대의 손으로 오비완의 허벅지를 아플 정도로 힘껏 쥐었다. "아나킨!"
클리토스를 빨아 당기는 힘, 내벽을 가르는 혀, 연약한 다리의 살갗을 파고는 손톱...... 오비완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오비완은 아들의 입으로 가버렸다. 발끝에서부터 머리꼭대기까지를 타고 흐르는 오르가즘에 저절로 비명이 튀어나왔다. 몸은 얼음장 같은 파도에 휩쓸려 해변에서 산산이 부서지는 유리병이 된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유리병 속에 숨겨져 있었던 '내 알파, 내 아이, 내 아들아..... 나를 가져줘.'라고 적힌 쪽지가 펼쳐졌다.
"그럴게요, 엄마." 다리 사이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아나킨의 목소리가 갑자기 어려졌다. 깜짝 놀라 눈을 뜬 오비완은 아래를 내려다봤다. 오비완의 보지를 빨고 있는 건 16살이 아니라 9살의 아나킨이었다. 오비완을 올려다보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아나킨은 붉게 젖은 입술을 핥았다. "약속할게요."
오비완은 시멘트 침대 위로 끈이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쓰러졌다. 퀴퀴한 냄새가 감방에 다시 돌아왔고 코러산트의 밤을 장악했던 공포는 현실이 되었다. 창살에서 등을 돌린 채 오비완은 벽을 바라보며 다시 꿈을 꿨다고 생각했다. 호텔에서 꿨던 것과 똑같은 꿈이었다고 쉼 없이 자신에게 속삭였다.
오비완은 너무 지쳐버렸다. 정신을 괴롭히는 끝없는 공격을 버티는 게 점점 더 힘들어져갔다. 마치 자신을 붙잡은 누군가에 의해서 끝없는 어둠속으로 자비 없이 끌려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이건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코러산트에서의 밤과는 다르게 누군가가 오비완을 바라보고 있었다. 감방 문을 향해 고개를 돌린 오비완은 창살 밖에 서있는 쉬브 팰퍼틴을 발견했다. 비디오 가게의 노인은 창살에 기대어 서커스의 동물을 바라보듯이 오비완을 응시하고 있었다. 쉬브의 한쪽 손에는 오비완의 재킷과 신발이 들려있었고 반대쪽 손은 은색 열쇠를 쥐고 있었다. 차가운 겨울의 노을빛을 받은 열쇠는 위협적으로 빛났다.
"세상에. 정말로 아들을 구하고 싶다면 정신을 차리는 게 좋을 거라네." 노인이 놀리듯이 말했다. "이리 나오게나. 어서 파티에 가야지."
경찰서 밖으로 나온 오비완은 인기척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마을에 놀라고 말았다. 마치 전 스튜존이 버려진 듯 TV에서 나는 소리나, 자동차 소리나, 개가 짖는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마을 구석구석을 비추고 있는 12월의 회색빛 노을 덕분에 마치 꿈속을 걸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모든 색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동시에 마을 곳곳에 숨어있는 어둠은 평소보다 더 눈에 잘 띄었다. 오비완은 마치 몇 년 동안 어둠속에 있다가 세상으로 나온 사람처럼 햇빛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통스러운 눈을 문질렀다.
"운 좋은 줄 알게나, 젊은이. 잡동사니로 가득한 내 가게에 가면 하나쯤은 굴러다니고 있을 테니. 그거면 자네 아들의 파티에 들키지 않고 들어갈 수 있을 거라네." 쉬브는 알루미늄 캔을 차면서 말했다.
"다들 어디 갔나요?" 오비완은 여전히 남은 자는 동안 겪었던 오르가즘의 후유증을 느끼면서 물었다. 오비완은 그게 정말로 꿈이었다고 생각했다. 비록 오르가즘은 진짜처럼 느껴졌고, 육체에 주인의 낙인을 다시 찍는 알파가 아나킨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몰아쳤던 공포도 진짜 같았지만 그건 전부 꿈이었다. 자신이 아나킨을 원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던 순간도 현실 같았지만 그것 역시 꿈이어야했다.
토할 것만 같았다. 어딘가 잘못되었고 범죄자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오비완은 어쩌면 정말로 자신은 교수대에 목이 매달려야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것만이 죄를 사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오비완, 네게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쉬브가 앞장서서 걸어가며 말했다. "너는 네 아들의 힘을 봤고, 남편의 가면 뒤에 숨어있던 악마를 봤지만 여전히 그게 전부 환상이기를 바라고 있지. 모든 것들이 기적적으로 예전처럼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는 게 내 눈에 보여. 하지만 만약에 이 문제를 정말로 고치고 싶다면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한다네."
"저는....."
"다들 어디 갔냐고? 알고 있지 않는가? 자네의 아들에게는 확신의 힘이 있다네. 적그리스도의 무서운 특징이지. 그 애가 확신한다면 다른 사람이 그 힘을 믿지 않더라도 상관없어. 아무리 충실한 신앙을 가진 자라도 네 아들의 발밑에 몸을 던지게 만들 수 있는 힘이라네. 한 번이라도 그 힘을 본 사람은 그 애가 무엇을 하든지 따라오게 되어 있어." 노인은 노래하듯이 말하며 오비완을 돌아봤다.
"그래서..... 스튜존 사람들 모두가 그 파티에 간 건가요?"
재킷 주머니에서 꺼낸 초대장에는 파드메의 집주소가 적혀있었다.
"적그리스도를 섬기지 않는 자.....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은 아마도 그들의 집에서 스스로 목을 매었을 거야.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그들이 이 전쟁에서 유일하게 승리를 거둔 자라고 생각한다네." 쉬브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마시 애도를 표하듯이 목례를 했다. "자네는 스튜존에 온 뒤로 잠만 자고 있었지. 이제야 눈을 떴지만 유령마을에서 깨어나 버렸구먼."
비디오 가게에 도착하자 쉬브는 오비완을 화장실로 안내해주었다. 쉬브가 파티에 갈 수 있도록 가면과 의상을 찾는 동안 오비완은 세수를 했다.
화장실 거울을 들여다보는 순간 오비완은 그게 자신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거울속의 얼굴은 틀림없이 오비완 자신의 것이었지만 그자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피부는 아픈 사람처럼 회색으로 질려있었고 눈 아래는 검게 내려와 있으며 며칠 동안 샤워를 하지 못한 사람처럼 보였다. 한편 오비완은 히트의 맹공격과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트라우마를 겪고도 이정도 사람의 꼴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차가운 물로 얼굴을 문지르자 손바닥에 갓 자란 까슬까슬한 수염이 느껴졌다. 오비완은 항상 면도를 했었다. 아나킨이 그의 부드러운 분홍색 뺨을 오비완의 얼굴에 비비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자신의 수염을 쓸어보던 오비완은 갑자기 뺨을 스치는 또 다른 손길과 수염이 없어야 내가 엄마에게 키스를 더 잘할 수 있잖아요.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화장실에서 뛰쳐나왔다.
쉬브가 옳았다. 만약에 오비완이 아들을 구하고 싶다면 자신에게 솔직해져야했다. 오비완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고통스러운 현실을 인정했다. 아나킨과 자신의 관계는 정상이 아니다. 아나킨은 처음부터 타인의 의도대로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잉태되었다. 아나킨의 탄생은 이 세상의 탄식이 되어버렸다. 왜냐하면 아나킨은 세상의 파괴자가 되도록 창조되었으니까. 왜냐하면 오비완이 어머니의 순수한 사랑만으로 아들을 사랑하지 않았으니까.
어머니의 사랑과 아나킨을 향한 오비완의 사랑은 양립할 수 없었다. 불가능했다. 아나킨은 오비완의 아들이었고, 오비완의 천사였다. 동시에 아나킨은 적그리스도이다. 어떻게 오비완은 아나킨을 그런 식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왜 오비완은 그 사랑을 허락했을까? 어머니의 사랑은 연인의 사랑에 의해 더럽혀졌지만 오비완은 여전히 아나킨을 끔찍이 사랑했다. 오비완의 육체는 아나킨을 찾으며 울부짖었고 정신은 아나킨에게 꿰뚫린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다. 오비완 속으로 파고드는 어른이 된 아나킨, 오비완을 깨물고 자궁을 정액으로 채우면서 어머니가 아들의 아이를 가지도록 만들던 아나킨이 오비완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건 용서를 구할 길이 없고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범죄였다. 하지만 또한 그건 현실이기도 했다. 성모가 오비완의 상황에 처했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쉬브는 카운터 뒤에 앉아 산탄총을 닦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길고 검은 가발과 망토와 검은 벨벳으로 만들어진 가면이 놓여있었다.
"너무 과하지 않을까요?"
"내 친구여, 그렇지 않다네. 전부 가리지 않으면 모두가 자네의 아름다운 얼굴과 적갈색 머리를 알아볼 거야. 그리고 이건." 쉬브는 산탄총을 가리켰다. "만일의 사태를 위해 가져갈 수 있는 건 전부 준비해야지."
"도대체 그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오비완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건가요?"
쉬브는 한숨을 내쉬면서 바닥으로 산탄총을 세로로 내려놓으면서 다리 사이에 끼웠다. 그리고 양손을 총대 위에 올려두고 허공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모든 작용에는 반작용이 따라오지. 신이 있는 곳에는 악마도 있고. 빛의 숭배자가 있다면 어둠의 숭배자도 존재하는 거지. 그렇다면 아들의 반대는 무엇일까? 반(anti)-아들일까? 아니야, 아들의 반대는 어머니야. 어머니의 반대도 반(anti)-어머니가 아니라 그 어미의 아들이고. 지금 저기서 파티를 열고 있는 자들은 자네가 원하는 대로 아무렇게나 불러도 된다네. 사탄의 숭배자, 이교도, 미치광이..... 하지만 적어도 저 자들은 종말을 일으키기 위해선 어머니를 찾아야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데 성공했다네. 아들을 적그리스도로 변화시킬 어머니를 말이야. 하지만 오비완.... 자네는 이걸 그대로 묵인하고 있을 건가? 모든 오메가 중에 가장 복된 마리아, 뱃속에 복된 열매를 지닌 자네가 설마 저 자들의 의도가 지상에 실현되도록 두지는 않겠지?"
그들은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다.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자 오비완은 한때 그가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의 집으로 향했다. 쉬브는 두 블록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오비완은 안으로 들어가서 아나킨을 찾고 둘이 함께 도망친다는 간단한 계획을 세웠다. 쉬브는 모든 사람이 새로운 시대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파드메의 집에 있어서 페리는 텅 비어있다고 확언했다.
오비완은 계획의 성공 여부를 확신하지 못했다. 너무나 잘 아는 집 정문으로 걸어들어가는 동안 오비완의 심장은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즐겁게 축하를 하는 음악소리와 대화소리와 웃음소리는 정원에서도 들릴 정도로 컸다. 멀리서 그 집을 대충 본다면 평범한 파티가 열리고 있다 생각할 것만 같았다. 창문 안쪽에서 비치는 인영은 오비완의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키와 덩치가 큰 남자가 현관문 앞에 서있었다. 오비완은 그자가 자신을 감방에 밀어 넣은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알아봤지만 남자는 오비완이 내민 초대장을 보더니 문을 열어줬다.
그 집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타락과 죄악이 존재했다.
사람들은 온갖 종류의 성행위를 하면서 난잡하게 놀고 있었다. 모두가 가면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옷을 벗어버리고 벌거벗은 채로 복도를 뛰어다녔다. 모든 곳에서 섹스 냄새가 났다. 오비완은 인간의 몸 냄새와, 기름지고 묵직한 육욕의 어두운 냄새 사이를 헤치며 속에서 올라오는 역겨움을 억지로 억눌렀다.
지독하게도 어린 젊은이의 몸이 보였다. 그리고 그 위에 올라가있는 창백하고 주름진 늙은이의 몸도 보였다. 그들은 마치 오비완이 걸린 것과 같은 병에 감염된 것처럼 떨면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오비완과 그들의 차이점은 오비완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 말고는 없었다. 오비완은 사람들의 가면에 나있는 눈구멍을 통해 그들의 눈이 우유 같은 막으로 덮여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들이 정말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볼 수 없었다. 아무도 현실에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들은 콰이곤과 파드메가 오비완의 아들에게 행하려는 어떤 끔찍한 의식의 배경에 놓인 인형에 지나지 않았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오비완 자신의 목소리와 아주 닮은 목소리가 속삭였다. 너도 인형에 지나지 않아. 더 이상 너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마.
정말로 행복한 것처럼 듯이 웃음을 터트리는 스튜존 주민들의 몸은 변태적 행위를 하며 복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사이를 조심스럽게 지나가던 오비완은 유리를 밟는 느낌에 멈춰서서 아래를 내려 봤다. 그곳에는 바닥에 떨어진 칼의 사진이 담긴 액자가 수많은 사람들의 발에 짓밟혀 산산이 부서진 채로 잊혀져있었다. 이제 이 집에 신성한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짐승이 되어버린 집은 입 안에 들어온 몇 백의 영혼을 한꺼번에 집어삼킬 기회를 엿보며 허기진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나킨은 어디에 있는 걸까? 이 입속에서 아나킨의 역할은 뭘까? 다른 영혼들처럼 피를 흘리게 될 살덩어리? 아니면 날카로운 이빨?
거실에 놓여있는 파드메의 붉은 벨벳 소파를 지나가던 오비완은 그 위에 누워 가면을 벗어던진 사람들을 알아봤다. 몇 명의 지역 공무원과 함께 엉켜있는 사람은 파드메의 남편 클로비스였다. 클로비스는 그보다 10살은 더 어려보이는 금발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었다.
클로비스는 검은 로브와 머리에 겨우 매달려있는 금빛 가면 말고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클로비스와 그 위에 올라타 있는 여자는 완전히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 모든 사람들 앞에서 섹스를 하고 있었지만 당사자도, 다른 사람들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순간 오비완은 사람들이 등 뒤로 몰려드는 것을 느꼈다. 뒤를 돌아 계단 위를 쳐다본 오비완은 이층에서 걸어 나오는 콰이곤과 파드메와 아나킨을 발견했다. 셋 다 검은색 옷을 입고 가면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아나킨의 가면에만 다른 사람들의 것과는 다르게 한 쌍의 뿔이 이마에 나있었다.
오비완은 저절로 튀어나오려는 아들의 이름을 외치지 않으려고 입을 가렸다. 도대체 콰이곤과 파드메는 무슨 생각으로 아나킨을 이 역겨운 현장의 한가운데로 데리고 나온 걸까? 아나킨은 아이에 불과했다. 아나킨은 오비완의 어린 아들이었다. 다시 아나킨에게 가까이 다가갈 기회가 생겼다는 마음에 오비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사랑하는 남편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기를 바랄게요." 파드메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거실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클로비스 위에 올라가있던 여자가 내려오더니 벨벳 소파에서 멀어졌다. 홀린 듯이 의자 주위에서 사방으로 흩어지는 다른 사람들을 따라 오비완도 자연스럽게 계단 쪽으로 다가갔다. 이제 홀로 거실 소파에 남은 클로비스는 벌거벗은 채로 그 위에 서서 고개를 조아리며 히죽히죽 웃었다. 마치 도살장으로 향하는 짐승처럼 작아보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제 작별인사를 해야 할 때가 봤네요. 오늘 우리는 아나킨의 탄생을 알리며 이 세상에 피와 눈물로 세례를 해줄 겁니다. 세상을 바꿀 알파여, 당신 앞에 무릎을 꿇는 보잘것없는 충실한 종을 축복해주소서."
아나킨의 양 옆에 서있던 콰이곤과 파드메가 아나킨을 바라보며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서서히 집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계단 바로 앞에 있는 나무 기둥 뒤에 몸을 숨긴 오비완은 무릎을 꿇는 척을 하면서 기회를 엿보았다.
그러자 아나킨이 맞은편 벽난로 위에 걸려있는 두 개의 장식용 도끼를 바라봤다. 집안의 어두침침한 불빛을 반사하고 있는 도끼날은 위협적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파드메는 저 도끼에 대해 자주 자랑스럽게 이야기했었다. 자신의 고향 나부에서 직접 사온 저 도끼는 한때 나부의 고대 왕족의 소유였으며 특유의 매력이 사라지지 않도록 꾸준히 직접 갈아준다고 말했었다.
오비완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공중으로 날아오른 도끼 하나가 곧바로 클로비스의 머리를 내려쳤다. 무슨 일이 벌어났는지를 인지하지 못한 클로비스는 그저 놀란 눈을 뜨고 있었다. 다른 도끼는 방금까지 그와 함께 소파에 있었던 클로비스의 여동생을 쫓아갔다. 단번에 클로비스의 머리를 자른 도끼는 다시 날을 번뜩이더니 그의 가슴을 반으로 갈랐다. 배에서 터져 나온 내장이 크로비스의 다리를 타고 아래로 기괴하게 쏟아져 내렸다. 클로비스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 사람들의 박수소리와 환호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치 아나킨이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불어 꺼버린 것처럼 미친 듯이 박수를 치며 웃어댔다.
아나킨은, 오비완의 아들은 계단 위에 서서 무릎을 꿇은 어른들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이 유일한 기회야. 살아남은 자들이 거실로 몰려나와 더 많은 와인을 입안에 부어 넣고 짐승처럼 떡을 치는 동안 기둥 뒤에서 빠져나온 오비완은 슬그머니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파드메와 콰이곤은 2층 벽에 기댄 채 승리를 축하하면서 키스를 나누느라 누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오비완은 계단을 오르자마자 아나킨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뒤를 돌아 아래쪽으로 이끌려고 했지만 계단 아래에는 이미 미친 하이에나처럼 낄낄거리며 서로의 몸을 탐하는 사람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그중 한 남자가 클로비스의 검은 머리카락을 붙잡아 절단된 목을 들어 올리며 웃음을 터트리자 오비완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오비완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아나킨은 오비완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조용히 하라는 듯이 검지를 입술에 올리고 오비완을 2층 복도로 이끌었다. 오비완은 그런 아들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아나킨은 오비완의 손을 더 꼭 잡으면서 가면을 벗어버리더니 아래쪽 거실을 향해 던져버렸다. 오비완 역시 아들과 똑같이 가면과 가발을 벗어 아래로 떨어트렸다. 두 개의 가면이 떨어진 곳에서 더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쪽이에요. 빨리 와요." 아나킨은 오비완을 복도 깊은 곳으로 이끌면서 속삭였다. "여기선 아무도 우리를 못 찾을 거예요."
"아나킨, 멈춰. 여기서 나가야해." 오비완의 간절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아나킨은 복도에 있는 방문을 열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침실 같았다. 아들의 손에 이끌린 오비완이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아나킨은 문을 쾅 닫았다.
미소를 지으며 돌아보는 아나킨의 얼굴을 보는 순간 지난번 꿈이 저절로 오비완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또한 히트의 열기에 휩싸였을 때 아들의 품에 안기는 것만을 욕망했던 자신이 기억났다.
그리고 이제 두 사람은 단 둘이 이 방에 남은 채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다. 방 한가운데 있는 커다란 침대는 마치 초대장처럼 느껴졌다.
"엄마." 아나킨은 두 팔을 벌리고 오비완을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오비완의 허리에 팔을 감고선 오비완의 배에 작은 얼굴을 비볐다. 순간 바로 지금 아나킨의 얼굴이 닿아있는 곳에서 튀어나왔던 클로비스의 내장이 생각난 오비완은 몸서리를 쳤다. "엄마가 너무 그리웠어요. 이제 모든 게 괜찮을 거예요. 모든 것은 올바른 길을 따라가게 될 거예요."
아들의 순수한 애정 표현을 밀어내지 못한 오비완은 아나킨을 마주 안아주었다. 그건 무언의 허락이었다. 아들의 보드라운 손과 장밋빛 얼굴과 애정 섞인 목소리를 받아주겠다는 허락이나 다름없었다. 오비완이 어떻게 아들을 거절할 수 있을까? 결국 오비완은 어머니였고, 어머니에게는 아들이 주는 사랑을 돌려줘야한다는 의무가 있었다. 오비완은 아나킨을 임신하는 순간 보호해주고, 키워주고, 사랑해주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리고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까지 오비완은 그 약속을 지켜야했다.
오비완은 방금 전 스튜존 사람들이 했던 것처럼 아나킨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명령에 의해서나, 공포에 굴복해서나, 복종을 증명하기 위해 무릎을 꿇은 게 아니었다. 오비완은 아들의 얼굴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해서 무릎을 꿇었다. 아나킨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아름다운 눈동자를 보며 반드시 해야만 하는 말을 해주려고 무릎을 꿇은 것이다.
"사랑해." 그건 아나킨이 태어났을 때 오비완이 처음 아들에게 해줬던 말이었다. 이 뒤에 어떤 후폭풍 몰아치더라도 오비완은 이 말을 꼭 아나킨에게 다시 들려주고 싶었다.
아나킨은 오비완의 얼굴을 붙잡더니 깊게 키스했다.
오비완은 그 맛과 향이 누구의 것인지를 완벽하게 알아차렸다. 이렇게까지 아들의 입술이 부드럽고 따스할 거라고는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아나킨은 어른의 키스를 오비완에게 선사했다. 그건 어른이 되어 코러산트 호텔로 찾아왔던 아나킨의 키스였다. 오비완의 입술을 깨물고 혀를 입안에 넣었다가 빼내며 흥분을 일으켰다. 어른의 혀를 통해 그날 오비완의 육체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고 알려줬다. 아니면 그 약속을 오비완의 머릿속에 떠올리게 만들기 위해서 거침없이 입속을 휘저었다. 그건 이전에 아나킨이 몇 번이나 해왔던 일, 오비완의 몸으로 손을 뻗어서 원하는 것을 가져갔던 일을 드디어 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엄마, 제발요." 오비완의 얼굴을 쓰다듬던 소년은 손을 위로 올려 오비완의 머리를 쓸어내리고는 아래로 내려와 목에 팔을 감았다. "엄마를 먹어도 된다고 말해줘요."
한데 얽힌 두 사람의 몸이 카펫이 깔린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건 그들이 살아오는 동안 서로에게 가르쳐줬던 춤이었다. 아나킨이 태어났을 때부터, 오비완이 아나킨의 어머니로 다시 태어났을 때부터 그들은 이 춤을 배워왔다. 이제는 몸에 익은 빠르고 허기진 춤에 맞추어 카펫 위에 누운 오비완의 위에 올라탄 아나킨은 어머니의 셔츠가 마치 종이로 만들어 졌다는 듯이 찢어 열더니 손가락으로 브라를 풀었다. 아나킨은 그 손으로 아래에 깔려있는 어머니가 자신만을 위한 제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오비완의 살갗을 밝은 불빛 아래 드러냈다. 오비완은 저항하지 않았다. 오비완은 매번 아나킨이 모유를 들이킬 때마다 자신을 아나킨에게 바치고 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의 살을 직접 떼어주며 희생하는 것은 항상 오비완이 해왔던 일이었다. 비옥한 오비완의 자궁은 죽음과 혼란의 꽃을 피우기 위한 흙에 불과했다. 오비완의 내장, 뼈, 피, 모든 것은 아나킨의 탄생을 위한 거름이자, 음식이자, 영양분이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오비완은 잘못 생각해왔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나킨은 처음부터 적그리스도로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어떤 일이 일어났더라도 지금 이건 그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아나킨은 언제나 오비완을 갈망할 것이고 오비완은 언제나 아나킨이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거니까. 언제나 아나킨에게 젖가슴을 바치고 아들이 그 안에 든 모든 것을 마시도록 내어줄 거니까 결말은 처음부터 정해졌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이전의 꿈과 뭔가 달랐다. 아나킨은 마을 사람들 앞에서 알파로 공표되었고, 오비완은 아직 히트의 열기에 휩싸여있었다. 오비완 위에 올라탄 아나킨은 손으로 오비완의 젖가슴을 주무르는 동안 쇄골에 입을 맞추었다. 그건 명확하게 아들이 아닌 연인의 애무였다. 아들은 연인으로서 젖꼭지에 입술을 가져가 우유를 빨았다. 단단해진 젖꼭지 주위를 혀로 핥아주며 조용히 모유를 마셨다. 전에 아나킨은 이렇게 했던 적이 없었다. 언제나 우유를 마실 뿐, 쾌락을 위한 행위나 오비완에게 쾌감을 주는 행동은 일절 하지 않았었다. 비록 아들의 배를 채워주는 게 오비완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지만 그건 순수한 어머니로서의 모성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아나킨은 오비완의 가슴에 입을 댄 채로 젖꼭지를 깨물고는 그 틈을 혀로 핥았다. 그리고 입술을 때내더니 양 손으로 가슴을 하나씩 움켜쥐고 힘껏 힘을 주었다. 농익은 우유가 분출되며 달달한 향이 사방에 진동을 하자 깊게 숨을 들이마셔 향을 빨아들였다. 젖꼭지에서 분수처럼 솟아나는 흰 우유가 오비완의 가슴 사이에 강처럼 흘러내리자 조금이라도 놓칠 수 없다는 듯이 핥아먹었다. 그리고 동시에 오비완의 골반 바로 아래의 다리 사이를 무릎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오비완은 아무 생각 없이 음란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 보지로 아나킨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리를 벌렸다.
"내 아들아, 정말 잘 하고 있단다. 나는 내 알파가 와주기를 기다려왔어." 오비완은 그들이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도록 아나킨의 움직임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나는 평생 동안 너를 기다려왔어."
"엄마, 안에 들어가게 해주세요. 엄마를 전부 느낄 수 있도록 허락해주세요."
홀린 듯이 손을 든 오비완은 아나킨의 바지 단추를 풀었다. 오비완은 이걸 지난 몇 년간 해왔지만 아들이 자신의 위에 올라타 있을 때는 해본 적이 없었다. 아나킨이 입에 흰 거품을 잔뜩 묻히고 오비완의 손길이 황홀하다는 듯이 두 눈을 감고 고개를 들고 있을 때는 아들의 바지를 벗겨본 적이 없었다. 오비완은 이런 식으로 아나킨의 바지를 내려 볼 날이 올 거라고는, 아들의 아래에서 다리를 벌리고 어서 알파의 좆이 안으로 들어오기만을 바라게 될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나킨의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내리자 알파의 좆이 튀어나왔다. 그건 소년의 좆이 아니었다. 10살의 것보다 훨씬 더 큰 그것은 성인 남성과 청소년 사이의 크기와 굵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살면서 성인의 좆은 콰이곤의 것만 봤던 오비완은 그게 완전히 성숙한 성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아들의 것을 안으로 들이고 싶다는 욕망에 오비완의 입안에 침이 가득 찼다. 끔찍한 악몽이나 진짜 같은 환상이 아닌 현실에서 아나킨의 좆이 들어갔다 나가는 것을 느끼고 싶었다. 깊숙한 자궁까지 닿은 아들의 좆이 빠져나가는 순간 느껴질 출산의 기쁨을 계속해서 느끼고 싶었다.
"엄마...." 아나킨은 발기한 청년의 좆을 오비완의 다리 사이로 들이밀고 민감해진 젖꼭지를 씹으면서 간절하게 말했다. 오비완은 안도감과 고통 사이에서 신음소리를 냈다. "이제 엄마가 벗을 차례에요."
오비완이 천천히 무릎까지 바지와 속옷을 내리자 아나킨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지를 전부 벗겨버렸다. 그렇게 신발까지 전부 벗어던지고 나자 오비완은 찢겨나간 셔츠만 상체에 걸친 채로 아나킨의 아래에서 벌거벗고 누워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아들의 앞에서 옷을 완전히 벗었던 때가 언제였더라? 하지만 아무것도 기억 속에서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오비완은 한 번도 아들의 앞에서 완전히 벌거벗었던 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나킨이 태어났던 순간에도 오비완은 병원 환자복으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지금 오비완은 처음으로 아들에게 온몸을 완전하게 내보이고 있었다.
옷을 벗고 나 자 다음 일은 물 흐르듯이 쉽게 흘러갔다. 바다는 일렁이는 파도를 더 거대한 파도로 덮어버렸다. 어머니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은 아나킨은 손수 새롭게 창조한 알파의 좆으로 오비완의 부드러운 입구를 파고들었다. 그들은 서로를 위해 만들어졌다. 어머니의 보지는 아들을 낳기 위해 존재했고, 아나킨의 좆은 오비완에게 들어가기 위해 창조되었다.
아들이 아무런 저항 없는 보지 속으로 미끄러지듯이 들어오는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신음했다. 그들은 떨리는 몸으로 평생 동안 이 일을 해왔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박자를 맞추며 함께 움직였다.
"너무 좋아요." 아나킨은 허리짓을 멈추지 않으며 오비완의 가슴에 매달려 혀로 어머니의 피부에서 나는 맛을 맛보았다. 오비완은 아들을 마주 안아주면서 황금색으로 빛나는 머리에 입을 맞추었다. 그곳에서는 우유와, 바다 소금과, 달콤한 흙과, 오비완의 아기 냄새가 냈다. 점점 견디기가 힘들었다. 너무 많은 쾌감과 끝이 없는 만족감에 오비완의 눈이 서서히 뒤로 넘어갔다. "사랑해요. 내가 받게 될 생일 선물은 엄마였어요."
멈추지 않고 드나드는 아나킨이 선사하는 쾌락 속에서 오비완은 겨우 아들의 말을 알아들었다.
"엄마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하겠다고 그들에게 말했었어요. 내가 내건 유일한 조건은 엄마였어요. 엄마가 나를 낳았더라도 엄마의 알파가 되고 싶다고 말했었어요. 엄마, 사랑해요. 나는 엄마를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어요. 정말 이렇게 완벽한 생일선물은 또 없을 거예요."
"아나킨.... 그게 무슨 뜻......" 오비완은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아나킨의 얼굴을 들어 올려 그게 무슨 뜻인지를 이해하려고 했다. 내가 생일 선물이라고? 아나킨이 이런 일을 벌인 게 전부...... 소년은 고개를 들지 않고 있는 힘껏 오비완을 꿰뚫었다. 오비완은 24시간 만에 다시 찾아오는 두 번째 오르가즘의 파편이 다시 자궁 깊숙한 곳에서 뭉치는 것을 느꼈다. 오비완은 지금 여기가 어딘지, 몇 시인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전부 잊어버렸다. 오직 자신의 안과 밖을 전부 차지한 아나킨.... 자신의 아들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아들이 어서 자라 자신의 나이가 되어 완전한 노팅을 해주고 뱃속을 아이들로 가득 채워줄 때까지 기다릴 자신이 없었다. 텅 빈 머릿속에는 오직 아나킨만이 떠올랐다. 아나킨.... 아나킨..... 오비완이 아들에게 지어준 이름.... 그건 아나킨은 오비완의 것이고 오비완은 아나킨의 것이라는 증거였다.
인생은 기적과도 같았다. 오비완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부터 아나킨은 오비완의 자궁 속에서 다가올 운명을 기다리며 함께 태어났다. 지금 오비완의 품 안에는 모든 인류의 운명을 책임질 아나킨이 어머니가 아들만을 위해 만든 영양분을 들이키고 있었다.
"아, 엄마.... 못 참겠어요......"
"아가!"
오비완은 정수리에 내리꽂히는 번개의 불꽃을 느꼈다. 온몸을 덮치는 화염과 얼음, 자신보다도 더 큰, 육체를 넘어서는 거대한, 아나킨의 몸보다 더 큰 무언가를 느꼈다. 아들이 태어나서 처음 맞는 오르가즘이 마치 지각을 가르는 지진처럼 오비완의 몸을 반으로 찢듯이 들어왔다. 가슴을 더 강하게 껴안는 아나킨의 거친 숨결을 느끼며 오비완은 몸이 천 갈래로 부서지는 듯한 파열음을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비완은 어마어마한 쾌감 뒤에 숨어있는 섬뜩한 불꽃을 봤다. 그건 거대한 태양 뒤에 도사리고 있는 소름끼치는 그림자이자, 만족한 미소를 지은 아들의 얼굴 뒤에서 오비완을 내려다보고 있는 끔찍하게 생긴 누군가의 얼굴이었다. 지금 일어난 일을 축하하듯이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기괴하게 웃고 있는 그자의 혀는 피로 젖어있었다.
원래 있던 세상이 무너지더니 순식간에 다시 구축되었다. 오비완은 그 순간을 육체를 통해 느꼈다. 마치 오비완과 아나킨이 새로운 세상의 축이 되어 오비완의 자궁 속에서 지구의 모든 원자가 다시 생성되는 것 같았다. 그건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 방에서 아들과 어머니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린 오비완은 집안에서 들려오던 소음이 전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웃음소리도, 음악소리도, 거친 고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세상에 단 둘만 남은 것 같았다. 아나킨이 오비완의 위에 올라탄 채로 시간이 멈춰버린 듯했다.
오비완은 가슴 위에서 잠든 아들을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이전에도 아나킨은 여러 번 오비완의 위에 올라가 젖을 빨다가 그대로 잠든 적이 많았다. 그래서 오비완은 아들을 깨우지 않고 몸에서 내리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다만 아나킨을 떼어놓는 순간 자신의 구멍에서 아들의 좆이 질척이는 소리를 내며 빠져나왔다는 점과, 오비완의 다리 사이를 물들이고 있는 게 남편의 것이 아닌 아나킨의 정액이라는 사실이 이전과 달랐다.
더러운 소리와 함께 차갑게 식어가는 다리 사이가 느껴지는 순간 오비완의 뱃속에서 역겨움이 올라오더니 순식간에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엄마는 내 생일 선물이에요.' 기억 속에서 아나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나킨의 어머니, 적그리스도를 위한 선물로 바쳐질 은색 쟁반 위에 육체를 눕힌 어머니, 제 의지로 몸을 바친 자..... 그게 오비완이었다. 유혹에 넘어간 가여운 남자는 단지 순간적인 쾌락을 위해 아무 고민 없이 스스로를 바쳤다.
오비완은 파드메나 콰이곤보다 사악했다. 살인마보다도, 가장 극악무도한 죄인보다도 무거운 최악의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마리아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들을 포기하고 2천년동안 슬픔 속에서 고통 받는 길을 선택했겠지.
식어가는 몸을 일으킨 오비완은 아나킨을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혔다. 힘겹게 옷을 입는 오비완의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 침대 가장자리에 선 오비완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아나킨을 내려다봤다. 숨을 쉬기 위해, 흘러나오려는 눈물을 숨기기 위해, 목구멍을 찢으며 터져나올 것만 같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참기 위해서는 그저 그렇게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알고 싶은 것도, 의문도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이 방에 존재하는 침묵은 전쟁이 남긴 잔해였다. 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머쥔 자는 과연 누구일까? 오비완은 그게 누구인지 몰랐지만 자신이 승리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명확히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오비완의 인생은 패배로만 이어져있는 길고 긴 여정에 불과하다고 정해져 있었다.
오비완은 아나킨에게 옷을 입혀줬다. 아나킨이 아기였던 때가 기억났다. 통통한 아기의 팔은 너무 짧았었다. 오비완이 팔을 위로 올려줘도 귀에 겨우 닿을 정도로 짧았다. 오비완은 아나킨과 함께 웃었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나킨의 모든 웃음소리는 오비완의 기억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오비완은 아들을 품에 안고 방 밖으로 나갔다.
깨어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스튜존 주민들은 완전히 정신을 잃은 채 바닥과 가구 위에 널브러져있었다. 조용히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오비완은 이들이 정말로 잠에 빠졌는지, 아니면 무거운 침묵 뒤에서 더 섬뜩한 짓을 벌이고 있는지를 알고 싶지 않아 그저 앞만 보고 걸어갔다.
숨을 죽인 채 집 밖으로 나가자 물결처럼 내리는 얼어붙은 진눈깨비가 만든 새하얗게 덮인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정문과 이어진 정원은 이미 흰색으로 물들어있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자동차 소리도, 개 짖는 소리도, 비통한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순백의 얼음으로 뒤덮인 집 밖에는 절대적인 평화만이 존재했다. 그리고 오비완은 죽고 싶었다.
오비완은 자신이 하려는 일이 자신의 인생도 끝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돌계단을 내려간 오비완은 바닷가를 향해 걸어갔다.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가 점점 가까워졌다. 두 사람의 위에는 만월이 떠있었다. 구름 밖으로 몸을 살짝 내밀던 달은 누가 볼세라 다시 구름 속으로 숨었다. 마치 깜박이는 눈 같았다. 오비완의 결혼식 날에 떴던 똑같은 달이 모자를 비추고 있었다.
쉬브는 해변의 바위에 서있었다. 산탄총은 노인의 어깨에 걸쳐져있었다. 오비완은 쉬브를 지나쳤다. 노인이 하려는 말도, 그가 자신에게 바라는 것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바다를 향해 계속 걸어갔다. 이걸로 모든 것을 끝내겠다고 결심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차가운 물결이 발에 닿는 순간 오비완은 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소리에 아나킨이 품속에서 깨어났다. 바닷물은 차가웠다. 뼛속까지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웠다.
달빛을 받아 빛나는 소년의 두 눈에는 혼란이 떠있었다.
"엄마, 무슨 일 있어요?" 주위를 둘러본 아나킨은 오비완이 바닷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겁에 질린 아나킨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엄마? 무슨 일이에요?"
"쉬..... 아나킨.... 다 괜찮아. 조금도 아프지 않을 거야. 악속 할게. 이제 너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야. 우리 때문에 세상이 고통 받는 일도 더 이상 없을 거란다."
오비완의 아들. 오비완의 유일한 아들. 자궁에 잉태되는 순간부터 어머니의 사랑을 받아온 아들이 지금 오비완의 품안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아나킨은 오비완의 목에 힘껏 매달렸다. 아들의 공포에 질린 눈과 떨리는 몸을 보고 느끼는 순간 오비완 역시 고통에 휩싸였다. 그건 정신적일뿐만이 아니라 육체적인 고통이었다. 마치 가슴에 도끼가 박힌 것만 같았다. 마치 아들이 아니라 수십 개의 칼을 품에 안은 채 차가운 바다를 헤치며 걸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칼날은 전부 오비완의 심장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오비완은 품속에 들어있는 것을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쉬..... 내 아가야.... 미안해.....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정말로 많이 사랑해......"
차가운 바닷물이 발끝에 닿자 아나킨은 비명을 지르면서 오비완의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오비완은 아나킨을 품속에 꼭 붙잡은 채로 더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아나킨의 두 다리는 미친 듯이 버둥거렸지만 두 팔은 조금도 떨어지기 싫다는 듯 오비완의 목에 힘껏 감겨있었다. 그래서 소년이 할 수 있는 건 어머니의 목에 힘껏 이빨을 박는 것 말고는 없었다. 알파의 이빨이 오메가의 페로몬 분비선을 파고드는 순간 오비완과 아나킨은 함께 비명을 질렀다. 아나킨은 생존을 위해 악착같이 오비완의 목을 물었고 그렇게 마킹이 된 그들은 하나가 되었다. 아나킨의 이빨 아래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오비완의 셔츠를 붉게 물들였다.
하지만 오비완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어두운 바다 한가운데로 나아가는 발을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 시커멓게만 보이는 바다는 얼음같이 차가운 폭력적인 포옹으로 오비완을 환영해주었다. '바다는 이 세상의 첫 번째 어머니이다.' 바닷물이 가슴까지 차오르는 곳에 다다르자 오비완은 허리를 숙여 아나킨을 검고 차가운 물속으로 담갔다. 그리고 자신의 두 손으로 아들의 작은 몸을 저 아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힘껏 밀어 넣었다.
"제발, 신이시여.... 제발..... 도와주세요." 오비완은 울부짖었다. 끔찍한 슬픔과 헤어 나올 길이 없는 절망에 사로잡힌 채로 눈물을 흘렸다. 그저 손을 물 아래로 밀어 넣고 울면서 소리를 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제발 도와주세요. 제발.... 저희를 데려가주세요. 신이시여. 제발.... 더 이상은 못하겠습니다."
물속의 아나킨은 오비완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쳤다. 모자의 주위에 일어나는 물보라가 잔잔한 바다의 표면을 흩트렸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물은 너무 차가웠고 밤은 너무 어두웠다. 그리고 어머니는 이미 결심을 내렸다.
그날, 용서받을 수 없는 최악의 죄악이 그곳에서 태어났다. 신에게 버림받은 섬에서, 첫 번째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오비완의 손에 의해서, 어머니가 아들을 살해한다는 최악의 범죄가 자행되었다.
물보라가 사그라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잔잔한 파도만이 주위에 일었다. 아나킨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리고 밤바다 한가운데서 오비완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건 몸의 가장 중심부에서부터 올라오는 울부짖음이었다. 출산의 고통이 다시 오비완을 찾아왔다. 몇 시간동안 아나킨을 몸에서 내보내기 위해, 아이를 낳기 위해 힘을 주었던 것과 같은 고통이 오비완의 육체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이제 탄생은 왜곡되었고, 어머니가 아들에게 쥐어주었던 목숨을 다시 빼앗아감으로 오비완은 아나킨을 죽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오비완도 스스로의 목숨을 앗아갔다. 어머니와 아들이 동시에 태어났던 것처럼 그들은 함께 죽었다.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공포와 죄악과 폭력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손을 붙잡고 하나가 된 채로 두 사람은 동시에 죽어버렸다.
누군가가 오비완의 팔을 붙잡더니 물 밖으로 끌어냈다. 그건 쉬브였다. 쉬브는 오비완과 함께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와 오비완의 모든 죄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다 끝났다고, 이제는 더 이상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오비완에게 소리를 지른 사람도 쉬브였다.
오비완은 뒤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 그들이 있었다.
멀리 떨어진 바닷가에는 파티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조용히 서서 오비완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비완은 그들 중 바로 앞에 서있는 파드메와 바람에 휘날리는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알아봤다. 그리고 콰이곤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바닷물이 허리까지 차오른 곳에 서있는 콰이곤의 손에 들린 산탄총은 정확히 오비완을 겨냥하고 있었다.
"다 끝났다네." 쉬브가 같은 말을 반복했다. "아나킨은 죽었어."
"제 세상도 함께 끝났습니다." 오비완이 말을 하는 순간 콰이곤이 방아쇠를 당겼다. 만월이 뜬 하늘을 가르는 총성과 함께 오비완의 배가 붉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비완은 그대로 깊은 바다 아래로 가라앉았다. 아들을 먼저 보낸 차디찬 무덤 속으로 내려가며 두 눈을 감았다.
⁑⁑⁑
오르가나 신부님은 일어선 채로 오비완의 이야기를 전부 들었다.
오비완이 다시 앉으라고 여러 번 말했지만 신부님은 한사코 괜찮다며 거절했다. 그동안 질릴 만큼 앉아있었고 아직 다리가 녹슬지 않았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하고 싶다며 이래서 자신이 미사를 접전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농담까지 곁들이며 서있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신부의 농담은 하나도 와닿지 않았고 오비완은 미소를 짓지도 않았다. 그리고 오비완의 고백이 끝나갈 무렵 오르가나 신부님은 더 이상 농담을 하지 않았다.
사제는 오비완이 하는 말에 조금씩 오염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비완의 입 밖으로 나오는 모든 단어와 말은 신부와 같은 사람을 끌어내리기에 충분히 타락했다는 듯이 오르가나를 옥죄어왔다. 하지만 신부님은 모든 것을 듣기를 원했다. 그리고 오비완은 이 끔찍한 기억을 가슴속에서 꺼내고 싶었다. 그래서 마치 제 손으로 독을 마시고 피를 토하는 사람처럼 오비완은 고백을 이어갔다.
오비완은 왜 자신이 아직까지 살아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만약에 어떤 이상한 이유로 아직까지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면 이 세상에 자신이 얼마나 일그러진 사람인지를 아는 자가 자신 혼자라는 사실이 싫었다. 그래서 자신의 죄를 아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모든 것을 고백했다. 이제 신자의 고해성사를 들어주고 죄를 사해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오비완의 이야기를 전부 들었다. 아무리 처음 보는 사람이 고해성사를 해와도 그들의 죄를 용서해주는 신부님은 오랫동안 알고지낸 오비완의 이야기를 전부 들었다. 오비완은 신부가 사죄를 해주든 안 해주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죄는 하늘의 옥좌에 앉아있는 신이 내려와 무릎을 꿇고 용서해주어야만 사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그 섬에서부터 채널 6에서 아나킨의 장례식을 특별 생방송으로 내보내고 있다네." 긴 침묵 끝에 신부님이 말했다.
오비완이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오르가나 신부님이 달려와 도와줬다.
"그 섬이라고요?" 오비완이 혼란스러워하며 물었다. "지금 여기는 어디인가요?"
"코러산트 병원이라네. 운 좋게도 자네를 몰래 페리에 태워서 데려올 수 있었어.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섬을 빠져나오는데 성공했지." 오르가나가 등 뒤의 베개를 만져준 덕분에 오비완은 편하게 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죽었다고 들었습니다. 자살을 했다고....."
오르가나는 오비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건 진실 된 미소였지만 약간의 슬픔이 섞여있었다. 꼭 긍정적인 마음을 잃고 싶지 않지만 조금도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에 처한 착한 사람이 짓는 듯한 미소였다.
"정말 몇 명의 신자만이.... 끝까지 신앙심을 잃지 않은 몇 명이 살아남았지." 오르가나는 오비완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으며 바닥을 내려다보면서 답했다. "오비완.... 나는 자네가 견디기 힘든 어려운 시련을 겪었다는 것을 아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내가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도 알고. 하지만..... 자네는 혼자가 아니야. 어둠이 있는 곳에는 항상 빛이 있고, 선(善)은 절대로 포기를 모르지. 오비완, 빛은 언제나 자네와 함께 있다네."
하지만 오비완은 자신이 도움을 주지 못할 착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오비완은 그들에게 속하지 않았다. 절대로 다시는 순수한 양떼 무리로 돌아갈 수 없었다.
"신부님, TV를 켜주시겠습니까. 우리의 적이 뭐라고 하는지 어디 들어봅시다."
오르가나 신부님은 TV로 걸어가 손수 채널을 바꿔 채널 6를 틀었다. 너무 많이 봐서 눈에 익은 파란색 방송국 로고와 여성 리포터가 화면에 나타났다. 리포터는 오비완이 아나킨을 살해한 바다를 바라보며 뭐라고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모든 마을 사람들에게서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주민의 마지막 여정에 함께하기 위해 여기 왔습니다. 아나킨..... 스튜존의 이웃들에게 아름다운 빛이자 미래에 대한 약속이라고 불리던 10살 먹은 소년은 지난 금요일에 어머니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아이의 어머니는 오비완이라는 남성으로 히스테릭하고 정도를 모르는 오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오메가는 현지 경찰에게 체포되었지만 방해하는 사람을 전부 공격하다가 결국 제 손으로 아들까지 죽이고 말았습니다."
화면에 오비완의 얼굴이 나타났다. 아나킨과 함께 집에서 찍은 많은 사진 중에서 오비완만 잘라낸 사진들이 화면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리고 아주 어릴 때 찍은 사진에서 화면이 고정되었다. 오비완의 머리는 길었고 얼굴에는 활짝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오비완은 그 사진을 언제 찍었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오후 마을 공원에서 아나킨과 오비완은 아이스크림을 나눠먹었고 콰이곤은 그들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았다.
"스튜존의 이웃들이 소년 아나킨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흰색 관이 티 하나 없이 순수했던 아이의 마음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순수했던 아나킨을 잔인한 방식으로 빼앗겨 버렸습니다." 리포터가 프레임 밖으로 걸어 나가며 말했다. 이제 화면에는 장례식 현장만이 나오고 있었다. 오비완은 매서운 바람이 불었던 아소카의 장례식을 떠올렸다. 저기 아소카를 죽이고 그녀를 차가운 땅속에 홀로 내버려둔 사람들이 화면 너머에 서있었다.
장례 행렬의 가장 앞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콰이곤과 파드메가 서있었다. 아나킨의 작은 관 오른쪽에 서서 걸어가는 파드메의 얼굴은 레이스가 달린 면사포로 가려져있었다. 반대편에는 비디오 가게의 쉬브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쉬브는 오비완이 이제까지 봐왔던 옷과는 아주 다른 복장을 입고 있었다. 평상시에 노인은 여기저기 기운 흔적이 있는 낡은 옷을 입고 산발한 머리가 바람에 휘날리도록 두었는데 지금은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로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다. 목에 묵주처럼 생긴 무언가를 걸고 있는 노인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어느 책에서 튀어나온 왕족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순간 장례 행렬을 찍던 카메라맨이 실수로 줌을 너무 많이 당겼는지 쉬브의 양 손이 화면에 잡혔다. TV를 통해 보이는 노인의 손은 어딘가 변형된 것처럼 다르게 보였다. 쉬브의 손은 흉터나 뱀의 비늘처럼 보이는 것들로 잔뜩 뒤덮여있었다. 오비완의 머릿속에 결혼식 밤이 떠올랐다. 금속 냄새와 피 냄새가 생각났다.
그날 밤의 그건 쉬브였다. 그게 노인의 진짜 이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이름은 아무 상관없었다.
장례식은 계속 진행되었다. TV에서는 오직 바람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섬 주민들의 울음소리만 흘러나왔다. 장례 행렬은 땅에 파여 있는 구멍 앞에서 멈춰 섰다. 콰이곤은 아이의 관에 손을 얹고 그 아래를 내려다봤다.
순간 거친 바람이 몰아치더니 파드메의 얼굴을 가려주고 있던 면사포가 휘날렸다. 파드메는 다시 얼굴을 가리더니 목례를 하듯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그리고 오비완은 그 짧은 순간 드러난 파드메의 미소를 봤다.
오비완은 침대에서 일어섰다. 몇 초가 지나고 나서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르가나 신부님, 제가 일어서는 걸 도와주시겠습니까."
TV를 응시하던 사제가 놀란 눈으로 오비완을 돌아봤다.
"조심하게, 오비완. 자네는 아직 누워있어야 해." 하지만 오비완은 TV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팔에 꼽혀있는 링거 줄을 뽑아냈다. 그리고 TV에서는 혼돈이 시작되고 있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TV에서 흘러나오자 오르가나는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TV속에서는 대지가 흔들리고 있었다.
"신이시여,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종말입니다, 신부님. 지금 신부님께서는 죽은 자가 되살아나는 장면을 보는 목격자가 되셨습니다. 제 옷을 가져다주시겠습니까. 당장 여기서 나가야합니다. 코러산트에 친구가 있다고 하셨죠? 그분들을 어서 찾아가야합니다."
오비완이 옷을 입는 동안 TV 속 사람들은 발아래의 땅이 열리고 있다며 비명을 질러대었고 리포터는 관을 가리키며 고함을 질렀다.
"관에서 비명소리가 나고 있습니다." 리포터가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으로 외쳤다. 오비완은 그녀 역시 정해진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또 다른 인형이자 완벽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관을 열어요! 어서요!"
오비완이 신발을 신는 순간 아나킨의 이빨이 박혔던 곳에서 극심한 고통이 올라왔다. 너무나 강렬한 고통에 오비완은 비틀거렸다. 화면 속에서 콰이곤은 흰색 관 뚜껑을 열어젖혔다. 카메라는 아나킨의 붉은 뺨과 황금빛 머리카락을 보여주었다. 죽은 자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지어다. 십자가 못 박혀 죽은 예수처럼.
오르가나 신부님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입을 손으로 막았다. 하지만 TV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카메라맨과 리포터가 소년에게 달려갔다. 아나킨은 땅속에 함께 묻혀야했던 흰 가운을 입은 채로 관속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이를 관에서 들어 올린 콰이곤은 이건 기적이라고 소리치면서 품에 아나킨을 안았다.
"아나킨! 아나킨! 이쪽이에요!" 리포터가 아나킨의 입가에 마이크를 들이밀며 고함쳤다. "뭐가 느껴졌나요? 무엇을 봤나요? 제발 우리에게 한 말씀이라도 해주세요!"
아나킨은 천천히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오비완은 알아차렸다. 불가능한 일이지만 아나킨이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비완은 이제 아들의 입에서 나올 말이 자신에게 하는 것임을 알아차렸다. 오비완은 아나킨을 죽였다. 그리고 아나킨은 다시 살아났다. 여기에 화면을 통해 두 사람이 서로의 눈동자를 마주보게 된다는 또 다른 기적이 더해지는 게 뭐가 그렇게 큰 대수일까. 아들이, 아니 연인이 깨문 곳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오비완은 손을 목덜미로 가져갔다.
"엄마를 용서할게요." 아나킨이 말했다. 화면 너머의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섬의 남녀는 아나킨이 클로비스를 죽였을 때처럼 환호성을 지르며 뛰어다녔다. 카메라는 아나킨의 초록색 눈동자에 초점을 맞추었다. 오비완은 그 눈동자의 색을 하늘의 색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엄마를 기다리고 있어요. 엄마, 엄마는 내가 받을 생일 선물이잖아요. 우린 하나에요. 돌아와 줘요. 엄마는 용서받았어요. 그러니까 나에게 돌아와요."
오르가나 신부님은 오비완의 팔을 붙잡고 어서 도망가자고 외치고 있었다.
오비완은 신부님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이제 자신이 도망갈 곳은 없다고, 어머니가 먼저 앞장서면 아들이 그 뒤를 따라온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오비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TV를 끄고선 오르가나를 뒤따라 밖으로 나갔다.
